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통신] 김경현 선임기자

8월 들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가운데 정부와 의료계의 정면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충돌의 발단은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 육성 등 ‘의료 4대 정책’을 추진하면서 의료단체와 논의나 의견청취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정세균 국무총리와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만났지만 결국 의협은 집단 진료거부에 들어갔고, 2차 진료거부가 있었던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은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한 대처’를 지시했다. 이어 진료복귀 행정명령에 따르지 않은 전공의 10명을 정부가 고발 조치하자 최 회장은 ‘3차 무기한 총파업(진료거부)’을 예고한 상황이다.

향후 최 회장이 공언한 대로 의료계가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민건강(생명)을 볼모로 3차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시민들로부터 1·2차 파업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비난을 받게 될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만 봐서는 의협 주도의 의료계 3차 총파업은 강행될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하필 이 시점에 의료 4대 정책을 들고 나왔을까? 시사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현직 변호사)는 이 질문에 “로스쿨이 처음 도입됐을 때 변호사들도 많은 반대를 했었다. 의료 4대 정책은 언제 추진해도 의료계가 반발할 정책”이라면서 “왜 지금인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꼭 지금이 아니어도 된다’는 것인데, 정부는 하필 이 엄중한 시기에 의료계가 뻔히 반발할 정책을 추진하려 한 것일까.

기자의 추론은 이렇다. 첫째, 코로나19 사태가 엄중한 상황이기 때문에 의료계가 반발하는 4대 정책을 추진해도 여론은 정부편일 것이다. 바꿔 말해 의료계가 총파업 등 정부에 맞서면 맞설수록 의료계는 시민들로부터 지지는 고사하고 비난 폭탄을 받게 될 테고, 결국 의료계는 (일정부분 타협은 있겠지만) 백기를 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정리하면, 코로나19 재확산은 의료계에 외통수로 작용하기 때문에 지금이야 말로 반발이 예상되는 의료 4대 정책을 추진하기에는 최적기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정부가 정말 이러한 상황판단을 했다면, 그 판단의 근저에는 의료계 파업과 같이 ‘국민건강에 대한 담보’가 깔려 있는 것이기도 하다.

둘째로는 미래통합당의 반대를 잠재울 수 있는 호기라는 것. 코로나19로 국민건강이 위태로운 상황이기 때문에 통합당은 정부와 정면충돌하는 의료계를 두둔하거나 지원하는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외통수에 걸려든 의료계를 지원하기 위해 나섰다가는 통합당 또한 국민적 비난 폭탄을 면치 못할 테니까. 이는 통합당의 발목을 묶어 둘 수 있어 정책을 추진함에 상당한 효과를 보는 셈이다.

끝으로,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책임을 통합당(전광훈 목사와 집회참여 인사)에 이어 의료계로 확산 · 전가시킬 수 있을 테다. 정부여당은 2차 재확산 책임을 통합당에 몰아붙이고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7월말 교회 소모임 금지 해제와 8월 17일 임시공휴일 지정 및 여행 · 문화관광 할인쿠폰 대규모 발행 등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국민적 경각심을 완화시킨 것으로부터 촉발됐다. 다시 말해 통합당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때문에 의료 4대 정책 카드를 꺼냄으로써 의료계의 반발(진료차질)을 통해 정부의 재확산 원인 제공을 은폐하고 의료대란으로 책임을 전가함으로써, 정책 추진과 함께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책임전가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정부가 정말 이러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정책을 추진했다면,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써 의료 4대 정책은 국민건강을 위한 게 아니라 정권보위를 위한 것이 될 테고.

누군가는 기자의 추론을 음모론적 발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설마 文정부가 국민건강을 볼모로 의료정책을 추진하려 했을까’라고 말할 수도 있고. 하지만 정부여당은 이미 부동산 정책 실패에 ‘행정수도 이전 완성’이라는 급조된 카드를 꺼낸 바 있고, 더욱이 이러한 추론이 아니라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모든 국민이 초긴장인 상황에서 의료대란을 불러올 수 있는 4대 정책을 의료계와 전혀 논의도 없이 정부가 밀어붙이려 한 배경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물론, 기자도 우리사회 한 명의 구성원으로서 이 추론이 틀렸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무엇보다 현 정부는 2016년 촛불시위를 통해 국민적 열망을 안고 탄생한 정권이 아니던가. 그런 만큼 지금은 정치나 경제보다 방역이 우선돼야 할 시점이기에 정부와 의료계 모두 국민건강을 중심에 두고 한 발 물러나 작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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