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11월 15일 07시 35분 무렵 경기도 연천에서 우리 군 25사단 수색대가 북한이 파놓은 남침용(南侵用) 땅굴을 발견하였다. 당시는 남북적십자회담과 7.4 남북공동성명 발표 등으로 북한과 남한의 관계가 비교적 평화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었던 때라 우리 국민은 북한이 보여준 화전양면(和戰兩面)의 이중적 태도에 경악(驚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25사단 수색대는 비무장지대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중 땅 밑에서 수증기가 올라오는 것을 포착하고 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흙을 퍼내는 과정에서 지하에 있는 땅굴을 발견하였으며, 이 땅굴은 유사시 1시간에 북한군 1개 연대 이상의 병력이 통과할 수 있고, 땅굴 속에 깔린 레일과 그 위에 놓인 궤도차를 이용할 경우 포신(砲身)과 중화기의 운반도 가능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만약 25사단 수색대원들이 ‘어제도 이상이 없었으니 오늘도 무슨 일이 있겠느냐는 식의 안일한 정신 자세’로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당시 무심코 그곳을 지나쳐 버렸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마 우리 軍은 북한군의 기습공격에 속수무책으로 궤멸되었을 것이고, 대한민국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나락으로 떨어졌을 것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니 등골에 식은땀이 흐른다. 따라서 1974년 당시 소임을 완수하고 커다란 공적을 세운 수색대원들의 행동은 거듭거듭 상찬(賞讚)하여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25사단 수색대원들의 임무 완수 자세와는 딴판으로 근자에 우리 군의 일부 장병은 근무 태만으로 2019년 북한 어선의 동해 삼척항 입항을 사전에 발견하지 못하였고, 2020년에는 제주도 해군기지와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방공 진지에 각각 민간인이 침입한 사실 역시 즉각 인지하지 못하는 등 잇따라 경계(警戒)에 실패하였다.

 이 때문에 그동안 軍을 굳게 믿고 편안하게 단잠을 잘 수 있었던 우리 국민은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우리 언론과 정치권은 軍의 경계 실패를 매섭게 질타(叱咤)하고 있으며, 이를 의식한 軍 수뇌부는 연이어 “반성한다”, “특단의 대책을 세우겠다”라는 말을 하고는 있으나 북한의 잇따른 남북 군사 합의 위반 행위와 관련하여 그간 우리의 군 수뇌부가 보여준 애매하고 어정쩡한 행태로 볼 때 이들이 하는 말을 액면 그대로 신뢰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열 사람이 지켜도 도둑놈 한 명을 살필 수 없다(十人守之不得察一賊)”는 말이 시사하듯이 경계(警戒) 임무의 완벽한 수행이란 현실적으로 말처럼 용이한 일은 아니며, 국민이 목도하고 있는 바와 같이 현재우리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정치인들이 북한과 관련하여 보여주고 있는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를 고려해 볼 때, 우리 군 수뇌부의 어정쩡한 태도는 실망보다 안타깝다는 느낌이 들고, 이러한 모습을 분명하게 지켜보는 우리 국군장병의 속마음은 어떠할지를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필자는 현시점에서 누가, 무엇이 ‘일사불란함과 지휘관이 내리는 명령의 존엄함이 생명’인 우리의 자랑스러운 軍을 이러한 모습으로 변하게 했는가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지 않다. 다만,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잇따라 발생하는 軍의 경계 실패에 대해서 가차 없이 질타하기보다는 우리의 아들딸이요 부모와 형제가 몸을 담고 있는 軍이 분명한 대적관(對敵觀)과 사명감을 가지고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그들의 명예와 자부심을 지켜주고 사기를 진작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전·후방 병영 어딘가에서 지금의 이 순간에도 목청 높여 부르고 있을 특정 군가(軍歌)에 언급된 “부모 형제 나를 믿고 단잠을 이룬다”는 그 소중하고 의미심장한 구절을 우리 장병(將兵)은 한순간도 잊지 말고 당당하게 소임에 매진하기 바란다. 아울러,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4·15 총선 등 때문에 사회가 안정적이지 못한 지금이야말로 우리 軍의 빈틈 없는 경계가 절실한 시기 임을 모든 장병은 명심해야만 할 것이다.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최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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