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합창대제전 창작으로 신선했다

[서울=내외뉴스통신] 탁계석비평가회장

탁계석 평론가: 지휘자협회가 창립 20년이 다가왔군요. 소회(素懷)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이판준 이사장:  네, 2000년 6월 6일에 창립되었으니, 참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대한민국 합창계를 이끌어 오신 나영수, 윤학원, 유병무 선생님을 비롯하여 김명엽, 오세종 선생님 등 선배 지휘자들께서 너무 많은 수고와 땀으로 이끌어 주셔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드리면서, 앞으로 더욱 기폭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탁: 엊그제 롯데콘서트홀에서의 ‘2019 대한민국합창대제전’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신곡(新曲)을 위촉하고, 그래서 새 메뉴들을 듬뿍 들고 나오셨는데요.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것 같군요.
 
이: 합창예술에도 순수한 한국미의 정서가 담겨있는 창의적인 작품의 발굴이 긴요한 때가 왔다고 봅니다, 우리 말을 통해 우리 민족의 삶의 모습들을 작품에 담아야 하니까요. 이건 제가 이미 2002년도에 대구에서 대한민국창작합창축제 조직위원회를 태동시켜, 줄기차게 작업을 한 축적된 경험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 때에도 나영수 교수님을 위원장으로 모시고, 전국적인 대규모 창작합창축제를 했는데 매년 초연(初演) 창작 합창곡이 수백 개가 나왔죠. 사실 외국곡이나, 종교 음악 들의 곡이 학구적이고, 수준 높은 예술성을 가진 것들이 많지만, 이제는 우리 작품을 세계에 널리 알려야 하는 때가 왔거든요.
 
더 실기(失機)하지 않고 지금이 적기(的期)라는 판단에서 감행한 것입니다. 극장 로비에서 만난 많은 분들이 한국 합창음악의 비약적 성장에 놀라면서 외국 작품만 했을 때 내용을 알 수 없는 갑갑함이 풀렸다며, 너무 좋은 작업을 했다며 큰 격려를 주셨습니다. 이로써 23곡의 순수한 우리말의 창작 합창곡이 탄생하였죠.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탁: 사실 유행가만 시절을 타는 게 아니라, 합창곡도 그 때 그 때 마다의 정서가 있지 않습니까. 오래 전에 불렀던 '냉면'이라던가. ‘여자보다 귀한 것은 없네’ 등 너무 많이 불러 식상한 곡들은 자연스럽게 밀려 나기도 했고요?

이: 이제는 우리 작품 경쟁력 충분히 확보했습니다. 오히려 관객들이 우리 작품에서 통하니까요. 가난한 시절 우리 작품이 없었고, 그래서 외국 작품에 의존했지만 지금은 아니거든요. 문제는 인식이죠. 1980년대 이후 외국에서 작곡과 합창지휘를 전공하고 돌아오신 분들의 활동 영역이 점점 확대되면서 합창계에도 새로운 기류가 형성되었습니다.

지휘자 중에는 작곡가도 있게 되고, 당연 창작이 많이 늘어나면서 관객의 입맛이 변한것이죠. 세련된 음악기법과 생명력 있는 작품성의 곡들이 우리 청중은 물론 세계 합창제에 나가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니까요. 

탁: 교회와 공연장을 관객 편에서 보는 입장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셨는데요. 

이: 그렇지요. 음악은 동서고금을 통해 발생 자체가 종교와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죠. 또 합창 단원들과 지휘자의 입장에서는 종교 활동을 열심히 하는 분들이 대다수인것도 사실이고요. 그러나 이제 합창 도입기가 아닌 만큼 일반 대중들이 모이는 콘서트장에서, 특히 합창대제전에는 축제로서의 흥과 희노애락이 있어 청중과 호흡하는 열린 합창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각자 자기 곡 알아서 들고 나와 발표하는 것 보다. 테마도 정하고, 뭔가 통일성과 스토리텔링이 이뤄져 합창이 이렇게 달라졌다는 반응을 끌어내야 한다고 봅니다. 

탁: 공감합니다. 이번에 청중 반응이 정말 좋았습니다. 작곡가는 어떻게 선정하셨고, 앞으로  참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이: 많은 분들께서 듣기 편하고 이해하기 쉬워서 너무 좋았다고들 하십니다. 역시 우리 곡의 가능성과 우수성이 잘 표현된 곡들이 많이 나온 것 같습니다. 작곡가 선정은 전적으로 지휘자님들에게 일임하였고, 평소 눈여겨보았거나 작품성을 파악한터라 좋은 합창곡들이 많이 연주될 수 있었습니다.
 
'획기적 합창' 제 2탄으로 '혁신적 합창 심포지움'  

탁: 저는 K-Classic을 하는 입장에서, 이미 오래 전에 탄탄한 기반을 구축한 '획기적 합창'의 제 2탄으로 '혁신적 합창', 그러니까 국악, 양악의 기술적 융합의 합창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지난 8월 세계합창에서도 보니까 각 나라들은 고유의 사운드와 의상, 아주 매력적인 것들로 창작 고유성(固有性)이 잘 뿌리 내린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가 너무 한쪽 스타일에 경도(傾倒)된 것 같고, 그 획일화 합창을 이제는 벗어나는 창의(創意)가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꼈거든요. 
 
이: 네, 정말이지 저도 한국합창음악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하여 국악과 함께 어우러지는 한국 창작 합창은 꼭 시도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물놀이와 합창음악, 국악기들과 합창음악 등의 시도는 있었지만, 적극적인 작품들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다양한 국악 리듬, 국악기와 함께 융합의 합창음악이 절실한 현실입니다.

문화예술위원회 현장 목소리 정책에 적극 반영한다  

각 지역 소재의 특성을 살리는 것을 위해 심화, 연구가 절대 필요하지요. 그래서 말씀하신대로 “혁신적인 합창 심포지움”을  만들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도 과감한 투자를 해 준다면 지원의 방향이 잘 살아 날 것으로 봅니다. 
 
탁: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스템이 확 바뀌었습니다. 좋은 제안은 충분히 받아들입니다. 창작 지원이 7: 3으로 바뀐 것 뿐 아니라, 현장 목소리를 경청해 정책 변화로 이어지는 자세 변화가 왔기 때문이죠. 우리 지휘자들과 작곡가들의 능력이 향상된 만큼 사회적 대접도 현실에 맞게 조율되도록 지휘자협회가 더욱 노력해주시길 바랍니다.
 
이: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홀대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번 대한민국합창대제전에 작곡가, 지휘자님들께 과감히 두 배 이상 올렸지만, 그래도 부족함은 어쩔 수 없어서 마음 한 구석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광고 협찬, 후원회장 등 혼자서 뛰다보니 어렵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임기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합창을 이끄는 지휘자, 작곡가의 역할이 방향 제시 

탁: 국악 쪽은 해외 러시가 많아졌고, 합창도 세계로 나갈 기회가 많이 열리고 있는데요. 합창 세계화의 구상은?
 
이: 불과 100여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초창기 선구자들이 이룩한 바탕위에, 해방 후 가속화된 음악 교육의 열기에 힘입어, 전통 음악인 국악과 더불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세계적인 작곡가, 지휘자 그리고 연주자가 지속적으로 배출될 것입니다.
 
한국 합창음악의 역사적 재정비와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선 지휘자의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작곡가 역시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주체인 만큼 이들이 집중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드려야 합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들이 세계를 지배할 날이 온다는 것을 명심하고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탁: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대한민국 군가합창단을 직접 볼 기회는 없었지만, 아마추어 합창의 확장이란 점에서 반향이 좋은 것 같습니다. 
 
이: 대한민국군가합창단은 예비역 장성들이 40% 정도이며, 국가안보의 일선에서, 산업 현장에서, 그리고 교육, 언론, 관계, 문화계 등에서 오랫동안 일해 왔던 역군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연령대가 30-70대까지 나라와 군을 사랑하고, 이웃과 벗들을 늘 생각하는 소박한 마음을 가진 분들입니다.
 
금년 10월에 각자 경비를 각출하여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해이자 6.25전쟁 70주년의 한 해 전인 지난  10월 중에는 6.25전쟁 참전국에 대한 감사·보은 위문공연을 계획하였지요. 참전국인 네델란드․ 벨기에  참전비 방문, 참전용사 및 가족들과 식사 및 기념품전달과 소 음악회와 이준열사기념관 방문 격려금을 전달하였고, 미국 다음으로 최대 물자지원국인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국방부 관계자, 교민을 위한 감사공연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탁: 동호인 지휘자들에도 협회가 문을  개방한다면, 수준 향상과 더 큰 조직으로서 힘을 발휘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빠른 시일 내에 동호인합창단 지휘자, 전공 학생, 합창을 사랑하는 일반인에게도 문호(門戶)를 개방해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합창계가  새로운 출발을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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