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ㅣ내외뉴스통신] 김경현 선임기자 =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한 말이고, 많은 국민들을 기대에 부풀게 했던 말이다. 하지만 조국(曺國) 사태와 6·13 지방선거 청와대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문 정부의 속살은 달라보였다.

21대 총선을 40여일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수선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고양시(갑)에 문명순 후보를 단수공천했고 나머지 3개 지역구는 주민과 지역 당원의 의사와 관계없이 전략공천(을·한준호, 병·홍정민, 정·이용우) 함으로써 문 대통령의 취임사를 더욱 퇴색시키고 있다. 전략공천은 평등한 기회도, 공정한 과정도 없는 결코 정의로울 수 없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민주당의 하향식 공천에 맞서기 위해 미래통합당은 고양시(병)에 4선 국회의원 출신의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을 전략공천했고, 나머지는 단수공천(갑·이경환, 을·함경우, 정·김현아)했으나 갑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략공천이나 진배없다.

자족기능이 없는 일산신도시(1기)는 베드타운으로 전락해 노후화되고 있고, 그린벨트가 대거 포함된 3기 창릉신도시 발표로 지역 민심은 찬반으로 갈려 있다. 더해 요진개발(주)의 백석동 와이시티(Y-City) 기부채납 미환수 등 현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때 아닌 ‘전략공천 폭탄’을 맞게 된 고양시민들은 “고양시가 그렇게도 만만하냐”며 울분을 토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이봉은 전 제2부시장(더불어민주당, 3선 시의원 출신, 최성 전 시장 임용)이 6·13 지방선거 당시 이재준 후보의 부정·관건선거와 당선 후 자신에게 사퇴를 종용했음을 폭로한 바 있고, 폭로 하루 만에 번복하고 자진사퇴했다. 이후 9개월 넘게 공석이었던 고양시 제2부시장 임용을 두고 말이 무성하다.

임용 대상자로 최종 합격된 이가 다름 아닌 지난해 12월 고양시에서 명예퇴임한 이춘표 전 제1부시장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임명직인 제1부시장 퇴임 2개월여 만에 공개공모(?)라는 절차를 통해 정무직인 제2부시장으로 돌라오게 된 것이다.

그 과정은 이러하다. 지난해 5월 이봉은 전 부시장이 퇴임 4개월여를 남겨두고 자진사퇴한 후 장장 8개월여 동안 제2부시장직을 공석으로 비워뒀고, 이춘표 전 제1부시장이 지난해 12월 명예퇴임하고 나서 1개월여 뒤 ‘100만 대도시의 원활한 행정서비스’ 운운하며 2월 제2부시장 공개공모에 들어갔다. 공모에는 4명이 지원해 서류전형에서 1명이 탈락했고, 면접을 거처 이춘표 부시장이 최종 합격해 임용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미 이춘표 전 부시장을 퇴임 후 임용하기 위해 제2부시장직을 공석으로 비워두고 있고, 퇴임 한 달 만에 공개공모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 소문은 소문이 아닌 사실이 된 셈이고. 더욱이 특정인을 내정한 상태에서 공개공모라는 형식적 절차를 거친 게 된다. 

제2부시장에 대한 시장의 고유인사권은 공개공모를 통해 응모한 지원자 중에 평가위원들이 추천한 2명 중에서 한 명을 선택해 임용하는 것이다. 이번처럼 내정된 이를 임용하기 위해 공개공모를 하는 것은 고유인사권과 하등 관계가 없다. 그러한 행태는 결국 공개공모에 응시한 다른 지원자들을 애꿎게 들러리로 만들 뿐이다.

혹자는 말한다. 이전 보수당 소속 시장들도 다 그렇게 했다고. 그렇다면 서두에서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는 뭐란 말인가. 고양시 발표를 믿고 공개공모에 응모한 다른 지원자들은 또 뭐란 말인가. 그들은 과연 이번 결과를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과정을 거쳐 정의롭게 도출된 결과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신들은 들러리였음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분개할까.

고양시 관계자도 말한다. 공개공모를 통해 외부위원들의 평가를 거쳐 이재준 시장이 지명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형식적인 절차보다 우선돼야 할 게 바로 임용 과정의 도덕성이다. 공개공모 이전에 이미 특정인이 거론돼 왔고, 그 특정인을 임용하기 위한 공개공모였다면 시민들은 그 절차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힘들다.

그래서 생각해본다. 지난해 5월 이봉은 전 부시장이 퇴임했을 당시 이춘표 전 부시장도 사퇴를 하고, 공개공모 절차에 바로 들어갔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지금보다는 모양새가 나았지 싶다. 그리고 특정인이 내정돼 있지만 공개공모라는 절차를 거칠 수밖에 없다면, 최소한 헛된 희망을 품고 들러리를 서는 사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시민에 대한 도리일 테다. 

그랬다면 평등·공정·정의로 포장된 절차의 가림막 뒤에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표리부동(表裏不同)한 고유인사권 행사라는 비난을 그나마 모면할 수 있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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