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타타 한강, 한국인의 정서 공감대 울린 대서사

[서울=내외뉴스통신] 김예슬 기자

 미식가가 아니어도  좀 따져서 먹는 음식, 냉면이나 설렁탕은  고유 브랜드에 소문난 집들을  즐겨 찾는다. 줄을 늘어 선 식당을 보면서, 지난해 8월 예술의전당' 칸타타 한강'이 떠올랐다. 폭우가 쏱아지는데 입추의 여지가 없는 청중들로 가득했는다. 오는 9월 16일 롯데콘서트홀 연주를 앞두고  탁계석 K-클래식 회장을 만났다.

우리를 지배하는 맛의 경험 

김예술기자: 지난해 8월 28일 예술의전당 '칸타타 한강'의 열기가 대단했는데요, 다시  보고 싶군요. 오늘은 '맛'이란 테마로 음악의 맛 즉 '귀맛'과 어떻게 상관 지을 수 있을지?  음식 맛이 오래  잊혀지지 않듯,  귀맛도 그런가요?
 
탁: 그렇습니다. 음식처럼 오래동안 기억을 하죠. 우리가 어릴적 어머니의 손맛을 평생 기억하듯 말입니다. 그리고 처음 맛을 본 것이 가장 기억에 오래 저장됩니다. 그 기억의 지배력을 갖는 것이죠. 우리가  결혼에 첫 선을 보았을  인상이 오래가지 않습니까. 여러분들이 살면서 맛있게 먹은 음식  Best 10을 한번 꼽아 보세요. 아마도 맛의 기억이 살아날 겁니다.
 
음악도  어렸을 때 들은 음악. 그러니까 삼촌집의 유성기를 들었다거나,  이런 경험 때문에 클래식 매니아가 되신 분들을 많이 봅니다. 거꾸로 반대의 환경,  술마시고, 폭행하는 등의 가정이력을 가졌다면 폭행을 배우게 되죠.  인생의 초기 바탕화면에 무엇이 깔리느냐에 따라  습관과 취미가 결정되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입맛, 귀맛, 눈맛,이란  체험을 통해 분별력이 시작됩니다. 

청소년들에게 좋은 정서를 주는 건 부모의 몫

김: 감성이 촉촉한 어린 때가 중요하다는 것이 그것이군요.

탁: 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 콘서트에 간 경험은 그게 평생 잊을 수 없거든요. 기억이 될뿐만 아니라 기준이 됩니다. 음악가들의 한 집 건너 모두의자녀들이 음악을 전공하는 것도 이때문입니다. 젖먹이 때 부터 듣고 자라니까  베어버린 학습효과죠. 그러나 음식같은 것은 형편에 잘 타협을 하지만 높아진 귀는 좀 까다로워요. 
 
클래식을  계속 듣고 자라면 대중음악의 취향과는 좀 멀어집니다. 엉덩이를 들쓱이게 하는 락뮤직이나 K-Pop 보다 안정감이 있는 클래식은 집중력이 강하고 , 합창같은 것은 친구들과의 사회성이 길러지는데 최고라하여 프랑스의 젊은 대통령은 합창에 엄청난 투자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한국 부모들은 자기 아이들을 생각한다는게 거꾸로 자기 아이를을 고립시키고 있어요. 합창반에 보내지 않고, 오케스트라에도 공부한다고 멀리하게 하니까요. 이건 정말 음악의 힘, 음악의 효과나 영향력을 몰라서 그러는 겁니다.  음악의 성취를 보면서 공부도 잘해요. 옆에 또래 아이가 하는 것을 보면서 경쟁심이 붙고, 그 습관이 바로 공부로 이어지는 것이니까요.  
  김: 그런데 요즈음 노래방이 한 물 갔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는데요,   앞으로 시민문화를 어떻게 진단하시나요?
 
탁: 사회적인 트렌드가  바뀌는 걸 모두가 피부로 느끼고 있지 않습니까. 김영란법, 미투  등,  과거엔 별 생각없이 지냈던 것에 엄격한 법 적용이 되면서 접대나 오락문화에도 파장이 오고 있는 겁니다. 1990년~2000년대 사우나, 뷔페 문화도 거의 시들해졌고,  음주운전 등으로 질퍽한 술자리 문화는 완전히 끝났죠.
 
대신 건강한 동호인 문화, 가족문화가 트랜드로 자리잡아가는 것이 노래방 문화를 퇴출시킨 원인입니다.  웰빙을 지나 워라벨 등  라이프 스타일의 고급화가 추세입니다. 여기에 콘서트가 성행이고 티켓을 선물하는 새로운 풍속도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죠.  
 

콘서트가 선물이고 대접인 트렌드의 변화 

김: 그럼 평생 음악회를 보신 평론가로서 요즈음 콘서트의 변화는 어떤 것인가요.

탁: 우선 연주회가 엄청 납니다.  지역, 동네는 물론 콘서트홀이 늘면서 무용, 연극, 음악회 등이 양적으로 엄청나게 팽창하고, 질적으로도 상당한 수준에 올랐어요. 큰 변화는 감상못지 않게 자아 실현의 문화 욕구인 동호인 문화가 급성장세 입니다. 한편에선 예술대학들이 저출산으로 위기감이고,  강사법은 탁월한 재능들을 살리지 못해 현장에선 안타까움을 호소합니다.
 
김: 국악과 클래식의  관계는 어떻합니까?
 
탁: 해방 전후에는 우리 국악을 많이 들었지만,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서양 유학파들이 본격적으로 돌아오면서 국악보다 새로운 메뉴인 클래식 붐이 조성됩니다. 잘 지어진 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선별된 가치로 받아들여졌죠.
 
국악은 전통보다 새로운 창작이 더 활성화되고, 한편에선 글로벌 시장이 열리는 등 변화를 맞고 있죠. 클래식 역시 양적으론 엄청나지만 티켓 판매가 되는 시장은 주로 외국단체나 외국 아티스트에 집중되고 있어 우리 예술가들의 삶은 별로 나아지질 못한 것 같습니다.
 
김: 콘서트는 티켓링크 등에서 정보를 볼 순 있지만 공연의 특성상 미리 볼 수 없어 영화처럼가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떤 음악회가 좋은 것인지, 즉 맛집 음식처럼 믿고 찾기가 힘든 것도 고민이거든요,
 
탁: 그렇습니다.  특히 귀국연주회 관람의 경험은 일반 청중들로서는 쉽지 않죠. 어떤 분은  이솝의 '두루미의 식사초대' 라고 해요. 곡명도 모르겠고,  메뉴가 프랑스, 독일 요리. 이태리 요리여서  생소했다. 오페라도 원어로 된 제목도 그렇고 주인공 이름조차 낯설다. 간간히 귀에 익은 아리아가 있어 보긴했지만 티켓 가격도 너무 비싸다는 불만이고요.  
 
이병직 지휘 아리랑 코러스  초유의 매진 기록  
 
김: 이번 '칸타타 한강'은 아리랑 코러스가 연주해서 큰 반응을 얻었는데 무엇보다 한강을 통한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의 삶과  고통을 이겨온 역경과 희망이 서사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감동을 주었는데요.
 
탁: 그간 우리 작품들이 잘 소개되지 못했는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지고 있어요, 특히 올해 3.1절 100주년, 임시정부 100주년을 기념해 우리 역사 작품들이 많이 오르면서 기류가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은 가곡과 오페라밖에 없었는데, 저희 K-클래식도 좋은 칸타타를 많이 창작하고 있습니다. 
 
임준희 작곡가의 '칸타타 한강' 외에도 '송 오브 아리랑(임준희)', '조국의 혼(오병희)', '달의 춤(우효원)', '동방의 빛(오병희)' 등인데, 앞으로 청중들이 맛집처럼 찾을 수 있도록  한국형 콘서트의 한 트랜드를 구축해볼까 하는 생각입니다. 비단 국내만이 아닌 해외동포들에게 까지,  지금 알려지기 시작하는 단계이니까 곧  SNS를  타고 빠르게 전파될 것이라고 봅니다. 
 
김: 아직은 칸타타가 뭔지 낯설거든요.
 
탁: ‘칸타타(Cantata)’는 16세기 중엽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전 유럽에 확산된 성악과 합창의 한 형태인데,  칸타타가 종교에서 활발하게 쓰이면서 세속 칸타타도 등장했어요. 가사(歌詞)가 들어 있어 성악의 힘이 가장 순수하게 집중된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대합창과 오케스트라 음악인데  우리 작곡가들의 역량이 세계적이어서 잘 소통이 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김: 지난해 관객의 리뷰가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탁: 네, 그 때  많은 분들이 감상문을 씀으로서, 내가 느낀 것과 또 다른 분이 느낀 것을 비교, 공감을 나누는 것이 진정한 애호가들의 즐거움이 아닐까 합니다. 이를 보고 관람을 하게되는 전도사 역할도 있고요.  

동호인 문화도 목표가 높아지면 성취가 높아진다 

-객석의 리뷰(2018년 8월 28일, 예술의전당 칸타타 한강)-

 ①' 좋다' 라는 탄식과 울컥하게 목을 타고 올라오는 감정에 잠시 쉬어갈수 있다는... 안도와 여러 가지 생각이 눈앞에서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살면서 누릴수 있는 순간이 있다면, 지금 이순간 일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②칸타타 한강은 듣고 보는 내내 거센 비바람보다 더 거센 태풍같은 감동이 제가슴에 퍼부었다.
 
③ 아리랑 코러스의 합창단의 그 웅장함에 부러움을 금할수가 없었고, 합창단과 하나 되어 속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며 흥분을 식히느라 애썼던 시간이었다.

④ “한강 칸타타”는 한강이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강을 토대로 하나됨을 노래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특히 후반 어린이 합창단과 솔리스트 아리랑콰이어 모두가 한목소리로 부르는 곡은 세대를 넘어 진정 하나되는 모습을 합창을 통해 보여주어서 칸타타의 진정성을 느낄수가 있었다.
 
⑤한강칸타타는 수많은 변박과 현대적 음악감각이 어우지는 스케일이 웅장하고 섬세하여 한시도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순간순간이었다.
 
⑥3부, <두물머리사랑>의 멜로디가 메조의 부드러운 음성과 함께 너무 정겹게 가슴을 파고들더군요.
 
⑦그들을 만나러갈 때, 내 몸은 퍼붓는 폭우에 홀딱 젖었더랬소. 그들을 만나고 난후에 내마음은그들이 만들어 뿜어내는 한강의 물줄기에 빨려들어 또 한번 흠뻑 젖었더랬소, 나는 그날 몸은 비에젖고 마음은 한강에 빠졌다오.
 
김: 관객 리뷰란 마치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아는 사람에게 자랑하듯
청중을 부르는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출연진들은 어떠합니까.
 
탁: 16일 롯데콘서트홀엔 아리랑코러스와 지휘자 이병직. 홀리프레이져스 콰이어와 지휘자 함명수. 마포구립소년소녀합창단 길현미, 가평소년소녀합창단 지휘 정민희, 소프라노 이세희, 메조소프라노 황혜재. 테너 강훈, 베이스 최병혁, 코리안퍼시픽 오케스트라입니다.   
 
 김:  바야흐로 서양 레퍼토리 식당시대에서 한국 메뉴의 식당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때에. 칸타타에 외국인도 찾는 글로벌 입맛을 만들어 내면 좋겠습니다.  성공적인 공연을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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