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티켓 매진으로 변화의 물꼬 터였다

[서울=내외뉴스통신] 탁계석비평가회장


서울 서소문에 위치한 ‘순화동천’은 최근 문화의 장(場)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17년부터는 클래식 공연이 월 1회 상설공연이 진행되고 있는데,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명품(名品)공연으로서의 소문이 자자하다. 최근 여기에 마치 베틀이라도 하듯 국악공연 ‘순화동천 우리가락’이 펼쳐지며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유은선의 가인정담(佳人情談) 브랜드 티켓 파워로  
 
탁계석 평론가: 이번 공연은 민족성의 강한 신념으로 대한민국 출판계의 한 획을 그은 한길사와 세계적인 명성의 필기구 파버 카스텔 코리아가 의기투합하여 마련한 공연으로, 국악계에서는 이미 작곡, 평론, 기획, 연출 등 베테랑 국악인으로 알려진 유은선씨가 합류하여 기획부터 해설, 연주까지 진두지휘하며 화제를 모으는 공연으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은선 해설가: 네,  감사합니다.  지난 10월 22일 밤 순화동천에 한 사람 두 사람.. 삼삼오오 어린 학생에서부터 중장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객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지난 8월에 이어 두 번째로 준비한 ‘유은선의 가인정담(佳人情談)Ⅱ-거문고와 가곡의 ‘가을풍류’ 공연을 보기 위한 발걸음들이었는데요, 연주를 기획하는 입장에선 늘 관객이 얼마나 올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뜻밖의 성황에 너무 기뻤습니다.
 
특히 이 날은 보통 지인들과 가족들로 가득 메워지는 일반적인 국악공연장과는 다르게 한 눈에 봐도 다양한 계층의 관객들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더더욱 이 날 공연은 매우 전문적인 프로그램이었기에 과연 관객들의 반응도 어떨지 매우 궁금하였는데요 소공간의 객석이 가득 차서 연주전부터 열기가 전해져왔습니다.
 

탁: 어떤 작품들이 연주되었나요?
 
유: 첫 곡은 정악 ‘하현도드리’로, 이 곡은 거문고 독주곡의 백미로 손꼽히는 저음역대에로 연주하는 음악입니다. 3분여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매우 강인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한 곡이었지요. 두 번째 곡은 전통음악 중 가장 느리다는 이수대엽인데, 일반인들이 이론적으로 ‘정가(正歌)’라는 것이 가곡, 가사, 시조 세 가지의 성악곡을 묶는 정도까지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 공연 현장에서 이 세 가지 장르의 노래를 비교해서 듣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이 부분에 대한 기획이 좋았다는 평을 받기도 하고, 다소 어렵게 느껴졌지만 정신을 집중할 수 있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보통 메트로놈에는 가장 느린 속도가 40이지만, 이수대엽은 1박 20 정도 속도로 노래한다는 정보를 줘어 관객들로 하여금 충분히 각오(?)를 하게 했는데, 이수대엽의 노랫말을 띄워줘서 곡이 어느 부분을 연주하는지 직접 알게 하고, 3장 이후에 간주가 들어간다는 설명을 한 덕분이었는지 관객들은 잘 호흡하며 감상하였습니다.
 
관객은 퓨전 아닌  전통 오리지널을 원했다 
 
탁: 프로그램이 출발한지 고작 2회인데 이렇게 반응이 있을 거란 예상을 하였나요?

유: 희망사항이었습니다. 2018년도에 7회에 걸쳐 월 1회의 상설공연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매 번 100석 중 50명 관객을 채우는 것도 많이 힘들었습니다. 이 곳은 120~130석까지도 가능한데 과연 일반 관객이 얼마나 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좋은 공연은 좋은 관객이 찾아온다는 신념을 가지고 공연을 기획했는데, 이번 공연을 준비하며 타 공연과 분명한 차별성을 두고자 하였습니다. 보통은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으로 퓨전국악을 연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악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공연이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 국악에 입문하고 나면 국악의 원형을 만나고 싶어 하는 관객들이 있다는 걸 알기에, 국악에 막 입문하는 초보자들보다는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들었던 관객들을 대상으로 기획한 것이 관객들의 수요와 맞아 떨어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보완하였고, 악기 그림을 통해 악기의 역사와 악기모양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실제 악기를 통해 곧바로 음색을 확인하게 하고, 궁금해할 만한 것을 바로 바로 관객들과 소통하면서 감상에서 낙오(?) 되지 않도록 배려를 한 것이 좋은 공연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하하하~
 

탁: 듣고 보니 관객이 없는 것이 아니라 관객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는가 하는 반성도 나오는데요,  워낙 좋은 해설로 끄는 매력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다음 레퍼토리는요?

유: 아이고, 부끄럽습니다. 가곡에 이어진 가사‘상사별곡’과 평시조‘청산리벽계수야’는 여류가객 강권순이 직접 서로의 차이점을 설명한 후 감상할 수 있어서 더욱 집중도를 높였습니다. 이어서 오경자의 신쾌동류 거문고산조는 30분 정도 연주되었는데, 오경자씨의 거문고실력은 워낙 유명합니다. 저와는 다스름실내악단을 함께 활동하면서 익히 그 실력에 감탄해 왔는데, 장쾌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선율이 마치 오케스트라를 거문고 혼자 표현하는 듯한 대단한 연주력을 선보였지요. 긴 시간의 연주인만큼, 장단의 이름을 순서대로 적어 놓아서 장단의 변화를 함께 느끼면서 관객들은 좀 더 연주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객 강권순, 거문고 오경자  반주 신원섭, 무대 완전 장악
 

여기까지가 본 프로그램이었는데, 아무래도 어려웠을 겁니다. 그래서 어려운 음악을 잘 들어준 관객들을 위하여 조금 편안한 창작곡을 앵콜로 준비했었는데, 거문고로는 ‘출강’이라는 창작곡을, 그리고 저의 작곡인 ‘여인별곡’과 강권순씨가 불러서 더욱 널리 알려지고 강권순씨를 스타로 만들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산천초목(제주민요. 조영배 편곡)’을 연주했습니다. 노래반주는 제간 건반을 연주했습니다.
 
탁: 우스게 소리로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셨군요. 하하하~
 
유: 그런 셈인가요? 하하~ 전체 객석 120~130석 규모의 공간에서 펼쳐지고 있는데요, 이 날 유료관객이 100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국악 공연에서는 보기 드문 성황을 이룬 셈이죠. 이런 상황이 왜 일어난 것인지 생각해 보면, 아마도 그동안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서 대중취향 중심의 ‘쉬운 국악’으로 저변을 확대해 온 기반 아래, 이젠 한 단계 업그레이드, 혹은 업데이트 하고 싶은 진정한 매니아층이 생긴 것은 아닐까 합니다. 상당히 반갑고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소 어렵긴 하지만, 도전이 없는 한 한 발자욱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듯이 이런 기회가 감상자 입장에서도 자신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매우 중요한 일이란 인식이 공유된 것 같습니다. 사실 그러고 싶어도 마땅한 공연을 찾을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최적의 공연이 타이밍과 맞아 떨어진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탁: 이 기획이 한길사와 파버카스텔, 두 기업의 대표들께서  소문난 메니아시고 탄탄한 소비층을 갖고 있는 기반이란 점도 간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타 기업들의 문화 참여에 도화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유: 공연을 공동으로 기획한 한길사 김언호대표님은 ‘8월에 이어 10월 공연이 성황을 이루니 12월 공연도 기대 된다’고 하셨습니다. 파버 카스텔 이봉기 대표님 역시 ‘다음 공연도 부담을 갖기 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하여 다함께 국악을 즐기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는 소회를 밝혔지요.
 
 또한 ‘오디오 가이’ 최정훈 대표는 블로그를 통해 ‘여창가곡에서부터 가곡, 가사, 시조, 그리고 앵콜의 민요에 이르기까지 각 음악들의 차이를 들어볼 수 있도록 섬세하게 만들어진 공연이었습니다. 올해만 해도 오디오가이 스튜디오에서 김청만, 이태백 같은 여러분들과 함께 국악 녹음을 하여 들어보았는데 신원섭이라는 젊은 고수의 솜씨도 제게는 큰 놀라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저 역시 공연이 끝나고 나니 마음이 정말로 후련해진 상쾌한 공연을 치룬 가을 저녁이었습니다.’라는 글을 올려주셨습니다. 이런 전문가분들의 호평을 들으니 더욱 힘이 납니다.
 
탁: 모든 공연은 관객으로 향하기에 이들의 반응이 곧 공연 존재의 이유이자 끝이란 점에서 기획, 진행 전 과정이 마음을 움직인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유: 네 공연을 하면서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소비자인 관객의 정확한 요구를 읽고 그 가려운 곳을 잘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관객 중 김영호님은 ‘어려운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자료를 보고 해설을 들으며 감상하니 많은 공부가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8월 공연도 관람했던 안승준님은 ‘국악에 대한 깊은 멋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는 평을 남겨 주셨습니다.
 
우리가 국악 대중이라하여 너무 포퓰리즘 시각에 닫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깨달음을 얻은 것은 큰 수확이라고 봅니다. 관객들의 목마름을 잘 풀어서 ‘순화동천’이 국악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강북에서 강남으로,  화린 K-Classic Hall 초청하고 싶어요  
 

탁: 저도 이번에 강남 역삼동 근처에 100석 규모의 ‘화린 K-Classic Hall’을 기업에서 만들어 주셨는데, 이 공연이 강북에서 강남으로 날아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스케줄은요?
 
유: 탁선생님께서는 이미 클래식 쪽에서 국악에 접근해 클래식과 국악의 융합으로 칸타타 ‘송 오브 아리랑’,  ‘한강’, ‘동방의 빛’, ‘조국의 혼’ 등으로 관객층을 확보하고 계시니 저희야 그렇게 하면 너무 좋지요. 이런 뜻을 연주가들에게 전하는 것은 국악의 지평이 넓혀지는 것이어서 너무 기쁜 일이라고 봅니다. 세계 브랜드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어서 국악 쪽에서도 크게 환영하고 있습니다.
 
다음 공연은 12월 17일, 한예종 전통예술원 김정승교수의 대금과 안숙선 명창의 수제자인 이선희명창의 춘향가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지속적인 성원을 부탁 드리며 인터뷰에 감사드립니다. 
 
 탁: 우리의 보석인 국악이 새 옷을 입고 현대인들에게 위안과 치유로 마음의 풍성함을 갖게 하는 음악회로 더 널리 확산되고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musicta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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