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광장정치’ 혹은 ‘울타리 정치’
[기자수첩] ‘광장정치’ 혹은 ‘울타리 정치’
  • 김경현 기자
  • 승인 2019.10.0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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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현 기자
▲ 김경현 기자

[고양/내외뉴스통신] 김경현 기자 = 몇 개월 만에 나라가 급속도로 시끄러워졌다. 분명 이 시끄러움은 한국 사회의 일상적 시끄러움은 아니다. 그렇다고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여파와도 결이 다르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지금껏 봐왔던 정치적·사회적 시끄러움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진영논리에 빠져버렸다는 것과, 그 시끄러움 속에는 예측할 수 없는 적대감이 넘실거린다는 것이다. 마치 무엇인가 작은 기폭제 역할만 해준다면 금세라도 폭발해 내전 상황에 빠질 것만 같다. 아니, 어쩌면 이미 무형의 내전이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 쪽 진영에서는 ‘검찰개혁’을 외치며 조국(曺國) 법무부장관을 지키는 것만이 검찰개혁을 완수하는 길이라 외치고, 또 한 쪽 진영에서는 조 장관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다수 국민들이 바라고 있는 검찰개혁, 즉 인권에 바탕을 둔 절제된 검찰력 행사를 위한 검찰개혁은 이미 논의의 중심에서 벗어난 형국이다. 급기야 두 진영은 세 싸움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고, 무형의 내전에 있어 핵심은 조 장관 거취문제가 돼버렸다. 지키고 싶은 세력과 끌어내리고 싶은 세력 간의 싸움이 돼버린 것이다.

그럼 한 번 돌이켜보자. 과거 적폐를 쌓아왔던 정치권력 중에 조 장관과 같이 사회적 혼돈을 불러왔던 장관이 있었던가. 일일이 다 기록을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마땅히 조 장관에 비견할 만한 사람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물론 장관 가족이 검찰 수사를 받았던 적은 있다. 그리고 결국 물의를 빚은 것을 사과하며 사퇴 했었고.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더욱이 정권이 장관 하나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다 걸다시피 했던 사례도 찾기 힘들다. 

우리나라처럼 인구대비 협소한 국토에 발달된 교통망으로 일일생활권인 나라에서는 대의민주주의도 필요하겠지만,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사안일 경우 분명 광장정치(시위를 포함한 직접민주주의)도 필요하다. 당장 그러한 광장정치가 2016년 겨울 촛불시위(혁명)를 역사에 남겼고, 현 정부여당은 그로인해 집권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과연 조 장관의 거취를 두고 서초동과 광화문에 제각각 모여든 사람들을 2016년 겨울 촛불로 대변되는 광장정치에 비유할 수 있을까.

일면 비슷한 면도 있겠다. 다수의 군중이 모여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 그 성격이 다르지 않을까. 왜냐면, 지금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 속에서 그 프레임이 목표하는 논리를 주장·관철시키기 위해 모인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좀 풀어 말해 누군가 울타리를 쳐주었고, 그 울타리 속에 모인 군중이 울타리를 쳐준 주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과 같은 형국은 아닐까. 그리고 정치권은 그 울타리 속에 모인 세를 빌어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정치적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려 들고 있고.

만약 오늘의 광장정치가 그런 것이라면 이건 광장정치가 아니라 좋은 표현으로는 ‘프레임 정치’라 해야 할 것이고, 조금 저급하게 표현한다면 ‘울타리 정치’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은 70여 년 전 해방직후 신탁과 반탁으로 나뉘어 서로를 향해 적대적 행위를 서슴지 않았던 시대로의 회귀를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고. 더해 이러한 정치의 최대 피해자는 그 어느 쪽 울타리에도 들어가기를 꺼리며 검찰수사를 지켜보고자 하는 대다수 국민들이 아닐까 싶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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