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통신] 김경현 선임기자 = 진실을 보려면, 아니 진실을 보기 위해서는 두 눈 모두를 떠야 가능하다. 제아무리 영민한 자라고 해도 외눈박이로는 진실을 볼 수 없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외눈박이로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그걸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냥 믿기만 하는 수준도 문젠데, 어떤 이들은 아예 집착하기도 한다.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에 많은 시민들이 충격을 받았고 비통해 하고 있다. 딱히 박 시장 지지자가 아니어도 고인의 삶을 되짚어보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명복을 빌고 있어 추모 열기가 더해간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박 시장을 ‘위계에 의한 성추행’으로 고소한 전 비서 A씨는 경찰이 신변을 보호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급기야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경찰은 내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물론 이 사건은 피고소인이 사망했으니 당연히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것이고, 그 진실은 하늘만이 알 테다. 하지만 그 피해에 대한 고통은 고스란히 전 비서 A씨의 몫으로 남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 박 시장을 지지했든 그렇지 않았든 극단적 선택을 한 고인에 대해 명복을 빌어주는 것은 우리사회 보편적 가치고 미풍양속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소인 전 비서 A씨가 그의 선택을 책임져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영면을 비는 것과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해야 했던 이유는 별개다. 고인의 선택에 슬픔과 애도를 표하는 만큼 그가 그러한 선택을 한 이유도, 그 피해자(고소인)도 헤아려봐야 한단 말이다. 

물론 지금은 상중이니 추모를 다하고 장례가 끝난 뒤에 시시비비를 따질 수도 있다. 하지만 상중에 전 비서 A씨를 공격(비방과 신상털기)하는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그도 모자라 어제(10일) 빈소가 있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조문을 마치고 나온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박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해 당 차원의 대응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격노하며 “후레자식 같다”고 말했다. 결국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언론사와 해당 기자에게 사과했고.

보기에 따라 기자의 질문은 타이밍이 적절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이 대표의 비통함에 기름을 부은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거대 여당 대표가 ‘상중 예의’ 운운하며 공개된 행보에서 ‘후레자식’이라고 막말을 하는 것이 온당한 처사일까.

지금의 과열된 추모 열기는 피해자의 고통은 간데없고, 아니 피해자를 오히려 가해자로 둔갑시키는 듯하다. 마치 안희정 전 지사와 오거돈 전 시장은 살아서 죄인으로 남았고, 박 시장은 극단적 선택을 함으로써 돌연 피해자가 돼버린 것 같은 느낌이랄까.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에 대한 성찰 없이 서울시 5일장으로 치러지는 장례에 대해 반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하는 건, 이미 본말이 전도된 추모 열기에 대한 불편함이 사회적으로 들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과 같은 추모 분위기 속에서 과연 우리사회는, 우리 정치인들은 더 이상 박 시장과 같이 불행한 결말로 치닫는 이가 없도록 반면교사 할 수 있을까. 아니, 이 또한 진영논리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를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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