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님, 이거 사기 되나요?"

법률상담을 하다보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에 하나다. 질문의 답은 따져봐야 안다는 것이다. 물론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전문 사기꾼에 의한 것이라면 당연 사기죄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하는 경우는 지인에게 돈을 빌려줬거나 투자를 했는데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군가 내 돈을 빌려간 뒤 계속 갚지 않고 있다. 사기죄가 되는 것일까?

-민사와 형사의 구별

'민사' 문제는 돈을 빌려간 사람이 나에게 돈을 갚을 '의무'가 있는가의 문제다. 이는 소송하면 이길 수 있느냐의 다른 말이다. 이 경우 돈을 빌려가면서 작성한 차용증이나 소비대차계약서, 혹은 돈을 빌린 사실을 인정하는 녹취록, 이체내역 기록 등이 있다면 별 문제 없이 재판에서 이겨 판결이 확정되면 돈을 빌려간 사람의 재산을 집행하여 받을 돈의 권리도 생긴다.

'형사' 문제는 돈을 빌려간 사람을 '사기죄'로 경찰에 고소하면 유죄를 받아 범죄자가 돼 구속되거나 형사처벌(징역, 벌금 등)을 받는가의 문제다.

그런데 민사와 형사는 전혀 별개다. 민사에서 자신의 돈을 빌려간 사람이 돈을 갚을 의무가 있다고 확인되더라도 형사상 반드시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 돈 빌려간 채무자, 사기죄인가?

사기죄는 법률상 '사람을 기망(欺罔)하여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로 규정돼 있다. 이는 남을 속여서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을 받아내는 경우에 성립하는 것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을 ‘속이는 행위’가 있어야 하고 피해자가 거기에 넘어가서 손해보는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인사이에 단순히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 행위의 통상은 어떠한가? 돈을 빌린 사실을 인정하면서 좀 늦었지만 갚겠다고 하는 이상 거기에 어떤 속임수가 있다고 증명해 낼 수 있을까? 그래서 사실, 이 세상에 돈을 갚지 않는 채무자들 중 사기죄가 되는 사람은 일부에 불과한 것이다.

- 사기죄는 돈을 빌려준 그 시점까지의 상황이 중요하다

돈을 빌릴 당시에는 추후 반드시 돈을 갚을 생각이었으나 갑자기 경제력이 악화되어 못 갚게 된 경우라면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내 입장에서는 생돈을 날려 억울하고 원망스럽겠지만, 과실에 의한 사기죄가 없기 때문에 본인 재산 관리상의 과실을 들어 그가 범죄자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채무자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약간의 거짓말을 하면서 차일피일 변제를 미루거나 어느 정도 연락이 두절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사기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만약 채무자가 ‘돈을 빌릴 당시’부터 사실은 돈을 갚을 생각이 전혀 없었거나, 돈을 쓰고 갚을 능력이 전혀 없었던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한다. 다만 돈을 갚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경우는 입증이 매우 어려워 실제로는 대부분 '변제능력' 유무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예컨대 채무자가 나에게 채무초과 사실을 속인 채 원래 재산은 많지만 급히 현금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해서 돈을 빌렸다면 사기죄가 되는 것이다. 혹은 별다른 재산도 없으면서 나에게 ‘다음 달에 수억 원의 이익이 발생하는데 일단 들어갈 돈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돈을 빌려 다 써버렸으나 실상 수익원이 전혀 없었던 경우에도 사기죄가 될 것이다.

- 그러면 어떻게?

우선 뻔한 얘기부터 하겠다. 돈을 빌려줄 때부터 차용증을 확실하게 날인 받고 믿을 만한 담보를 설정하고 그게 여의치 않으면 무엇보다 채무자에게 변제능력이 충분한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또한 채무자 스스로 재산이 많다거나 조만간 큰 수익이 예정돼 변제능력이 있다고 한다면 그 부분을 차용증에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기재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의외로 이런 절차를 이행하는 게 쉽지 않다. 지인이고 친한 사이에 어떻게 차용증을 쓰느냐는 것이다.

이렇게 친한 사람이 돈을 갚지 않고 미루다 관계가 틀어지고 그제서야 증거를 만드는 경우를 숱하게 보아왔다. 그러나 이는 증거를 조작한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며, 핵심적으로 필요한 증거인 ‘애초 돈을 빌려줄 당시 채무자무가 돈을 갚을 수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 즉 ‘변제능력이 있는 것처럼 속였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이다.

결국, 가장 바람직한 것은 금전거래에서는 ‘뻔한 내용’을 실행해야 한다. 친한 사이에 ‘의’가 상할까봐 차용증도 쓰지 못하고 그냥 넘어간 것이 결국 ‘의’를 완전히 깨버릴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 울산 변호사 정선희 법률사무소 정선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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