[내외뉴스통신 칼럼] 세상일이 다 그렇다. 대충대충 알다가 남의 지식에 함몰되는 이런 세상에서 '나'를 제대로 알기는 힘들다.

자신이 좋아하는 어느 한 분야에 이유 없이 미치는 광적인 사람들이 우리 인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주위를 조금만 둘러보면 잘 알 수 있다.

울산에서 잘 알고 지내는 한 정치인이 있다. 지난 7월 보궐선거에서 '지역주의'에 고배를 마신 그는 곧바로 낙선 인사를 문자로 보내왔다.

'지난 선거에서 도와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미치면(狂) 미친다(到)라는 경구를 되뇌면서 미친 듯이 뛰었습니다. 하지만 졌습니다. 모두가 제 부족 탓입니다'

정말 그는 마지막일 수도 있는 정치인생에 온 힘과 정성을 쏟아 부었지만 패배했다. '미치면 미친다(不狂不及)'는 경구가 결국 무색해졌다. 그래서 그를 위해 위로의 한마디를 하고 싶다.

"잊는다(忘)는 것은 돌아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따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것을 해서 먹고 사는 데 도움이 될지, 출세에 보탬에 될지 따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냥 무조건 좋아서, 하지 않을 수 없어서 한다는 그런 말이다."

한 시대를 같이 숨 쉬고 부대끼면서 시대정신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 우리들은 무모할 정도로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향해 질주하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우리 삶을 더욱 풍성하고 아름답게 하기 때문이다.

한번 척 보고 다 아는 천재보다 죽도록 애써도 도무지 진전이 없는 바보, 그런데도 노력을 그치지 않는 바보를 사랑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그런 바보는 '끝이 무디다 보니 구멍을 뚫기 어려울 뿐이지 한 번 뚫리게 되면 크게 뻥 뚫린다. 한 번 보고 안 것은 얼마 못 가 남의 것이 되지만 피땀 흘려 얻은 것은 평생 내 것이 된다'고 믿는 사람이다.

이런 바보들을 사랑하는 사람이 책을 썼다. 그 내용에는 다산 정약용과 제자 황상의 '멋진 만남'이 소개돼 있다. 스스로 둔재라고 부끄러워하는 황상에게 다산이 그랬다.
"둔한데도 계속 천착하는 사람은 구멍이 넓게 되고, 막혔다가 뚫리면 그 흐름이 성대해진단다. 답답한데도 꾸준히 연마하는 사람은 그 빛이 반짝반짝하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두 사람 사이 사제의 정은 수십 년 동안 끈끈하게 이어졌고 뒷날 정황계(丁黃契)를 맺어 두 집안이 오늘날까지도 대대로 그 끈을 잊지 않는다고 한다. 그 얼마나 '멋지고 맛난 만남'인가.

하여튼 타고날 때부터 미친(狂) 것과는 거리가 있는 자신에게도 언젠가는 뻥 뚫릴 가능성이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잠시 가져보지만 '죽도록 애쓰는' 끈기마저 없으니 그 꿈은 버리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렇다고 마냥 포기할 수만은 없다. 인터넷 시대에 세계의 정보를 책상 위에서 만나보면서 제 자신에 대해서조차 알 수 없는 잘못을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나' 자신부터 알아가는 연습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또 새로운 각오를 할 수밖에.

김흥두
부산대학교 졸업
前 울산매일 편집국장 직무대리
前 신울산일보 편집국장
現 내외뉴스통신 부산·울산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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