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통신] 오수대 /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동북아학박사

1988년 7월 7일 ‘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위한 특별선언’(7.7 선언) 이후 남북한의 교류가 본격화하면서 우리 사회에는 북한을 보는 두 가지의 관점이 형성되었다. 하나는 북한을 교류와 협력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의 자유민주체제를 위협하는 안보 침해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두 가지의 관점은 대법원 판례에도 나타나 있다. 대법원은 북한에 대해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남·북한 관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반국가단체로서의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북한을 보는 이러한 관점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양대 흐름을 형성한 가운데 주요 현안이 있을 때 충돌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남북한은 1991년 유엔 동시 가입과 기본 합의서를 채택한 데 이어, 2000년에는 정상회담을 하는 관계로 발전하였다. 그럼에도 북한의 도발과 대남공작은 계속되어 왔다. 따라서 북한은 대화와 협력의 대상이면서 안보 침해의 대상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문제는 북한의 이중성을 간과한 채 ‘교류 협력’과 ‘안보 침해’ 가운데 하나의 관점만을 지나치게 중시하고 몰입하는 관점의 경사에 있다.     

북한과의 교류 협력을 중시하는 관점은 ‘7.7 선언’ 이후 형성되어 남북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뚜렷해진 흐름이다. 이 관점은 북한과의 교류 협력을 중시한 나머지 북한의 실체를 망각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에서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북한은 ‘남북관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교류와 협력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북한의 의도는 항상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는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하는 장면을 똑똑히 목도한 바 있다. 북한은 어떠한 합의나 약속도 한순간에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북한을 교류와 협력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관점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이다.

북한을 안보 침해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은 북한의 각종 도발을 경험하면서 견고하게 확립된 관점이다. 백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북한을 오로지 안보 침해의 대상으로만 보는 관점은 교류와 협력의 전략적 가치를 간과할 수 있다. 남북한만의 문제로만 본다면 안보 침해 관점에 치중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반도는 지정학적인 요인으로 인해 항상 주변국 변수가 작용하고 있다. 특히 북한과 1,334km의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 변수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지난해 7월 북·중 접경지역을 관광하면서 주요 국경 통로에 새로운 교량이 건설되고 경제협력구가 준비되고 있는 현장을 볼 수 있었다. 중국의 북한 진출 준비가 역동적으로 느껴졌다.

북·중 접경지역에는 해방 후 약 65년 동안 새로운 교량의 건설이 없었다. 그동안은 일제 강점기에 건설된 다리를 보수하여 사용해 온 것이다. 그런데 2010년 이후 단둥-신의주, 지안-만포, 투먼-온성, 훈춘-나선 등 4개 지역에 왕복 4차선의 국경교량이 대부분 중국의 주도로 건설되고 있다. 지안-만포와 훈춘-나선은 이미 개통되었고, 단둥-신의주와 투먼-온성도 개통이 임박한 상황이다.

대북제재 문제가 해소될 경우 중국이 국경지역을 통해 대대적인 북한 진출을 추진할 것임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우리가 북한을 안보 침해의 대상으로만 생각하여 교류와 협력을 등한시할 경우 북한은 점점 더 중국에 의존하게 됨으로써 중국에게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안겨 줄 것이다. 
  

이처럼 북한은 교류와 협력의 대상으로만 봐서도 안되고, 안보 침해의 대상이라는 관점에만 치중하여 교류 협력의 전략적 가치를 간과해서도 곤란하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답은 관점의 균형과 다각화에 있다.

균형 잡힌 관점은 북한을 교류 협력의 대상으로 보는 경우에 특히 중요하다. 북한을 교류와 협력의 대상으로 보되 안보 침해 가능성도 함께 생각하는 관점의 균형이 필요한 것이다. 교류 협력은 가다가 암초를 만나면 쉬어 갈 수도 있다. 그러나 안보는 잠시도 쉬거나 빈틈이 있어서는 안된다. 교류와 협력은 선택일 수 있지만 안보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관점의 다각화는 북한을 남북한이라는 양자적 틀에서만 보지 않고 주변국 변수와 함께 고찰하는 글로벌적인 안목과 함께 교류와 협력의 전략적 가치도 아우를 수 있는 자세를 의미한다. 그래야만 북한을 정확하게 볼 수 있고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사건은 북한의 실체를 다시 생각하고 대북 접근방식이 타당한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은 과거의 방식을 성찰하고 새로운 방식을 모색할 때이다. 특히 북한을 보는 관점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냉철하게 살펴야 한다. 앞으로의 남북관계에서는 북한을 보는 균형 있고 다각화된 관점이 작동하기를 기대해 본다.

 

오수대 /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동북아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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