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리뷰] 심청, 현대의 옷을 입고 어디로 날아갈까?
[탁계석리뷰] 심청, 현대의 옷을 입고 어디로 날아갈까?
  • 탁계석 비평가
  • 승인 2019.10.24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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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틀 부수고 융합의 성공(成功) 아이콘으로 부상(浮上)

[서울=내외뉴스통신] 탁계석 비평가회장

작품이 준 단원들의 응집력 자신감으로 살아나 

어떤 경우든 틀을 부수고 새롭게 만드는 것은 어렵다. 그 틀이 견고한 전통의 깊은 뿌리를 가졌을 때 더욱 그러하다. 이번 춤. 극 ‘심청’은 파격의 창조성이 돋보인 예술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작품이다. 춤이 경계를 넘어 극(劇)과 만나고, 음악이 경계를 허물고 양악과 국악이 조화했다. 극적(劇的) 긴장과  해학, 청이와 심학규가 펼치는 부정(父情)의 칸타빌레는 청중을 승화된 미학(美學)에 몰입시킨다.

‘고전 심청 현대와 마주하다’의 2019 전남도립국악단 (10월 11일~12일, 남도소리울림터)의 정기공연은 지역 예술단으로 모처럼 우수한 작품 개발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 보인 점에서 주목이 갔다. 

정길만, 조정수, 이주영 트리오의 호흡이 절묘 

우선 정길만 연출, 안무의 심청에 줌 인(Zoom In)한 앵글이 오늘의 사회상을 관통하면서 작품은 생기를 얻는다. 효(孝)에 순응했던 봉건적 사회가 아니라 자살을 막지 못한 사람들의 저항과 분노가 격동적으로 나타난다.

바로 오늘의 우리 자화상이자 아픈 상처다. 여기에 조정수 작곡가는 하이톤의 괴성과 현대음악의 개성적 기법들이 총동원되어 절정감을 고조시킨다. 시작부터 강한 긴장으로 청중을 끌어당긴다. 스트라빈스키나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뛰어 넘어 우리도 ‘불새’를 넘어, 심청 무용 음악으로 세계와 소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다.

조지휘자가 서양음악에 정통한 것뿐만이 아니라 국악관현악단을 오랫동안 조련한 탓에 양쪽의 융화가 감각성을 높인 것이다. 극(劇)의 스토리 전개 역시 한 순간 놓치지 않은 긴장과 이완, 전통 판소리로 눈가를 적시게 하고, 익숙한 가락들로 흥을 푸는 등 능수능란했다.

심청과 심봉사의 애련한 테마는 마치 뮤지컬의 한 넘버처럼 친숙하다. 공연 시작 전에서부터 배경음악으로 깔아 놓은 치밀함도 보였다. 심청 정운선의 기량도 뛰어나 심작가 최윤선과의 호흡이 절묘한 앙상블을 이뤘다.

그러니까 정길만과 조정수, 대본가 이주영이 중앙국립극장 시절에서 서로를 눈여겨보다 호흡을 당긴 것이어서 그 트리오의 조우(遭遇)가 남다르다. 춤 예술이 어떻게 시대의 변화를 쫓을 것인가? 고전은 고리타분하다는 대중 인식의 우려가 아니라 춤 스스로가 ‘변화’야 한다는 깨우침은 오랜 잠을 자고 있는 듯한 우리 무용의 해묵은 과제가 아닐까 싶다.

영상을 활용하면서 무대 장치는 사라졌고, 공간 활용은 자유롭다. 비용이 드는 오케스트라는 음원을 활용하면서 예산을 절감했고, 대신 몇 개의 국악기와 판소리의 절창이니 세계로 나가기 좋은 컨셉이 아닌가. 옥(玉)의 티는 음향의 사운드 균형이 좀 더 디테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고전 심청이 그 옛날 그랬듯이 오랜 세월을 흘러 오늘도 남녀노소, 아니 이젠 글로벌 레퍼토리로 공유될 것이라니 대본 이주영 작가의 역량이 뛰어났다.

이번 심청은 관객을 위한 작품이지만 그 이전에 무용단과 출연진 모두에게 작품을 하나 건졌다는, 우리가 해냈다는 힐링 자긍심을 얻은 것이 무엇보다 수확이다. 이 파격의 혁신처럼 딱딱한 행정의 틀도 깨트려진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지역 향토성 기반의 콘텐츠 세계 출시 가능성 열어 

바야흐로 지역의 향토성 기반의 개성적 작품 만들기가 예술의 새 지평을 열어갈 것이란 점은 희망이고,  사회 혼돈 속에서 뽑아낸 신선한 에너지의 분출이었다. 중앙무대를 거쳐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이유다.

‘내가 열심히 사는 것이 잃어버린 사람을 사랑하는 길’이란 작가의 메시지는 오늘의 우울과 절망에 던지는 한줄기 빛이다. 당당한 심작가의 발걸음이 무거웠던 마음을 풀어주는 엔딩 역시 패션쇼처럼 상쾌했다. 극장 밖을 나서서도 심청의 테마가 입가에 남는다. 성공작이다.

musicta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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