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내외뉴스통신] 장혜린 기자

케이블 채널에서 영화 '악녀'를 방송하면서 네티즌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악녀'는 어린 시절부터 킬러로 훈련받은 숙희가 자신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를 깨닫고 복수에 나선다는 내용의 영화다.

아버지가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어린 숙희(김옥빈)는 조선족 범죄조직의 보스 중상(신하균)에 의해 살인병기로 조련된다.

숙희는 상대 범죄조직에 잠입해 끔찍한 살인극을 벌이다가 체포된다. 숙희의 능력을 높게 평가한 정보기관 간부 권숙(김서형)은 10년간 비밀 임무를 수행하면 이후엔 자유를 주겠다고 제안한다.

중상의 아이를 임신중이던 숙희는 출산 뒤 평범한 삶을 사는 척 하면서, 때때로 국가가 맡긴 임무를 수행한다. 정보기관은 숙희 옆에 또다른 요원 현수(성준)를 붙여 감시하게 한다. 숙희와 현수 사이엔 예기치 못한 감정이 싹튼다.

하지만 '악녀'는 숙희에게 복수의 명분을 만들어주기 위해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그것은 숙희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와 자신의 아이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모성의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이 서사가 어느 정도 무르익을 무렵, 이 영화는 숙희가 보는 앞에서 연인과 아이가 동시에 죽는 장면을 연출한다. 이제 숙희는 사랑의 이름으로 그리고 모성의 이름으로 복수의 길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숙희는 혈혈단신 폭력조직에 들어가 수많은 적을 제압하는데, 카메라에는 칼이나 총을 든 숙희의 팔만 보인다. 건장한 남자들은 온갖 방법으로 죽임을 당한다. 약 5분간 죽거나 다치는 사람이 수십 명에 이른다.

'악녀'는 관객들에게는 큰 호응을 받지 못하고 지난해 7월 손익분기점에는 한참 못 미치는 누적관객수 120만543명을 기록한 가운데 막을 내렸다.

한국 액션 영화의 진일보를 일구어낸 <악녀>만의 매혹적인 액션은 한계를 뛰어 넘는 도전을 해낸 배우들의 끈기와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쥐>, <시체가 돌아왔다> 등에서 개성 넘치는 존재감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던 김옥빈은 <악녀>를 통해 비로소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그녀가 연기한 '숙희'는 살인병기로 길러져 정체를 숨기며 살아가는 최정예 킬러이다.

기존 한국 영화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여성 킬러 캐릭터로 김옥빈은 촬영 2개월 전부터 매일 같이 액션스쿨에 출석도장을 찍으며 피나는 수련을 했다. 장검, 단도부터 권총, 기관총, 저격총, 심지어 도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무기들을 자유자재로 소화해내야 했기에 무기를 손에 익히고, 그에 따라 상대방과 합을 맞추는 기술까지 체득하기 위해 연습에 사활을 걸어야만 했다.

총 70회차 중 61회차의 촬영 동안, 90%에 육박하는 액션 신을 대부분 대역 없이 소화해낸 김옥빈.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차량 위에 직접 매달리고, 자신의 키만한 장검을 휘두르면서 날 선 액션을 몸소 선보였다. 실제 합기도, 태권도 유단자인 김옥빈의 '액션 본능'이 빛을 발하는 순간들이었다.

그 어떤 남성 액션보다 더 거칠고 독하고, 살벌한 그녀의 액션을 보고 있노라면 김옥빈이 아닌 '숙희'는 상상할 수 조차 없다.

신하균, 성준, 김서형, 조은지의 등장은 영화에 무게감을 실어준다. <박쥐>, <고지전>에 이어 세 번째로 김옥빈과 호흡을 맞추게 된 신하균은 ‘숙희’를 최정예 킬러로 길러낸 남자 ‘중상’으로 분했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남자 ‘중상’은 신하균 특유의 강인한 눈빛과 만나 스크린을 압도한다. 또한 절제된 액션이지만 움직임 하나도 예사롭지 않은 절대 고수의 아우라를 풍기는 신하균만의 액션이 관객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긴다. 성준은 ‘숙희’를 24시간 지켜보는 의문의 남자 ‘현수’로 등장한다.

드라마 [연애의 발견], [마담 앙트완]을 통해 로맨틱한 면모를 발휘했다면 <악녀>에서는 더욱 섬세해진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진심을 숨긴 채 ‘숙희’의 곁을 맴도는 그의 묘한 눈빛은 때로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때로는 비밀을 감춘 핵심인물로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드라마 [굿와이프], [아내의 유혹] 등에서 전무후무한 카리스마를 뿜어냈던 김서형은 ‘숙희’를 스카우트하는 국가 비밀 조직의 간부 ‘권숙’ 역을 맡아 극의 든든한 중심 축을 이룬다. ‘숙희’가 혼란에 빠질 때면 나타나는 그녀는 매 등장마다 분위기를 압도하는 존재감을 선사하며 진정한 걸크러쉬를 선보인다.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조은지는 ‘숙희’를 처음 본 순간부터 견제하며 긴장감을 유발하는 국가 비밀 조직의 요원 ‘김선’으로 분했다. ‘숙희’의 절대적인 실력을 향한 그녀의 열등감은 사건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고 간다.

 

 

hrjang@nbnnews.co.kr

내외뉴스통신, NBNNEWS

기사 URL : http://www.nb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4658

저작권자 © 내외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