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 ‘문제인식 능력 부족’, 도의원 ‘문제제기’만, 국회의원 ‘무기력’
수자公·환경부 성토에 뒤늦게 나서...“직무소홀 희석 행보”눈총

[경남=내외뉴스통신] 이우홍 기자

지난달 초순 황강하류 침수피해를 초래한 합천댐 과다방류가 자칫 댐 월류(越流)와 붕괴 참사로 이어질 뻔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경남 합천에서는 대형 재난 경고에도 대응을 소홀히 했던 지역 정치인들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번 수해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합천댐 과다 저수 및 방류는 지난해 가을 태풍 ‘미탁’ 피해를 통해 예견된 문제다. 수해 이후 지역 대표 정치인들이 수자원공사와 환경부 성토에 열을 올리지만, 주민들의 경고음을 경시하다가 인재(人災)를 키웠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합천 6개 읍·면 물에 잠길 뻔...방류참사 이미 예견돼
 합천군과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합천댐 저수율이 88%를 넘은 상태에서  지난달 6일부터 8일까지 합천댐 상류 거창지역에 평균 365.3㎜의 폭우가 내렸다.

수자원공사 합천지사의 평소 발전방류량은 초당 16~50t이다. 하지만 폭우로 댐 유입량이 급격히 증가하자 수문 5개를 모두 열고 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에따라 8일 오후 7시 무렵에는 합천댐 역사상 가장 많은 초당 2,677t의 물이 황강하류로 흘러나가 민간·공공 부문에서 400여억원(합천군 잠정집계)의 재산피해를 냈다.

수자원공사가 이처럼 ‘물 폭탄’ 수준의 방류를 한 것은 폭우 이전에 합천댐에 물을 너무 많이 담아뒀기 때문인 데, 예상보다 많은 폭우가 유입됨에 따라 물이 댐 수문을 넘거나(월류) 댐이 붕괴될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8일 오후 3시 무렵의 합천댐 수위는 178.05m를 기록해, 댐이 물을 가둘수 있는 최대 용량인 계획홍수위(179m)에서 불과 1m 가량을 남겨둔 상태였다.

물 분야에 밝은 주민 A씨(64)는 “9일부터 폭우가 진정돼 합천댐 물 유입량이 줄었기에 망정이지 아찔했던 순간”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만약 그 당시 댐 상류지역에 반나절만 폭우가 계속됐다면 월류는 물론  댐 붕괴도 우려됐다. 그러면 황강하류의 합천지역 국가제방이 모두 터져 합천읍과 동부지역 5개면이 쑥대밭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대형 방류참사가 이미 경고됐는 데도 합천군의 소극적 대응과  수자원공사의 ‘모르쇠’가 합쳐져 올해 물 난리를 빚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가을 태풍 ‘미탁’ 때도 역시 수자원공사는 80%의 댐 저수율을 유지한  상태에서 폭우가 오자 초당 최대 500여t을 방류했다. 그 결과 황강하류 합천 율곡면의 밭작물에 적잖은 피해를 초래한 바 있다. 

이에따라 피해주민들은 지난해 10월부터 3차례 합천군수실을 찾아가 “합천군은 뭐하나. 왜 물 방류 때 수자원공사에서 일방적으로 통보만 받느냐. 군 차원에서 대응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박경수(69)씨를 비롯한 댐 인근 주민 171명도 올 3월 수자원공사에 제출한 진정서를 통해 댐 수위를 미리 낮춰달라고 요구했지만,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 예견된 방류참사...합천군수는 그동안 뭘 했나
 지역 정치권은 지난달 8일을 전후한 합천댐 과다방류로 황강 하류지역 주민들의 피해가 발생하자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를 성토하는 활동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그러나 물 난리 경고음에 손을 놓고 있다가, 이번 수해로 개인피해가 커진 데 따른 성난 민심을 비껴가기 위해 사실과 다른 주장도 펼치고 있다.

특히 문준희 군수는 재난대응의 지역 최고 책임자라는 점에서 ‘물 폭탄으로부터 주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해 왔는 지’에 관심이 쏠린다.

문 군수는 이 질문에 “댐 수위 조절과 관련해 △지난해 태풍 미탁피해 발생 후 피해주민들과 수자원공사 합천지사 항의 방문 한 데 이어 △올 4월에 수자원공사에 공문 발송 △6월에 수자원공사 합천지사 관계자와 간담회 개최를 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8일 수해가 난 이후 10일 성명서를 내 ‘환경부·수자원공사가 책임지고 보상할 것’을 요구했고 △14일에는 주민들과 함께 세종시 환경부를 찾아가 성토하는 집회를 주도했다”고 답변했다.

이와함께 문 군수는 지난달 20일에 발행된 지역신문 1면에 ‘수재민과 합천군민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특별기고를 실어 질문 답변과 같은 취지의 내용을 주장했다.

군수가 지역언론에 특별기고를 내는 것은 이례적인 데, 그만큼 이번 수자원공사의 인재 예방과 관련해 군수에게 쏠리는 시선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문 군수는 기고에서 “(이러한) 군의 선제적 대응으로 다행히 합천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 군수의 이같은 주장은 실제와 많이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수자원공사에 대한 공문 발송과 간담회 · 항의 방문은 군청 간부와 직원들이 한 것이고, 환경부 항의집회도 군수가 아닌 합천농업경영인연합회에서 주관했다.

또 특별재난지역 지정과 관련해 김경수 경남지사는 당초 경남에서 하동 1곳만  건의하려 했다. 그러나 합천출신 고위 공무원이 강력히 요청한 결과, 김 지사는 지난달 11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집중호우 긴급점검 화상 국무회의’에서 합천을 포함한 2곳을 지정 건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문 군수가 합천댐 과다 저수 및 방류 문제에 대해 지역 수장으로서 효과적으로 선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이고, 이는 사안의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데서 나온다는  분석이다.

이 사실은 지난해 태풍 미탁 피해이후 10월부터 주민들이 3차례나 군수실을 찾아가 강력 대응을 요구했으나 소극적 반응을 보인데서 읽을 수 있다.

피해주민들은 “농민들이 합천댐의 적정 저수량과 방류량 등을 어떻게 아나. 행정 특히 군수가 나서서 수자원공사의 ‘물 폭탄’ 행태를 적극 막아달라”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군수는 “(환경부의) 국비 지원문제도 있고 해서 내가 앞장서기는 어렵다”는 태도를 취했다는 것이다.

수해 이후, 문 군수는 지난달 27일 군청회의실에서 열린 합천군민대책위원회 발족식에서 “방류피해의 책임과 관련해 많은 질타를 받고 있다. 군수가 합천댐에 투신하던지 해서 미리 적극 대응하지 못했느냐는 애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 앞으로 한마음으로 이 사태를 해결해나가자”고 목소리를 높인 것은 ‘군수가 주민 생존이 걸린 문제에 소극 대응했다’는 비판여론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문제 제기’에 그친 도의원...‘무기력한’ 국회의원
 합천댐 물 관리 문제가 기초 자치단체장의 힘만으로는 대응하기 버겁다는 점에서, 김윤철 경남도의원(건설소방위)도 ‘그동안 뭘 했느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김 의원은 수자원공사의 일방적인 합천댐 물관리에 대해 최초로 문제를 제기한 정치인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11일에 경남도 재난안전건설본부를 대상으로 열렸던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앞선 태풍 미탁 당시 수자원공사에서 합천댐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가 대량 방류해 황강하류에 침수피해를 입힌 사실을 조목조목 따졌다.

이어 ‘수자원공사가 홍수기 전에 댐 수위를 낮추고 방류 때는 합천군과 협의하는 문제를 경남도가 나서서 해결할 것’을 촉구한 결과 “환경부에 건의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하겠다”라는 답변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그 후 실제 이행여부를 챙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의지가 없으니까 문제 제기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달 14일 환경부 항의집회 때 “투쟁에 앞장서겠다”는 의지의 표시로 삭발까지 감행했지만, 평가가 반감되는 이유다.

김태호 국회의원(산청·함양·거창·합천)은 합천의 최대 현안인 물 문제에 대해 대선 주자급으로 분류되는 정치적 중량감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그는 폭우피해 이후 현장을 둘러본 데 이어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건의하고 환경부장관을 만나 주민피해 대책마련도 촉구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그렇지만 무소속 국회의원으로서의 이런 통상적 활동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겠느냐는 시선이 따라붙고 있다.

따라서 김 의원이 지역민들의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수자원공사의 인재여부를 가리기 위해 현재 환경부에서 구성중인 ‘댐관리 조사위원회’에 지역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는 쪽에 활동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피해주민들이 합천의 특별재난지역 지정에도 “사유재산 보상은 미미할 것”이라며 막막해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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