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법률산업은 지식이 거의 전부, 시장에 상당한 변화를 줄 것”

[내외뉴스통신] 조영민 기자 = 인공지능(AI)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딥러닝, 빅데이터 등으로 무장한 AI는 단순 노동, 간단한 예측을 넘어 경험, 감정, 양심 등이 반영되는 법률 분야에서도 활약할 수 있을까.

리걸테크 기업 ‘로이어드’(Lawired)의 손수혁 대표 변호사는 “법률산업은 지식을 찾고, 배열하는 것에서 부가가치가 창출되는만큼 데이터 대량화에 따라 산업의 형태가 획기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습니다. 너무 낙관적인지도 모르지만, 데이터 활용에 따라 브로커, 전관예우, 높은 수임료 등 국내 법조 시장의 고질병을 치유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법률 분야의 인공지능 활용 방안에 대한 연구는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미국 캐털리스트 인베스트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미국 법률 서비스 시장 규모는 4370억달러(약 480조원)이고, 이 중 리걸테크 시장의 규모는 160억달러(약 18조원)다. 전문가들은 이 분야가 3년마다 1.5배씩 성장할 수 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손 대표 변호사는 "계약서 등 법률 서면을 자동으로 작성해주는 프로그램은 흔한 일이 돼가고 있고, 재판과 수사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된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뉴욕의 100년 전통 로펌인 ‘베이커 앤드 호스테틀러’에 채용돼 화제를 모았던 인공지능 변호사 ‘로스’는 초당 10억장의 판례를 검토하며, ‘콤파스’는 법정에서 폭력 사범인 피고인의 재범 가능성을 분석해준다.

국내에서도 인공지능 바람이 불고 있지만 아직은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산업에 대한 인식 부족과 각종 규제, 판례 등 법률 데이터 비공개 원칙 등이 리걸테크 성장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리걸테크 산업 발전을 목적으로 한 법률 개정안이 입법 추진되는 등 AI에 대한 법조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일부 법률사무소와 스타트업도 AI를 기반으로 한 법률 서비스 제공에 나서고 있다.

국내 대표 리걸테크 기업인 로이어드는 2018년부터 인공지능을 활용해 지급명령 신청서를 자동 작성하고 법원에 제출하는 ‘숲’(SOOP)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지급명령은 어떤 사람으로부터 돈을 받아야 하는 채권자가 법원에 해당 내용을 기재해 신청서를 제출하면 법원이 이를 검토해 상대방인 채무자에게 돈을 지급하라고 명령하는 제도로 민사소송법상 독촉 절차에 해당한다.

손 대표 변호사는 "지급명령 신청은 별다른 증빙서류 없이 신청서만 작성해 내면 되기 때문에 절차가 간단하고 가장 일반적인 대여금을 비롯해 용역 및 물품대금 등의 영역에서 두루 쓰인다"며 "하지만 막연히 신청서 작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해 수백만원의 법률비용에 미치지 않는 금액의 경우 지레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안타까워 헀다.

‘숲’은 이용자가 이해하기 쉬운 몇가지 질문에 응답하면 신청서가 자동으로 작성되는 서비스다. 질문은 인터넷 사이트 회원가입 수준으로, △얼마를 빌려줬나 △언제 빌려줬나 △언제 돌려받기로 했나 등의 질문에 답변을 작성하면 지급명령 신청서가 자동으로 만들어진다. 비용은 한 장당 5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손 대표 변호사는 리걸테크의 핵심은 “법률이나 판례 등의 각종 데이터를 어떻게 분해하고 재결합할지 그 방향을 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단순히 법률 문턱을 낮추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변호사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역시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같은 이유로 로이어드는 최근 변호사간 재판 복대리를 중개하는 서비스 ‘복대리’도 개발했다. 복대리는 의뢰인으로부터 직접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가 의뢰인의 동의 하에 다른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해 재판 출석 등 사건의 일부를 지원하도록 하는 제도다.

변호사들은 이 서비스를 통해 이미 문서를 통해 진술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형식상 먼 지방의 법원에 출석을 해야 하는 고민을 해결하고 있다. 현재 ‘복대리’ 앱에는 수백명의 변호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손 대표 변호사는 “요즘 변호사 시장이 어렵다는 말이 많다. 복대리 위임은 수임사건 전체에서 보면 작은 부분에 불과하지만, 이런 작은 부분의 교환이 활발해지면 그만큼 시장의 부가가치는 창출되는 것”이라며, “법조시장이 좀 더 개방적, 역동적으로 변화하는데 도움이 되고싶다”고 말했다.

한편 리걸테크는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정보구실을 바탕으로 한 법률 서비스를 말한다. 

 

dtn@hanmail.net

내외뉴스통신, NBNNEWS

기사 URL : http://www.nb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66775

저작권자 © 내외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