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조 지사 환영 현수막 “양 도지사님, 11만 공주시민과 함께 감사드립니다”
김정섭 시장·공무원에겐 ‘님’ 일지 몰라도 공주시민에겐 그냥 ‘도지사’

[공주=내외뉴스통신] 송승화 기자 = 양승조 충청남도지사의 지역 내 시-군 순방이 한창인 가운데 지난 9일 도정 현안 설명과 비전 공유 목적으로 양 지사가 공주시를 찾았다.

이날 공주시는 양 지사와 시민과의 대화를 위해 ‘고마센터’에 자리를 만들고, 도지사의 업적(?)을 칭송하는 대형 현수막을 내 걸었다. 공주시 판 ‘용비어천가’라며 오해해도 될 듯 하며 민망하기까지 하다.

공주시는 대형 현수막에 “양승조 도지사님, 제2단계 제1기 균형발전사업, 나래원 수목장 및 시설 확충 사업, 백제문화 스타케이션 조성사업 선정, 11만 공주시민과 함께 감사드립니다”라고 적었다.

현수막의 문구를 곱씹어보면 ‘양승조 도지사 개인께서 위에서 언급된 두 가지 사업을 선정해 줬고 이에 11만 공주시민은 양승조 지사님에게 감사드린다’고 해석할 수 있다.

나래원 수목장 시설 확충과 백제문화 스타케이션 사업이 양 도지사 개인이 선정한 것인가? 충남도가 도지사 개인 것이라도 되는 것 같아 현수막 문구 하나로 괜한 ‘오해’를 일으킬 만하다. 아마 두 사업은 선정될 만하기 때문에 선정된 것이다.

현수막 한 장에 적힌 문구를 가지고 괜한 시비를 걸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도지사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공주시민과 도민의 한 표 한 표를 모아 된 것이며 도민들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표에 담아 위탁한 것이다.

우리 말 어법엔 압존법(壓尊法)이 있다. 높여야 하지만 듣는 대상이 더 높을 때 공대를 줄이는 어법으로 ‘할아버지, 아버지가 아직 안 왔습니다.’라고 하는 것 따위이다.

공주시를 비롯한 충남도는 도(시)민이 주인이며 주인이 아랫사람에게 ‘님’자를 붙이거나 ‘감사드립니다’와 같은 존칭은 쓰지 않는다. 아직도 도(시)민이 도지사, 시장, 국회의원보다 낮다고 생각들 하는 것 같다.  21세기 ‘관존민비(官尊民卑)’에서 서로들 못 벗어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듣기에도 민망한 ‘도지사 님’ 칭송 문구를 공주시 11만 시민을 차용해서 쓰는 행동은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편했다. 도지사가 시민보다 높은가? 반문하고 싶다.

김정섭 공주시장과 공무원 입장에서야 자신들의 상관에 속하는 도지사에게 자신들끼리 얼마든지 ‘존칭’을 쓸 수는 있지만, 그 자리에 11만 ‘시민’을 운운하지 말기를 바란다.

공주시가 11만 시민 모두에게 이 같은 ‘감사’의 내용을 일일이 묻고, 조사 했을 리 만무할 것이고, 이 같은 행동은 권력의 꼭짓점에 있는 도지사에게 잘 보이려는 과잉 충성으로 밖에 보이지 않아 씁쓸하다.

ssong1007@naver.com

내외뉴스통신, NBNNEWS

기사 URL : http://www.nb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5899

저작권자 © 내외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