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개발에 획기적인 패러다임 전환 계기로

[서울=내외뉴스통신] 탁계석비평가회장

탁계석 평론가:그렇게 매일 거리 콘서트를 하는데,  소리는 괜찮나요?

노희섭 성악가: 네, 다행히 괜찮고 오히려 좋습니다. 성대도 근육이다 보니 훈련을 많이 할수록 훨씬 더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잘못된 방법으로 장기간 노래하면 오히려 목이 상할수도 있겠지요.
 
탁: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노: 서울시오페라단에서 10년 가까이 오페라 제작일과 단원으로 직접 출연도 하면서 오페라 한 편 제작에 10억 가까이 비용이 들어가는데, 티켓 판매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고작 1억도 안된다는거죠. 제가 인씨엠예술단이라는 민간단체를 2006년 설립해서 지금까지 수많은 오페라와 콘서트를 제작하면서도 마찬가지였죠.

그 원인을 생각해보니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어릴때부터 클래식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거죠. 접해보지 못한 음악 장르다보니 당연히 나와는 동떨어진 것으로 생각하고, 이것이 결국엔 특정한 사람들만 즐기는 문화로 이어진 겁니다, 때문에 클래식도 대중음악이 되어야만 저변이 넓어지고 클래식 시장도 커집니다. 힘들지만 그 근본 원인을 찾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거리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먼저 대중과 소통하고 클래식도 여러분들과 쉽게 접할 수 있고, 같이 부를 수도 있고, 때로는 클래식과 함께 춤도 출 수도 있다는거죠. 한 사람의 힘으론 안될 줄 알지만 작은 불씨가 되어 언젠가 나비효과가 된다는 확신을 갖고 출발했습니다.
 
탁: 버스킹이 유럽 등에서는 일상화된 것이지만 대중음악이 아닌 클래식은 우리에겐 생소한 것인데요. 에피소드나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것은요?

노: 에피소드가 참 많은데요,  몇 가지만 소개하겠습니다. 우리가 관객에게 들려주는 음악은 관객이 그 음악을 듣고 감동받고 삶의 희망을 찾을 수도 있고, 때로는 그냥 일상의 무료함에서 시원한 사이다같은 역할을 하기도 하죠. 각자가 느끼는 감정에 따라 다양하게 표출될 것입니다.

노숙자가 하루 번돈 2,000냥 기부(?)하기도 

그러니까, 연주자는 관객들의 즐거움을 보고 힘을 얻고, 에너지를 충전해 또 다른 연주를 할 수 있죠. 한번은 영등포 역 앞에서 공연할 때 였는데 노숙자 한 분이 공연을 다보고 하루종일 박스팔아 번돈 2천원 전 재산이라며 주시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공연을 힘 잃지 말고 계속 해달라며 응원해 주셨습니다.

또 신촌에서 공연할 땐 우울증에 걸리신 식당 사장님께서 매주 클래식 버스킹을 기다리며 우울증이 많이 치료되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닙니다. 모두가 좋아할 수는 없으니 가끔 누군가가 소란하다고 민원을 넣으면 경찰이 와서 언쟁을 벌여야할 때도 있어요.

어느 날 이태원에서 공연하는 곳 앞에 새로운 가게가 생겼는데, 공연하지 말라고 격하게 하니까 지나던 관객들이 ‘이렇게 좋은 음악을 하는데 왜 그러냐?’ 대신해서 싸워주시기도 하고, 매번 공연 때마다 날씨의 변덕처럼 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합니다. 갑자기 비가 올때면 얼른 우산 여러 개를 펴기도 하고, 바람이 심하게 불기도 하고, 미세먼지, 황사 등등..

탁: 성악하는 동료나 후배들도 다 알고 있을텐데, 왜 참여하지 않을까요? 그 인식의 벽은?

노: 교육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에서 교수들이 클래식은 고상하고 특별하다고 가르치는 것 같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버스킹을 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죠. 그렇다면, 관객은 생각지도 않은 채 그들만의 리그로 한정하는 건 스스로 관객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객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고 관객이 없다? 모순이 아닌가요? 

현장 관객과 부딛히면서 생존법 배워야 

제 생각에는 학생시절부터 밖으로 나와서 관객과 부딪히고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면 그 개인은 물론 분명이 세상은 달라지겠죠. 어떤 학교는 합창 수업시간에 정장하고 와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것들이 특별한 생각을 가지게 하는 것들이죠. 대학 4년 동안 무대에 고작 10번도 못 서보고 졸업하는 학생이 대부분이죠. 어떤 학생은 졸업연주 단 한 번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고요. 과연 교수들이 학생들의 취업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탁: 귀가 솔깃해지면서, 이거 되면 세상이 확 바뀌겠구나하는 생각이 드네요.  

노: 그렇습니다. 대학에서 ‘학점화’하자는 것입니다. 클래식도 대중음악의 한 장르가 되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대중화가 되어야 합니다. 대중화는 언제,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는 접근성이 첫 번째입니다.  누구나, 어디서나, 쉽게 편하게 들려드리기 위해서 길거리로 나온 것입니다. 제가 지금 1,000회를 향해 가지만, 결코 저 혼자서는 안됩니다. 독립군도 혼자서 싸우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생각한 게 대학생입니다. 

수천명이 버스킹에 나서면 클래식 살죠  

음악대학 학생들은 이미 전문성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대중음악은 홍대나 신촌에서 버스킹을 하는데 클래식은 왜 안되냐는거죠?  바로 대학교육에 기본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절대로 밖으로 나올 수가 없습니다, 틀을 깨고 나와야 하는데 그냥은 안되니까, ‘학점제(學點제(制)’를 시행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의무적으로 학생들이 학점을 따기 위해 매년 봄, 가을 거리에서 한다면 수천 수만명이 연주하는 진풍경으로 클래식이 확산될 것입니다.

탁: 우스개 소리지만 전유성의 ‘개나 소나 콘서트’가 매진을 한 적도 있잖아요. 

 노: 우리 환경이 얼마나 좋습니까. 잘 다듬어진 고수부지나 음향이 있으니 어디라도 걱정 없이 가고, 버스킹은 선택이 무한대로 자유롭고 큰 비용이 들지 않으니까.  경험을 통해 얻는 것들이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것으로 정말 살이 되고 피가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아마 세계사에도 남고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부러워할 일이 될 겁니다.

탁: 지난 오페라진흥 토론회에서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도 깊은 관심을 갖고 실행을 위해 방법을 찾아 보자고 하였거든요.

노: 당장 실현 가능한 일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학교 교수들을 설득하기 어려우면 반대로 하지 않으면 안되고 뒤처진다는 인식을 주면 됩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예술기관인 예술의전당에 상설 버스킹을 할 수 있도록 먼저 시범 운영을 하고, 대학생들과 음악인 모두에게 기회를 주는 겁니다. 동시에 한문연과 연계해서 전국의 모든 극장으로 빈 공간으로 확대하면 좋지요.  대관에만 집착하지 말고 제 2의 무대를 만드는 것이죠.

한국오페라도 나서서 알려야   

탁: 버스킹에서 서양오페라에 밀려 아리아 하나 안부르는 한국오페라 알리기도 하면 좋겠어요.

노: 관객을 공연장으로 끌어들이기는 어렵지만 찾아가서 하는 건 쉽습니다. 공연장에선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긴장해야하는데 야외는 운동복 차림에 반바지를 입어도 좋고요, 정말 자유롭고 편하지 않습니까. 

탁: 뭐든지 처음 벽허물기가 어렵고, 새 길 내는 게 어렵지 뚝이 터지면 길이 되는 것이죠.
 
노: 저는 대중이 문을 열면 한국오페라 즐기며 보는 것도 시간 문제라고 봅니다. 요즘은 지자체의 영향으로 지역마다 공원이 잘 되어 있고 곳곳에 공연할만한 공간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공연을 하려고 하면 허가 문제도 까다롭고, 전기 문제도 해결이 좀 어렵습니다. 전국 지자체와 연계해서 그런 장소들을 잘 활용하도록 공원녹지과 등과 협의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탁: 정부의 일자리 창출과 연계하는 방법도 있겠군요. 그냥 통장에 꼽아주면 자존감도 잃고

허생세월 보내고 힘드니까 타 직종으로 전업하고, 위기를 말로만 해서는 안되죠.

노: 제가 인씨엠예술단에서 3년간 사회적기업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예술인과 사회적기업을 한다는 건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8시간 근무조건에 적은 지원금으로 시간을 다 뺒을 순 없었죠. 그러다보니 수익창출을 햐야 하는데 오히려 적자가 생기는 겁니다.

사회적 기업을 통해 졸업생들에게 버스킹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버스킹은 공연이니 하루 종일 나갈 수 있고, 보다 효과적인 사회적 기업을 운영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당장 청년 실업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탁: 정부나 공연장, 한문연에 바라는 것은요?

노: 정부와 예술의전당 한문연이 중심이 되어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을 진행해 나간다면 대한민국 클래식 시장에 기적이 일어날 것입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musicta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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