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부평경찰서] = 며칠 전, 한 동료에게 일어났던 일이다.
당직을 서고 있는 경찰서 현관 앞에 민원인 한분이 들어섰고, 그 분은 술에 취해 속상한 일이 있었는지, 영문도 모르고 근무하고 있던 여자 경찰관의 머리채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소란은 한참동안 이어졌고 상황을 말리기 위해 나타난 의경의 손에 이빨자국까지 남긴 이후에야 그 분은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갔다.


수고했다는 감사의 인사도, 본인이나 부모님의 사과도 받지못한 동료는 부모님께 들었다고 한다..
"경찰관이 속상한 시민의 화도 못 풀어주냐"는 원망의 말 한마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 의 순위를 정해놓은 기사들을 보면 항상 빠지지않고 높은 순위에 링크되는 직업이 나의 직업인 경찰이다.


경찰은 강인해야하고, 친절해야하며, 항상 냉정함을 유지해야 하며,
그리고 이제 경찰은 스마트하기까지 해야한다고 한다. 물론 모두 동의하는 말이지만 문제는 경찰이 된다고 그러한 능력들이 경찰이 된 인간에게 바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제복을 입은 후에야, 그 옷을 입은 사람은 경찰이 된다.
다시 말하면 그 옷 속에 있는 사람은 시민들과 똑같은 개인이라는 것이다..
경찰제복에는 강인함과 공정함이 묻어져 있지만, 옷 속에 감춰져 있는 사람에게는 상처가 있고 아픔이 있다.

위에 말했던 동료에게 일어난 그 일이, 민원인에게는 특별한 어느날 일어났던 하나의 해프닝에 지나지 않지만


우리 경찰관들에게는 매일 똑같이 일어나는 반복되는 일상이다.

하루에도 수십명의 사람들에게 원망의 소리를 듣고, 가끔은 욕을 먹고 심지어 맞을 때도 있다. 더 힘든 것은 그 이후에 돌아오는 사람들의 반응이 격려의 응원이 아닌 원망섞인 목소리들 뿐이라는 것이다.

다툼이 생긴 현장에 나가서 서로를 말리다보면 경찰은 어느새 양쪽 편 모두에게 원망의 소리를 듣게 된다.
집회시위 현장을 보면 그러한 모습이 확연해진다.


경찰은 상대방만 보호해주는 존재가 되어버리고 양쪽 모두에게 비난을, 가끔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말들을 듣게 된다

우리는 현재 인권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가져야하는 권리"를 의미하는 이 단어는 보통 약자들의 권리보호를 위하여 사용되고 있다.


경찰관들의 인권을 이야기하려고 하면, 그래서 무언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경찰은 약한 집단이 아니다. 우리는 국민들을 위하여 때로는 지팡이가, 때로는 방패가 되어서 국민들을 보호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찰제복 안에는 시민과 똑같은 사람들이 있다.
때로는 약하고 때로는 상처받는 존재.


그리고 그들에게도 상처받지 않을 권리, 자신의 아픔을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시민들의 격려 한마디, 친절한 말 한마디가 경찰관에게 큰 힘이 된다는 걸 잊지 않길 바란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인천부평경찰서 경무계 경장 김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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