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청주고인쇄박물관장 근무 당시 미산 맹창균 선생과 인연 맺어 ‘서각’ 입문
퇴직 후 ‘서각공방’ 마련, 50여 점 작품 전시 및 작업실...‘행복 꿈꾸는 공간’
조각칼과 망치 잡고 목판에 글과 그림 등 새길 때 ‘정서적 안정’ 최고
일주일 공들여 탄생한 현판, 문패, 가훈 등 지인 및 시설에 ‘재능 기부’
나무 모양 · 결 등 소재 선택 작품성 좌우... 한옥 철거, 골동품 가게 수시 방문
청주산림조합 ‘서각상설전시코너’에 8점 전시... 관람객 볼거리 제공 ‘호평’
‘흥덕발전협의회’ 자문위원 활동 중... 다각적인 지역발전 모색 및 봉사 펼쳐

[청주=내외뉴스통신] 이건수 기자= 직장인이 절대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퇴직(정년/명예)이다.

젊은 청춘을 불사르며 희로애락 주어진 업무에 매진하다 보면, 어느새 퇴직나이가 돼 언젠가는 반드시 정들었던 직장을 떠나야만 한다.

예전에는 퇴직 후 몸과 마음을 추스리면서 남은 인생을 편안하게 마무리 하는 것이 당연한 순리였지만, 최근 100세 시대를 맞아 퇴직 후에도 제2의 인생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최고의 화두이자 과제가 되어 버렸다.

‘박노문’ 前 흥덕구청장은 1978년 괴산군에서 공직에 입문한 후, 1983년 청원군으로 전입해 2014년 통합청주시 초대 농업정책국장을 역임했고, 청주고인쇄박물관장을 거쳐 흥덕구청장으로 근무하다 2018년 1월,  40여 년 공직생활을 마쳤다.

퇴직 후에는 마음을 다스리는데 가장 좋은 취미라며, 나무조각으로 평생을 살아가고 있는 초등학교 친구로 인해 7년 전부터 접하게 된 '서각'으로 본격적인 제2의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서각’은 나무에 칼과 망치를 이용해 글씨나 그림을 새기는 작업이다.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에 있는 ‘서각공방’은 또 다른 인생의 행복을 꿈꾸는 공간이자, 작업실이다. 개인 주택의 1층에 마련한 공방입구에는 스승인 미산 ‘맹창균’ 선생이 선물해 준 ‘허백서각 이야기’라는 현판이 시선이 끈다.

공방 안으로 들어서면 20여 평 남짓 벽면에는 온통 박 前 구청장의 열과 정성으로 탄생한 50여 점의 서각작품(음각 30여 점, 양각 15점, 음양각 5점 등)이 조화롭게 전시돼 있다.

공간 배치도 작품의 내용과 기가 막히게 어우러져 있어 ‘서각’에 대한 박 前 구청장의 애정과 열정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다.

한편에는 7∼8평 규모의 작업실도 마련돼 있어, 목판에 담고 싶은 인생 2막의 이야기를 새기고 있었다.

박 前 구청장은 “저의 공방은 비록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정성을 다해 만든 작품들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기 참 좋은 공간으로 아무런 생각 없이 지친 마음을 편안하게 내려놓고 지내기도 한다”며, “이곳에서 힘닿을 때까지 나무 한 조각 한 조각을 이용해 하나씩 채우고 바꿔 가보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저명한 서예가로부터 글씨를 직접 선물 받거나 각종 전시회에서 접한 좋은 글씨 등은 양해를 얻어 보관해 두었다가 틈틈이 일주일 동안 글씨 사본을 나무위에 대고 정성껏 음각이나 양각, 또는 음양각으로 새겨 서각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것이다.

‘박노문’ 前 흥덕구청장은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심리적인 피로감을 덜어내고 망상으로 채워진 무거운 마음을 비우고자 취미로 ‘서각’을 배운 것”이라며, “조각칼과 망치를 잡고 ‘서각’에 몰입하게 되면 잡생각을 떨쳐 버리는데 최고로 좋은 취미활동인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취미 단계를 넘어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이면, 저를 아는 많은 지인들에게 현판이나 문패, 가훈 등을 만들어 주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서각’을 시작하게 됐다”며, 주변에 아낌없는 '재능봉사'를 펼치고 있다.

특히, 구청장 시절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했을 때 낡은 현판을 보고 정성껏 ‘서각’ 작품 만들어 선물해 드렸더니, 시설에서도 구청장으로부터 소중한 현판을 기증받았다며 더 기뻐했다는 것이다.

또한, 2015년 전주에서 1년 동안 서기관과정인 고급리더교육과정 중 전국에서 만난 사람들과 아직도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으면서 그분들에게 문패나 현판을 선물할 때는 그렇게 행복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2016년 고인쇄박물관장으로 근무 당시 미산 ‘맹창균’ 선생과 인연을 맺어 본격적으로 ‘서각’을 배우게 된 박 前 구청장은 “목판에 글씨를 새겨 넣는 게 처음엔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본격적으로 배워나갈수록 절대 만만치 않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회상한다.

나무를 골라 적당한 크기로 베어 판목으로 만들고, 다시 말리는 수분조절 등 손이 많이 가고 정성도 세심하게 기울여야 했다. 조금이라도 성의가 부족하면 나무가 갈라지고 뒤틀려 못쓰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소문이 전해져 최근에 건립된 청주산림조합 임산물유통센터에 ‘서각상설전시코너’가 마련됐다. 이곳에 8점을 전시해 관람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산림조합이 나무와 관련되는 조합이기 때문에 ‘서각’과 컨셉이 잘 맞는데다, 판매장을 찾는 분들께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박노문 前 구청장은 비록 40여 년 공직생활을 마감했지만, 지역 사랑에 대한 애정도 남달라 현재 ‘흥덕발전협의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정치색을 배제하고 오롯이 흥덕구 발전 도모에 힘을 보태고자 전직 흥덕구청장, 전·현직 주민자치위원장과 이·통장, 기업인, 금융인, 의료인 등이 뜻을 모아 2019년 3월 20일 창립된 '흥덕발전협의회'는 회원들 간 친목도모와 함께 다각적인 지역발전과 청소년을 위한 장학금 지급, 봉사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최근엔 ‘서각’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서각공방을 찾아와 작업실도 제공하고 ‘서각’에 대해 다양한 정보도 공유하며, 빠른 시일 안에 자신이 직접 쓴 글씨체로 정성껏 ‘서각’ 작품을 제작해 아낌없이 재능 봉사도 하겠다는 박노문 前 구청장.

또한, “목판에 한 글자 한 글자를 정성스럽게 새기다 보면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정신수양에 큰 도움이 된다”며, 기회가 닿는 대로 후배 공무원들에게 ‘서각’이야말로 권유하고 싶은 좋은 취미생활이라고 강조하는 박노문’ 前 구청장을 복대동 공방에서 만나 ‘서각’의 매력에 흠뻑 빠져 변함없이 작품에 몰입해 인생 2막을 행복하게 사는 서각예찬론을 들어봤다.

- 하루 일과를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

“하루 일과 중 오전에는 집에서 가까운 부모산이나 구룡산, 아니면 미동산수목원 등으로 등산을 간다. 산행을 못하는 날에는 가경 복대동 인근 가경천변을 걷는데 주로 오전시간을 보내고 있다.

공무원 재직시절부터 약 30여 년을 걸어서 출퇴근을 하다 보니 하루에 일정한 시간  만큼은 걷기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오후에는 주로 저의 서각공방에서 컴퓨터, 독서, 음악감상을 하고 짬짬이 시간을 내어 나무와 함께 ‘서각’ 작품을 만드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40여 년의 공직을 마감한 후, 제2의 인생을 ‘서각’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서각’을 접한 지 7년, 이제는 자그마한 ‘서각’ 공간을 마련하고 나무와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꿈과 희망으로 생활하고 있다.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에 빠져 들게 되면 늦은 밤까지도 서각 작품 활동에 푹 빠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많이 부족하지만 '재능봉사'를 통해 함께 사는 따뜻한 사회가 되는데 동참하고 있다.”

- 퇴직 후 개인 주택 1층에 공방까지 마련하고 인생 2막을 ‘서각’의 매력에 빠져 멋지게 보내고 있다. ‘서각’을 하게 된 계기는.   
  
“‘서각’은 한마디로 나무에 칼과 망치를 이용해 글씨나 그림을 새기는 작업이라 할 것이다.

‘서각’에는 글씨 자체를 파내는 음각기법과 반대로 글씨를 그대로 두고 바탕을 파내는 양각이 있다. 또한 음각과 양각을 병행해서 작품을 만드는 음양각이 있기도 하다.

긴 준비과정이 필요한 ‘서각’은 가장 원시적이고 근원적인 예술이 아닌가 생각한다.

제가 ‘서각’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동기는 나무조각으로 평생을 살아가고 있는 제 초등학교 고향친구(심원 김시년 선생 – 문화재보수기능사 보유자)가 있다.

공무원 재직 중에 휴일이나 시간이 날 때 가끔씩 친구 공방에 들러 나무를 가지고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퇴직 후에는 ‘서각’에 취미를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조금씩 ‘서각’을 배우게 된 계기가 됐다.

그러던 중, 제가 청주고인쇄박물관장으로 근무할 당시, 박물관 인근에서 ‘서각’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시는 미산(未山) ‘맹창균’ 선생을 만나게 되면서부터 미산 선생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아 본격적으로 ‘서각’을 배우게 됐다.

참고로 미산 선생은 국가무형문화재 각자장 제106호 고원 김각한 선생의 전국 6인 제자 중 한 분으로 ‘서각’에는 매우 유명한 분이다.

제가 ‘서각’의 매력에 대해 가장 느끼는 것이 정서적인 안정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작업할 때 힘든 점은 거의 없다.

오히려 ‘서각’에 몰입하게 되면 잡생각을 떨쳐 버리는데 최고로 좋은 취미 같다는 생각을 한다.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이런저런 일로 심경이 복잡 할 때가 많지만, 그럴 때 저는 조각칼과 망치를 잡고 작업에 몰두하면 그 모든 잡념들을 날려 버리게 되고, 맑은 정신으로 돌아와 마음이 홀가분해 진다.”

- 작품을 만들려면 글씨나 나무 선택은? 그리고 작품 소요 시간은.

“그동안 ‘서각’을 접하면서 마음에 드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무의 소재를 어떤 나무를 선택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무 자체의 모양과 나무의 결(나이테)이 그 자체만으로도 작품성이 있기 때문에 소재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나무에 어떤 글씨체로 어떤 좋은 글귀를 담을 것인지를 조화롭게 선택해 ‘서각’ 작품을 만든다.

가장 많이 쓰는 나무는 은행나무이고, 소나무, 벚나무 그리고 나무의 결이 좋은 느티나무를 주로 사용한다.

굳이 어려운 점을 든다면,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좋은 재료의 나무를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을 내어 여러 곳을 다니면서 나무를 구하는 일일 것이다.

얼마 전에는 순천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아주 오래된 마루장 7장을 보내와서 작품 한 점을 만들었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 지금도 옛 고목의 나무를 구해 보려고 노력한다.

틈틈이 한옥집을 철거하는 현장을 가보면 값진 소재거리를 많이 발견하곤 한다. 오랜 세월 견뎌온  대들보 같은 소중한 재료를 구입하게 될 때는 횡재를 만난 듯한 기분이 든다.

또한, 골동품 가게를 자주 들러 구입하기도 한다. 그만큼 어떤 나무를 이용해 작품을 만드느냐에 따라서 상당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글씨 소재는 ‘서각’을 하기 위해 15년 전부터 훌륭한 서예가분들의 글씨를 받아 보관해 놓고 있다.

또한, 각종 전시회가 열리는 곳이면 전국 어디든지 직접 찾아가거나, 일상생활 속에서 ‘서각’에 쓰고 싶은 소재를 발견하게 되면 의뢰하거나 사전에 양해를 구해 ‘서각’작품에 소재로 활용한다.

제가 좋아하는 작품 중에 백세청풍(百歲淸風)이 있는데, 아주 오랜 기간 살면서 늘 푸르름을 잃지 않고 젊게 살아가라는 의미로 사하 박기봉 선생의 글씨이다. 이분의 글씨는 여러 개 받아 보관하고 있다.

크기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 한 작품 당 일주일 정도 작업시간이 소요된다. 나무를 대패와 사포로 매끄럽게 다듬고, 정성들여 글씨를 파내고, 그곳에 그림물감을 잘 칠하는 것도 고도의 솜씨가 요구된다.

작품을 상하좌우 살펴서 약간의 여백이라도 보이지 않도록 세심하게 칠을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는데 일주일 정도 소요된다.
                                                 

사람들이 서예를 하면 마음이 평온해 진다고 하는데 서예는 너무 정적인 듯하다.

하지만, ‘서각’은 나무를 깎고 두드리고 하는 동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자신의 성격과 맞는다면 좋은 취미를 갖고자 하는 후배 공무원들에게 ‘서각’을 권하고 싶다.

목판에 한 글자 한 글자를 정성스럽게 새기다 보면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마음이 차분해지고 잡념 없이 집중할 수 있어 정신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최근엔 다른 스승한테 배웠다는 교사 한 분이 자주 공방을 찾고 있다. 아파트에 사는데 자기 집에서는 작업을 하기가 소음 때문에 어려워 찾아오면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배려해 준다.

그러면서 스승은 달라도 '서각'에 대해서 많은 대화를 나눈다. 그분도 정서적으로 마음을 안정시키는데 '서각'이 최고의 고상한 취미라고 생각한다고 동조하신다.”

- 수많은 작품 중에 특히 애정이 가는 작품을 소개한다면.

“가장 아끼면서 애착이 가는 작품은 2016년도 본격적으로 ‘서각’을 배우면서 만든 첫 작품으로 가수 김종환이 부른 ‘사랑을 위하여’ 가사를 새긴 작품이다. 글씨는 미산 맹창균 선생이 써 주신 작품이다.

또한, 같은 시기에 맹 선생의 글씨로 ‘천천히 가는 것을 두려워 말고 가다가 멈추는 것을 두려워하라’를 새긴 작품 등 2점을 꼽고 싶다.

‘서각’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자신이 직접 쓴 글씨체를 새겨 선물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인데, 아직은 서예 실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서예를 더 배워야 할 것 같은데 여건상 서예 배우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앞으로 활동할 수 있는 10∼15년 기간 정도 서예 연습에 더 매진해, 좋은 글씨를 직접 쓰고 새겨 재능봉사 하는데 노력할 것이다.

또한, 청주시에서는 1년에 한 번씩 청주예술의전당 전시실에서 '청주시 공무원 작품전'을 개최한다. 그동안 저도 서각 작품 2∼3점 정도를 제작해 퇴직 후에도 출품을 했다. 지금까지 4번 참여했는데 계속 정진해 가능하면 매년 출품해 볼 계획이다.”

- 가족들의 반응은.

“제가 ‘서각’에 푹 빠져 무엇인가 할 일이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가족들은 저의 활동에 대해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며 적극 도와주고 있다.

직장에서 퇴직하고 할 일없이 집에서 방황하는 모습이 아닌 취미인 ‘서각’에 푹 빠져 몰입하는 저의 모습을 보면서 좋아할뿐더러, 작품에 대해 이런 저런 평가까지도 해주고 있으니 저에게는 가족들의 관심이 큰 힘이 되고 있다.”

- 배운 기술을 아낌없이 재능 봉사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제가 ‘서각’을 시작할 때부터 저의 생각은 내가 어느 정도 기술을 습득해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저를 아는 많은 지인들에게 현판이나 문패, 가훈 등을 ‘서각’ 작품으로 만들어 주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서각’을 시작하게 됐다.

7년 정도인지라 많이 부족하지만, 어느 정도 제 이름 석자를 남길 수 있는 여건이 됐다 생각돼, 요즈음은 많은 지인들이나 사회복지시설, 경로당 현판 등을 만들어 주는 것이 최고의 기쁨으로 생각하고 있다.

특히, 2015년 1년 동안 고급리더교육과정 중 전국에서 만난 사람들과 아직도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

이미 퇴직한 분들도 계시고 지금도 각 지역에서 부시장, 국장 등 주요 요직에 근무하고 계신다. 이분들이 필요로 할 경우 현판이나, 가훈 등을 제작해 선물해 주고 있다.

기억나는 작품으로는 경남도청에 근무하는 조모과장이란 분이 계신데 밀양에다 한옥으로 집을 지었다. 이곳에 지역에 있는 서예가로부터 글씨를 받아서 '애담정(崖潭停)' 이라는 현판을 하나 제작해달라는 요청에 정성껏 작품을 만들어 선물했다.

이후, 한옥집을 찾는 많은 분들이 집 분위기와 현판이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칭찬을 많이 받는다고 감사 인사를 전해주셨다.

또한, 어려운 시설 등에서 색소폰 연주회를 갖곤 하신다는 경북의 신모 과장에게는 색소폰 연주공간을 위해 ‘만법(萬法)’ 이라는 현판을, 통영시 김모 국장에게는 문패도 없이 호수만 있는 아파트에 살면서 가족이 행복하고 아늑한 터전이 되길 소망하면서 ‘꽃자리’ 문패를 선물해 드렸더니 진심으로 고마워하셨다.

구청장 시절에는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했을 때 ‘낡은 현판을 보고 교체해 드려야 되겠다’ 생각해, 정성껏 서각 작품 만들어 선물해 드렸더니, 기증받은 해당 시설에서도 구청장으로부터 소중한 현판을 기증받았다는데 의미를 두고 더 반가워했다. 

어찌 보면 저의 작은 노력이 상대방으로부터 너무나 큰 고마움을 전해 받을 때 '서각하길 잘했구나' 보람을 느낀다.

이처럼 부족하지만 사람들은 제가 만든 쉼터의 현판이나 문패, 농장의 간판, 시설의 현판 등을 받게 되면 무척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더욱 넓은 영역에서 재능 봉사를 꾸준히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강하게 다지게 된다.”

- 명성이 알려져 최근 오픈한 청주산림조합 로컬푸드판매장 ‘서각상설전시코너’에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데 관람객들의 반응은.

“최근 청주시 서원구 장암동에 개장한 임산물과 농산물 임업관련 기자재를 판매하는 청주산림조합 로컬푸드판매장에 평소 알고 지냈던 조명연 조합장께서 제 서각작품을 상설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셨다.

저는 서각작품 중 주로 만드는 것이 한글로 된 좋은 글귀의 작품을 만들고 있는데, 현재 로컬푸드판매장 ‘서각상설전시코너’에 8점을 전시하고 있다.

산림조합에서는 나무와 관련되는 조합이기 때문에 아마 ‘서각’과 컨셉이 잘 맞고, 또한 나무로 만든 ‘서각’ 작품이 판매장을 찾는 분들께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취지와 부합해 전시코너를 마련해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행스럽게도 로컬푸드판매장을 찾는 많은 분들이 저의 작품에 많은 관심을 보내 주시고 있다.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는 분들도 계시고, 가끔 저에게 전화를 해서 작품에 대한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수시로 복대동 공방에 있는 작품과 교체해 전시할 계획이고, 이런 기회를 통해 ‘서각’에 대한 인식이 많이 확산됐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도 가져본다.”

 - 구청장으로 퇴직한 만큼 40여 년 공직생활을 뒤돌아보면.

“먼저 한평생을 공직에 몸담았다가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온 현재로서 아쉽고 후회가 되는 부분은 공무원이라는 신분으로 재직 시에 ‘좀 더 열심히 지역과 시민들을 위해 일을 할 것”을 하는 아쉬운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돌이켜보면, 가장 보람이 되고 기억에 남는 것은 청원군청 서무계장으로 근무할 때인 2002년에 ‘청원군공무원합창단’을 창단, 매년 자선음악회를 개최해  음악회를 통해 모금한 수익금(5천∼7천만원)으로 불우한 이웃들을 도왔던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행복가득한 집을 지어주거나 소외계층 이웃돕기 등 불우한 이웃들에게 커다란 꿈과 희망을 심어 주었던 일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뿌듯하다.

제가 서무계장으로 6번의 자선음악회를 개최했고, 그 이후 11번의 음악회가 개최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었다. 저도 테너파트 합창단원으로도 활동했었다.

특히, 공무원합창단을 통해 각종 군 단위 행사에 참여해 연주함으로써 군민들 곁으로 다가설 수 있도록 해, 군민들이 공무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를 만든 것이 지금도 너무나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 속에서도 한편으로 어려웠던 일은 흥덕구청장으로 재직 시인 2017년도에 청주지역에 사상 초유의 엄청난 집중폭우가 쏟아졌다.

이로 인해, 가경천이 범람해 일부 아파트의 지하주차장과 지하층에서 운영하는 노래방등이 모두 물에 잠기고 마을 앞 하천제방이 붕괴돼 마을이 고립되고 들판이 온통 진흙에 뒤덮였다.

이를 복구하기 위해 전국에서 봉사 온 수백 명들과의 현장을 누비던 시간들은 아직도 가슴 아픈 일로 기억하고 있다.”

 - 연장선에서 지금도 ‘흥덕발전협의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흥덕구청장으로 재직 시에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청과 우호도시 협약을 맺고 양 도시 간 서로 협력해 상생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 당시 수원시 장안구에서는 ‘장안사랑발전협의회’가 조직돼 장안구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우리도 ‘흥덕발전협의회’를 만들어서 구민 간 서로 화합하고 협의회를 통해 흥덕구정에 작은 도움을 주는 조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이후 퇴직해 흥덕구의 직능단체장들과 기업인들이 주축이 돼, 2019년 3월 34명이 참여한 가운데 ‘흥덕발전협의회’를 발족했다. 그동안 협의회는 흥덕구청에 장학금 전달, 불우소외계층 돕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더 많은 회원을 영입해 ‘흥덕발전협의회’가 흥덕구를 위해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으로 발전해 나가길 소망해 보고 그렇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앞으로 ‘서각’에 대해 체계적으로 더 배워서 가지고 있는 작은 재능을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는데 노력하고 싶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글귀가 ‘행복한 동행’이다. 사회가 갈수록 더욱 각박해지고 메마른 사회가 되어가고 있지만, 이웃과 함께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조그만 힘이나마 보태고 싶은 마음이다.

정말 살맛나는 행복한 지역이 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 노력한다면 분명히 그런 사회가 앞으로 펼쳐지리라 생각한다.”

- 끝으로 퇴직자들을 위해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한마디 한다면.

“조언이라는 거창한 말보다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듯이 저의 생각을 조금 말씀 드리겠다.

우리 연령층에 있는 퇴직자들은 아마 똑같은 생각과 똑같은 경험을 하리라 생각된다. 타이트한 조직에서 생활하다가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 가장 힘든 부분이 함께 동고동락 했던 동료들과 멀어지고, 세상에 나 홀로 서 있다는 생각으로 공허한 마음을 갖게 될 수도 있다.

퇴직 후의 소외감, 고독감, 무기력함을 떨쳐 버리기 위해서는 제2 인생을 스스로 찾아서 헤쳐 나가는 적극적인 생각이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늘 운동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마음과 좋은 취미활동과 함께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조금이나마 일익을 다하는 퇴직자들이 되길 소망해 본다.”

 

 

geonbajang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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