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 황 흥 익

요즘 우리 사회에는 종전(終戰, termination of war)이라는 화두가 신드롬(syndrome)처럼 확산되면서 마치 평화의 시대가 온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게 하고 있다. 최근 여당의 某 의원은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결의안’을 대표 발의하여 범여권의원 96%가 지지하는 가운데 同 결의안에 “남·북·미·중 4개국이 종전선언을 하고 법적 구속력을 갖는 ‘평화협정’ 까지 논의하는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리고 ‘종전선언’은 북한의 비핵화와 개혁개방을 유도하고 남·북 교류협력을 촉진하게 될 것이라고 까지 말했다. 과연 그럴까.

   아는 바와 같이 남과 북은 6.25전쟁 발발 이후 1953년 7월 27일 우리나라가 빠진 상태에서 미국(UN군대표 클라크), 중국(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 펑더화이), 북한(김일성) 등 3개국이 정전협정을 맺으면서 사실상 67년 동안 휴전 상태를 이어왔다. 그러면서 전쟁상태의 종결과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종전선언’과 함께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우리는 정전협정 당사국에서 빠져있기 때문에 ‘종전선언’에 주도적 입장은 아니다. 

  다만, ‘종전선언’은 정치적 합의이기 때문에 정전협정 당시의 주체와 일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우리가 종전선언을 이끌수도, 중국을 배제할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시기상조이다. ‘종전선언’의 법적 성격은 정치적 합의 또는 신사협정으로 볼수 있는데, 조약이 아니므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즉, 말 그대로 선언이므로 언제든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어 평화보장은 불가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2018년 4월 27일 우리 대통령과 김정은 간의 4.27 판문점 선언에서는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2018년)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한다”면서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者 또는 남·북·미·중 4者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면 ‘종전선언’의 추진 배경은 무엇이며 그 효과는 어떠할까.
첫째, 북한은 중국과 3번에 걸친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협력키로 함에 따라 최종적으로는 미군 철수가 목표이다. 둘째, 북한이 체제안정을 담보하는 방법으로 ‘평화협정’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종전선언’이 선행되어야 한다. 즉 정치적 의미의 ‘종전선언’ 뒤에는 반드시 법적 효력을 갖춘 ‘평화협정’의 체결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셋째,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와 체제보장 및 경제제재 해제를 상호 빅딜(big deal)할 경우 ‘종전선언’이 미끼가 된다는 것이다. 넷째, 남·북은 ‘평화협정’(상호불가침조약)을 맺어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종전이 되기 때문에 ‘종전선언’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교두보이다. 즉 ‘평화협정’은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회복하자는 당사자 간 합의이자 국제조약의 성격이기 때문에 법적 효력이 있는데, 여기엔   한반도에서 외세를 배격한다는 의미가 강하게 담겨 있다.
 
  그렇다면, 현 상태에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맺는 것에 문제는 없을까?. 먼저 북한이 비핵화 상태가 아닌 가운데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향후 미국이 비핵화 압박을 위한 강력한 군사적 옵션의 정당성을 잃을 수 있다. 그리고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급속하게 정전협정의 파기와 유엔사 해체, 비무장지대 철거, 주한미군 철수문제 등이 급물살을 탈 것이다. 또, 주적(主敵)이 사라진 군대는 무기개발의 필요성이 없어져 그야말로 맥빠진 군대로 변모될 가능성이 높고, 우리 사회는 ‘평화냐 안보냐’ 의 관점에서 내부 균열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더욱이 한·미동맹의 형해화(形骸化)와 함께 한·미연합 훈련의 명분도 사라지고, 상대적으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가일층 증대될 수 있는 등 문제점도 만만치 않다. 

  베트남은 1973년 1월 27일 미국과 월맹, 월남, 그리고 월남의 임시혁명정부 대표 등 4者 간에 ‘파리평화조약’을 맺고 미군이 철수하자 북베트남(월맹)이 총공세를 펼쳐 55일 만에 사이공을 함락시켰다. 우리에게는 반면교사(反面敎師)가 아닐 수 없다. 그러면 현재 한반도의 사정은 어떠한가. 국방백서 등에 의하면, 북한은 130만명의 정규군과 6백만명의 예비병력, 60개 이상의 핵(?)과 수소폭탄실험 성공, 1,000발의 탄도미사일, 7,000명의 사이버 부대, 20만명의 특수전 부대와 수천 톤의 생화학무기, 특히, 집속탄(cluster bomb unit) 및 EMP(Electro-magnetic Pulse)폭탄 등 비대칭 전력은 대한민국을 충분히 위협하고도 남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북한의 호전성은 날로 배가되는데 과연 ‘종전선언’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무엇일까.

  북한이 진정으로 전쟁을 종결하려는 의지가 증명된다면 우리는 당연히  ‘종전선언’을 지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비대칭 전력인 핵무기를 갖고 있다. 미국 과학자클럽도 북한에 대해 최소 35개 이상의 핵을 갖고 있고, 2020년 이후에는 수백개도 될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 무장을 해제하고 대화하자면 과연 성사될 수 있을까. 더욱이 무력적화통일 야욕을 포기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무리하게 ‘종전선언’에 집착한다면 이는 ‘사자에게 풀을 먹이겠다’고 달려드는 무모함과 다르지 않다. 
 
  ‘종전선언’을 한다고 평화가 오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으로 평화를 논하려면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과 생화학무기 등 군사력을 대폭 축소해야만 진정한 평화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비핵화는 북한의 생명줄이다. 그래서 우리의 비핵화 목소리는 자칫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도 있는데,  새삼 美장군 윌리엄모어랜드(Willam Westmoreland)의 말이 생각난다. “전쟁은 군인들이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정치가들이 일으킨다”라고... 정치인들이 ‘종전선언’을 부르짖기 전에 北 핵무기 제거가 먼저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로마의 전략가 베제티우스(Vegetius)의 말처럼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것이다. 평화는 국민들이 강한 안보의식과 강력한 군사력을 가졌을 때에만 가능하다. 아직도 우리에게 공갈 협박하며 달려드는 북한의 천박함은 전쟁의 긴장감을 한치도 줄여주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지금 ‘종전선언’을 한다는 것은 ‘언 논에 모심는 격’으로 평화의 최적화 상태가 아니다.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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