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받는 작품 나와야 오페라 꽃 핀다

[서울=내외뉴스통신] 김예슬기자

‘코리아가 문화강국으로 떠올랐다’ 영국 언론들이 보낸 찬사다. BTS 한국 최초의 빌보드 어워드 '톱소셜 아티스트 상' 수상, 3년 연속 트로피. K-Pop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칸 영화제, 골든 글로브, 영국 아카데미 그리고 이번 오스카 4개 부문 석권의 봉준호 감독이다. 순수 분야인 오페라는 어디까지 와있을까? 탁계석 회장의K-Classic, K-Opera는? 

극장과 제작에 변화가 오고 있다

김예슬기자; 우리 문화의 탁월성을 세계가 인정하면서 한국문화에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데요.

탁계석 K-Classic 회장: 김구 선생님께서 기뻐하실 것 같습니다. 오래전에 예언하셨고, 갈망하시면서 우리에게 꿈을 잃지 않게 하셨으니까요. 군사적으로는 미,소,중에 밀린다 해도 문화는 강국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타 장르에 확산은 물론 시너지 효과,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봅니다.

김: 방탄이나 기생충, 특징이 모두가 민간의 창의성과 투자가 결합된 형태인데요.

탁: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축적된 역량이 어떻게 분출되는가? 지속적이면서도 탁월성이 계속 방향을 몰아가면서 한방 터지는 것 말이죠. 공공(公共)에서는 이게 참 어렵거든요. 좀 할 만하면 다음 사람에게 바톤을 넘기면서 끊기고 맙니다. 개인 투자가 거의 없는 순수분야는 그래서 한계가 있고, 국가 예술단체는 시스템을 갖고는 있지만 집중력과 지속성에서 한계가 있지요.

김: 최근 공연장들마다 레퍼토리 시즌제 도입이 늘고 있고 ‘굿모닝 독도’ 등 예술의전당도 자체 기획에 돌입했는데요, 동시에 각종 지원기관의 전문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반응인 것 같습니다.

탁: 상당한 변화죠. 국립극장에서 출발한 시즌제가 경기문화재단. 부산문화예술회관 등으로 확산 추세인 것은 콘텐츠 경쟁이 본격화된 것을 의미합니다. 소비자의 문화 욕구가 높아졌고 따라서 극장들이 오랫동안 서양 수입품을 민간기획사들에 의존했던 것에서 한계가 왔으므로 뛰어 들지 않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뮤지컬도 수입품이 높은 저작권료 주고 과다하게 들여오면서 한계 상황에 차버려 기획사 역할이 축소되고 있죠.

김: 올해가 창작오페라 70주년입니다. 과연 오페라가 몇이나 있느냐? 볼멘 목소리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올해의 창작 동향은 어떠합니까?

탁: 제가 2년 전에 창작오페라 10년사를 정리했는데요, 그래도 70년 동안 꾸준하게 많이 만들었지요. 다만 지속적으로 물고 늘어져 완성도를 끌어 올리는 작업에서 크게 부족했어요. 대부분 한 번 올리고 만 것입니다. 말했듯이 국립오페라나 시립에서는 초연 후 지속하는 시스템이 없어요, 예산도 그렇고요. 그 사이 단장이 바뀌고 또 바뀌고. 국립오페라단 10년에 단장이 다섯분이나 바뀌었으니까요.

계속 공회전을 해오면서 단체 운영 자체가 어렵다 보니 창작에 집중도 관심도 말에 그치고 말았죠. 창작 개인이 한 번 올리는 것 정말 힘들고 100%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데 이걸 누가 하겠어요. 국립 역시 10년 애태우다 지난해 1945 하나 건졌는데. 돈도 돈이지만 창작 좋은 작품 쉽게 만들어지지 않음은 지난 70년 역사가 이미 성적을 내 놓은 것이죠.

스크린 쿼터 오페라 쿼트도 도입해야

그러다 보니 작품수는 그래도 많다지만 국민들에게 알려진 작품이 없어요, 영화와는 스크린쿼 트로 승기(勝機)를 잡았죠, 지금은 외화에 역전이 아니라 세계 시장을 한꺼번에 휩쓸게 되었으니, 참 천지개벽 같은 상황이 온 겁니다. 모두 스크린 쿼트가 한국영화를 키운 것이죠. 우리도 만시지탄 이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보세요. 부끄럽지만 아직도 현제명의 ‘춘향전’ 사랑가만큼 알려진 아리아 하나가 없다는 게 현실이거든요,

김: 성악가의 기량은 세계 최고이고 또 세계극장에서 많이들 활약하는데 한국오페라 환경의 척박함의 근본적 개선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탁: 그간도 수많은 세미나, 토론회를 했어요. 늘 원점(原點)에서 빙빙도는 것은 이걸 개인이나 몇 몇 단체가 할 수 없다는 거에요. 한 마디로 컨트롤 타워 부재에요. 종합예술의 특성상 개인이 아무리 똑똑해도 전체를 유기적으로 잘 돌아가게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극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게 없으니 자기 구장(球場)도 없는 곳에서 프로경기 만들 수 있겠어요?

민간과 공공이 서로 겉 돌면서 한 바퀴가 되어 돌아가지 않으니까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겁니다. 토론 결과를 정책과 예산에 까지 연계해서 풀어가는 실무 전문팀이 있어야 합니다. 혼자서 뭘하겠습니까.

여기에 작품의 완성도 역시 계속 올리고 내리는 용광로가 있어야 합니다. 즉 창작 공장시스템이 있어야 열정도 식지 않고 노하우가 축적됩니다. 오페라인들은 이 문제를 다 알고 있기는 하죠. 서로 겸허한 자세로 예술 역량을 집결시키고 세계 시장 개척이란 높은 목표점도 제시해야 합니다.

김: 탁회장님께서 하시고 있는 K-Classic ‘칸타타’ 부분은 상당히 성공한 것이라고 평가하는 것 같은데요.

탁: 다행스러운 실적 결과입니다. 지난 10년 가까이에 칸타타 ‘한강(임준희, 2011년)’, ‘송 오브 아리랑(임준희, 2012년)’, ‘조국의 혼(오병희, 2018년)’ , ‘달의 춤(우효원, 2018년)’, ‘동방의 빛(오병희, 2019년)’, ‘태동(우효원, 2019년)’이 나왔는데 관객의 반응이 뜨거웠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가장 널리 공연되고 있으니 기쁜 일이죠. 이게 모두 저와 함께 작업을 해주신작곡가님들 덕분으로 그 분들께 영광을 돌립니다. 

김: 작품 마다 성공의 비결은 무엇입니까? 창작 마이더스의 손이라 불리겠어요.

탁: 과찬이십니다. 과녁을 맞추는 양궁도 그렇지 않습니까. 올림픽선수 나가는 분들의 실력이그냥 만들어지지 않죠. 컨셉이 명확하게 관중을 뚫어야 합니다. 기록을 보고 선수를 뽑듯이 작품도 그 사람의 전작(前作)들을 살펴야 합니다. 선수와 선수가 만나 작품에 호흡하는 것이 핵심이죠.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처럼 말이죠, 그리고 작품의 스텝들 역시 영화의 캐릭터처럼 하나하나 감독의 눈빛이 스며들어야 합니다. 이런 숨막힐 듯한 예술적 에스프리가 녹아 들지 않는 시스템은 오작동이죠. 근자의 라벨라오페라단(예술감독: 이강호)이 제작에서 이같은 호흡을 맞추고 있어 주목합니다, 좋을 결실을 기대하는 것이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카데미, 세종 카메라타 창작 산실 서서히 효과  

김: K-Opera 방향성은 무엇입니까?

탁: 그간 우리 오페라의 해외 공연사를 보면 우리가 모두 들고 나간 것들입니다. 국립의 경우 ‘천생연분’이 가장 많이 나갔고 호응도 좋았죠. ‘황진이’는 민간오페라단이 해서 많이 돌았고, 개인 오페라단들은 현제명 ‘춘향전’이 많았어요. 이순신도 있었고, 근자에 대구 오페라하우스도 나갔지만 대부분 우리식 자화자찬인 셈이죠.

이제는 유럽에서 객관적 평가를 받는 작품이 나와야 할 때입니다. 정말 좋은 작품이 나와 K-Opera 유럽 직항(直航) 개설이 목표이자 꿈이죠. 그러니까 유럽극장의 초청을 받는 작품이 나오면 이게 가장 빠른 한국오페라 시장개척이라고 보는 겁니다. 그래서 첫째도 작품, 둘째도 작품, 셋째도 작품이어야 합니다. 요즈음 연출, 무대 등은 상당히 높아졌거든요, 아직 대본이 이태리처럼 전문 작가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연극에서 오페라의 중앙으로 깊이 들어오고 있는 느낌입니다. 아직은 연극 냄새에서 완전히 벗어 나지는 않았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매우 희망적입니다.

엊그제 창작 오페라 ‘김부장의 죽음’, ‘까마귀’. 역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세종카메라타가 창작 산실(産室)을 통해 준 경험들이 본격적인 괘도에 진입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했어요. 이어서 국립오페라단의 창작 '‘빨간 바지'’와 '‘레드 슈즈’가 있으니 비교해 볼 수 있는 것도 관객에겐 흥미죠. 또 하나 중요한 게 관객 개발입니다.

유럽은 극장에 가득인데 우린 관객에 실패했어요. 원인이 많죠. 가격도, 작품도, 마케팅도, 현실의 고민들이 비빔밥이 되어 엉켜 있으면서 관객들을 끌어 들이지 못했어요. 적어도 90년대 경기 좋을 때 이게 됐어야 하는데. 솔직히 요즘 상황에 오페라 떠들기도 좀 뻘쭘한 기분아닙니까?

그래서 우리 오페라 살리려면 본 고장에서 평가 받아 초청되는  분위기의 반전(反轉)이 필요합니다. 온 힘을 다해 한방 터지는 것에 운명이 달린 것이죠. 딱 한 작품만이라도 건지자는 겁니다.

김: 6섯 작품의 칸타타 성공이어서 기대를 갖게 합니다.

탁: 네, 성원 감사합니다. 저는 제작자가 아니기에 사업은 하지 않습니다. 호흡을 나눈 최고의 작곡가들과 공감의 작업을 위해 서로 눈빛 호흡을 나누면서 집중하는 것이 그래서 행복합니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 늘 제가 화두(話頭)로 삼는 말이죠. 인터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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