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내외뉴스통신] 김경현 선임기자 = 공원과 가로수에 내려앉은 가을이 아니라, 도심에서 비켜나 바람 잘날 없는 세상살이를 잠시 접어둘 수 있는 가을을 찾아 길을 떠난다. 어디가 좋을까, 고민 끝에 찾아간 곳은 천년 고찰 흥국사.

고양시 덕양구 지축동에 위치한 흥국사는 661년 신라 문무왕 원년에 원효대사가 상서로운 기운에 이끌려 산을 걷다 약사 부처님을 발견해 그 자리에 흥성암(興聖庵)을 세웠고, 조선시대 영조가 약사 부처님의 원력으로 나라를 부흥시키겠다는 일념으로 사찰 이름을 ‘흥국사’로 고쳤다고 전해진다.

한 무리 관광객이 지나고, 연세 지긋한 노부부의 뒤를 따라 둘러본 흥국사의 가을은 천년 고찰의 기품과 함께 소담함이, 그리고 도심의 시간과 달리 느림을 담고 있었다.

맑은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나무들 사이로 가을바람이 지나간다. 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가을을 담아내는 건 나무들이고, 가을에 물드는 건 사람들이다.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세상살이 나무처럼 묵묵하게 세월을 마음속에 새길 수 있다면, 우리들 삶도 언젠가는 가을처럼 빛나지 않을까.

파란의 세월을 이겨온 나무들은 이제 머지않아 안으로 생명을 숨기고 동면에 들 테다. 하지만 그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그것은 깨달음을 향한 무언의 수행임을 가을바람이 나직이 귀뜸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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