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통신 칼럼] 정부가 투자 증대를 통해 대기업과 부유층의 부(富)를 먼저 늘리면 궁극적으로 그 혜택이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효과를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라고 한다.

이 이론은 국부(國富)의 증대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으로 분배보다는 성장에, 형평성보다는 효율성에 우선을 두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줄·푸·세(세금과 정부 규모를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는 뜻)’ 등 핵심정책으로 박근혜 정부의 ‘부자 감세’와 맥락을 같이한다.

그래서 낙수효과를 최근 논란을 일으킨 ‘싱글세’에 적용해 보았다.

왜? 이명박 정부가 종부세 축소,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 등 매년 막대한 금액의 ‘부자감세’를 두고 이것만 하면 경제는 ‘낙수효과’로 급격히 성장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실제 5년의 경제성적표는 노무현 정부에 비해 참담했다. 나라 곳간만 거덜 낸 ‘부자감세’를 ‘경제성장’이란 말로 국민들을 현혹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낸다. 국가의 재정이 나아지지만 그 혜택이 국민들에게 돌아가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정부가 ‘싱글세’를 저출산 대책으로 내놓았다는 것이 더 황당하다. 세금을 줄이고 복지를 더 늘려 생활을 안정하게 만들어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 반대로 국민의 지갑을 더 열어서 생활을 불안하게 만들어 자식을 낳아 키우게 할 생각을 아예 못하게 한다.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수차례 언급됐다. 지금부터 4년 전 아시아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이 내놓은 보고서를 훑어보다가 박근혜 정부의 정책이 20년 전 일본의 경제상황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보고서는 일본의 장기불황 실태를 적나라하게 열거하고 있다. 한 예로 2009년 12월 31일 '웬디즈 햄버거'는 일본에서 마지막 영업을 마쳤다. 일본 진출 29년 만에 완전 철수하게 된 것이다. 일본 햄버거 시장의 75%를 점유하고 있는 '맥도날드'도 점포 433개를 폐쇄 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젊은 층 인구가 많았던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햄버거를 주로 소비하는 일본의 10~20대 연령층은 전체 인구의 30%에 가까웠다.

하지만 일본이 이른바 '초고령 사회' 로 진입 중인 2010년, 일본의 10~20대는 10년 전에 비해 무려 900만 명 넘게 줄어들었다. 이러한 젊은 층의 급격한 감소는 일본 도쿄의 심장부인 긴자(銀座)지역에 위치한 세이부백화점 점포를 문 닫게 하는 사상초유의 사건으로 번져 일본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다.

보고서는 이것이 단순히 일본 경제의 장기 불황 때문일까? 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바로 인구의 고령화다. 어느 한 국가나 사회가 저출산의 기조로 들어가면 이러한 인구변화의 추세는 절대로 쉽게 바꿀 수 없다. 그 이유는 일본과 같은 저출산 국가의 사람들이 갑자기 자식들을 2~3명씩 낳을 리는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흔들리는 일본 이야기를 무조건 먼 섬나라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게 한국의 비정한 현실이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맞은 것은 저출산·고령화와 국가채무 등 두 가지 문제 때문이며 일본이 겪은 급속한 고령화의 결과가 잠재성장률 하락을 초래했다.

이 정도의 경고등이면 우리가 처한 현실이 얼마나 위기인가를 충분히 실감할 수 있다.
비정규직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꺼내들고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얼마나 황망한가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일본이 걸어온 길이 우리의 현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자녀를 1명 더 낳을 비용을 재테크에 투자해 금융 소득을 불리는 식으로 ‘부의 축적’이 이루어지는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저출산=재테크’ 라는 인식은 지난 IMF 이후 10년간 머릿속에 각인되어 왔다.

멀지 않아 저출산의 파급효과로 우리 주위의 모습이 뒤바뀌는 상상을 해 본다. 의과대학에 가서 산부인과로 개업을 하면 말 그대로 ‘굶어 죽기 딱’이라는 농담이 더 이상 거짓부렁으로 들리지 않는다.

김흥두
부산대학교 졸업
前 울산매일 편집국장 직무대리
前 신울산일보 편집국장
現 내외뉴스통신 부산·울산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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