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성공한 최초의 기업
아줌마 대신 ‘환경사’로 호칭변경, 성실근무와 미담사례로 시민들에게 각광
도시철도 환경지킴이 자원, 존경받는 시민의 기업으로 거듭나려 변화 몸부림

[대구=내외뉴스통신] 서월선 기자 = 도시철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성공한 최초의 기업! 나름의 소통방법으로 직원들을 ‘누님’이라 부르며 청소는 육체노동이 아니라 감정노동이라며 먼저 이해하고 서로 존중하며 동지애를 다져야 한다고 말하는 ㈜대구메트로환경 김태한 대표를 만나봤다.

▫정부 방침에 따라 지방에서 최대규모일 뿐 아니라 도시철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성공한 최초의 기업으로 알고 있다. 정부가 모범기관으로 선정했는데 대구메트로환경은 어떤 회사인가?

- 지난해 11월 탄생한 대구철도공사의 자회사로써 올해 1월1일부터 영업을 개시했다. 전체 515명의 직원이 대구도시철도 1·2·3호선의 91개 역과 476개 전동차 및 5개 차량기지의 청소와 경비, 운전 등을 책임지고 있다. 법적으로는 주식회사 형태이지만 대구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직유관단체로 사실상 공기업이다. 올해 7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된 모범기관으로 선정됐다. 2017년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대해 권영진 대구시장과 대구도시철도공사 홍승활 사장이 과감히 결단하고 관련 노조의 대승적 양보와 타협이 만들어 낸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메트로환경으로 출범한 이후 전과 비교해서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 십여 개의 소규모 영세 용역회사에서 불안한 고용형태를 유지해 왔으나, 지금은 정규직으로 바뀌면서 직업이 안정되고 정년도 65세로 늘었다. 정기휴가, 청원휴가, 연차 등이 보장돼 눈치 안 보고 당당히 자기권리를 누리고 있고, 십 수년간 근무하면서도 남들 다 가는 유럽여행을 한 번도 못 갔지만 이제는 갈 수 있게 됐다고 눈물을 흘리는 환경사분들도 계신다. 또 법정 근무시간 준수, 급여인상 등 대우가 확실히 좋아졌다. 시민의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신분으로 바뀌면서 고객과 시민들을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다.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되면서 공직의식과 사회적 책임을 느끼는 것 같다.

▫포퓰리즘이다, 재원을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 국민 세금으로 직장을 만들어 주느냐 등 정규직 전환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있는데 시민들의 인식과 바뀐 회사를 바라보는 지역사회 분위기는 어떠한가?

- 대구철도공사에서 정부 지침에 따라 장기간 상시적으로 근무해 오던 분을 정규직화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 예산의 낭비나 재정압박을 과중시킨 것은 아니다. 청소, 경비, 운전 등은 업무를 대행할 용역회사에게 어차피 매년 유지관리비를 지출해야 한다. 그간 관행으로 볼 때 같은 비용이 투입된다면 시민 세금으로 자회사를 세워 투명하고 공정하게 회사를 경영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공공기관의 인력운영과 조직정비 노하우, 예산집행, 회계·재무의 전문성 등이 영세 용역회사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근무태도나 업무효율, 준법성, 안전의식, 복지 등 기업경영 전반에 있어 투명성과 신뢰성이 훨씬 높아졌다. 출범한 지 7개월 이지만 공직 분위기와 책임의식이 회사 전반에 빠르게 번지면서 ‘잘하자’는 분위기가 넘쳐난다. 언론에서 환경사들의 미담과 성실한 근무태도를 시민들에게 자주 알려주고 도시철도의 청결과 안전부문에 대해 더 많은 보도를 하는 등 대구에서는 매우 성공적인 전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환경사’라고 말씀하시는데 호칭은 어떻게 변경하게 되었나?

전에는 지하철 청소하시는 분들을 ‘아줌마’ ‘아지매’ ‘청소 아주머니’ 심지어 술 한잔 하신 분들은 ‘어이’ ‘이봐요’ 등으로 불렀다. 힘든 자리에서 어렵게 일해 온 것도 서러운데 오랫동안 사회적 차별과 모멸을 받아 왔다. 이제 사회 분위기도 바뀌었고 남부럽지 않는 직장인이 되었으니 호칭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고민 끝에 이분들을 ‘환경사’로 부르기로 하고 언론에 발표를 했는데 여론이 좋고 시민 반응도 우호적이어서 지역사회에서 호칭이 금방 공식화되었다. 작은 변화이지만 근무의욕이 높아지고 사회인식도 바뀌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경비원과 수송담당 직원도 경비사, 운전사로 호칭을 변경했더니 모두들 좋아하신다.

▫초대 사장으로써 애로사항과 각오를 밝힌다면?

회사를 경영한 경험이 없어 부족하고 서툰 부분이 많았다. 그렇지만 이 회사를 흔들림 없이 지키고 성장의 반석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있었다. 취임 후 잘 아는 사람이 취업을 청탁해 왔었다. 회사 사정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더니 흔쾌히 이해를 해주었다. 누구라도 우리 회사를 쉽게 보고 가볍게 대하지 않도록 내실을 다지고 외압에 흔들리지 않게 기초를 튼튼히 세울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 조직이 법과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하며 자기 분야의 업무에 프로가 되어야 한다. 아직 인력과 조직, 예산, 제도 등 하드웨어는 물론이고 정실문화가 강하게 뿌리박혀 있어서 직업윤리와 준법의식이 유약한 상태이다.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잘못된 관행을 바꾸고 주먹구구식 봐주기 문화를 고쳐나갈 것이다. 사장이 솔선수범해야 조직원이 믿고 따른다. 직선형이 아니라 곡선형 스타일이고 수직보다는 수평을 좋아하고 강요나 권위적인 것을 싫어한다. 직원이 신명나게 일하고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하고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저비용 고효율의 새로운 공기업 상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려 한다.

▫정치권에 오래 계셨고 고위공무원을 하시다가 청소회사에 오시니 좀 어색하실 것 같은데...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은 그 자리가 얼마나 특혜인지 모른다. 그러나 이곳은 다르다. 조금만 공감하고 답답한 심정을 들어줘도 고마워하고 눈물을 글썽인다. 개인적으로는 사는 맛도 나고 인정이 흐르는 따뜻한 곳에 참 잘 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환경사들과 가까이 접해보니 넉넉지 못한 형편 때문에 청소를 하다 청춘을 바쳤지만 삶의 지혜와 깊은 인생 내공을 갖고 계신 분들이다. 새벽에 출근하고 주말도 없이 일하느라 가슴 속에 숨겨둔 한이 적지 않을 거다. 내면의 끼와 묻어둔 열정을 잘 살리면 서민의 새로운 희망과 사회의 긍정 에너지가 될 수 있다. 불평을 하다가도 있는 그대로 회사 사정을 설명하면 대부분 금방 고개를 끄덕인다. 이 분들에 대한 사회적 저평가를 반드시 회복시키고 헌신과 봉사의 희생정신을 사회공헌과 사회적 책임으로 승화되도록 꾸준히 마음을 나누려 하고 있다.

▫경영 원칙과 철학은 무엇인가?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꼭 필요하고 최고로 소중한 회사가 되어야 한다. ‘기쁨주고 사랑받는 시민의 기업’이라고 사훈을 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결과 위생 그리고 안전이 최고의 경영 과제이다. 공공서비스기관으로써 책무를 완수하고 시민들의 신뢰가 쌓인다면 반드시 더 좋은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경영 철학은 특별한 게 없다. 다만 모든 일에 진정으로 대할 것이다. 늘 경청하고 혁신하며 안으로는 정과 사랑이 넘치고 밖으로는 존경받는 기업이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

▫사무실에 계실 때뿐 아니라 외출 중일 때도 늘 근무복을 입고 다니신다는데...

동료들이 입는데 사장도 근무복을 입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근무복을 입고 명찰을 달고 다니는 것은 시민들에게 언제 어디서든 책임과 봉사를 다 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사장과 직원은 맡은 바 역할만 다를 뿐, 직급이나 인격 그리고 업무의 중요성에서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20여 년간 묵묵히 일해오신 환경사 분들이 더 전문가고 회사의 주인 셈이다. 긴 세월 고생하신 덕에 나도 이 자리에 있는 거니까 늘 누님들께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직원들을 ‘누님’이라고 부른다는데...

환경사들은 대부분 여성이고 평균 연령이 58세 정도로 내가 만으로 57세이니까 대부분 누님인 셈이다. 역사나 기지에 나가서 환경사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어릴 적 어머니나 누나를 뵙는 것 같은 기분이 확 들기도 한다. 가난한 살림에도 깊은 우애를 나누는 자매들을 보는 것 같다. 어떤 분들은 ‘누님’이란 호칭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91개 역에 삼삼오오 흩어져 근무하는 분들을 만나서 직장 상하관계의 딱딱한 분위기를 내고 싶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정을 나누고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 소통에 도움이 되고 직장 분위기도 한결 밝게 만드는 것 같다.

▫일전에 환경사분께서 거액의 현금을 찾아 주었다는 보도를 봤는데 어떻게 된 일인가?

2호선 문양역에서 이경희 환경사가 고객이 잃어버린 수표 2700만원을 찾아 돌려준 적이 있다. 고객이 지갑과 핸드폰을 하의 호주머니에 넣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가 변기에 빠뜨린 것을 청소하면서 발견해서 돌려준 것이다. 도시철도에서 청소를 담당하시는 환경사들에게 이런 미담은 비일비재하다. 취객이나 환자를 보살펴 귀가시키거나 병원으로 후송하는 일, 분실물을 찾아 주고 에스컬레이터에서 어르신들의 낙상을 막는 일 등 알려지지 않은 미담이 많다.

▫사업장이 흩어져 있어 100곳에 육박한다고 하던데 회사 운영에 애로는 없는지?

전체 직원은 500여 명이지만 99곳의 사업장별로 평균 4~5명씩 흩어져 근무하고 있다. 인력의 수나 청소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용역이 설계되어 있어서 잠시라도 현장을 비울 수가 없다. 15개 관리소에서 8개 내외의 현장을 관리 감독하도록 조직을 꾸렸지만 교대근무와 주·야간이 섞여있는 다양한 근무형태를 갖고 있어서 관리소장이 관할 직원을 모두 대면하려 해도 2~3일이 걸린다. 취임 2달이 넘었지만 매일 현장을 다녀도 아직 전 직원의 반을 만나지 못했다.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지만 한계가 있다. 역사의 경우 1인당 하루 평균 청소구역이 417평이다. 많게는 540평을 매일 매시간 완벽한 청소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하루 유동인구가 평균 50만 명인데 승객들이 움직일 때마다 청소해야 할 일들이 발생하고 특히 화장실은 매일 30분~1시간 간격으로 청소를 하지 않으면 엉망이 되기도 한다. 차량기지에서는 하루 평균 30대 차량을 세척하고 닦아야 한다. 출퇴근 시간에는 3~4분 주말에는 12~3분 간격으로 드나드는 전동차를 청소해야 하기 때문에 의견을 듣고 얼굴을 보고 싶어도 충분히 이야기할 여유도 공간도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이고 비전은 무엇인가?

먼저 도시철도 환경지킴이로써 책임을 완수하겠다. 할 도리를 다한 다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근무조건과 대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할 거다. 책임 할당량에 비해 인력 시간 현장환경 장비 예산 등 전반적인 부문에 대해 과업계약서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건강검진과 복지 혜택도 확대하고 평생교육의 기회를 넓혀 여가와 취미활동을 대폭 지원할 예정이다. 서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좌절에 빠진 시민들에게 용기를 주는 새로운 공기업 상을 만들어 대구메트로환경이 시민들의 든든한 이웃, 자랑스런 시민의 기업으로 만들겠다.

▫대구시나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먼저 헌신하고 봉사하는 조직이 되어 시민들이 미소짓고 행복해하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도시철도를 자주 이용해 주시고 저희들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애정을 갖고 격려해 주시면 고맙겠다. 모두가 마다하는 궂은 일이지만 우리는 천직으로 알고 기쁘게 최선을 다할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도시철도 환경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겠다. 대구와 대구도시철도공사의 재정적 부담을 덜고 시민의 삶에 보탬이 되는 회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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