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金, 통지문으로 곱씹어보는 文, 기념사
[기자수첩] 金, 통지문으로 곱씹어보는 文, 기념사
  • 김경현 선임기자
  • 승인 2020.09.3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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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현 선임기자
▲ 김경현 선임기자

[내외뉴스통신] 김경현 선임기자

서해상 NLL 북측 해역에서 지난 22일 북한 해군에 의해 피격돼 불살라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에 대한 참사가 자칫 문재인 정권의 레임덕 뇌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래서일까, 국방부와 해양경찰은 대북감청(SI) 내용을 근거로 A씨가 ‘자진월북’하려다 변을 당한 것이라 서둘러 발표했고, 국민의힘은 여러 가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정치공세라 일축하며 정쟁으로 비화되는 것을 차단하는데 급급하다.

분명한 것은 NLL 인근에서 어떤 이유로든지 북측이 민간인을 사살한 것도 모자라 불태웠다는 것은 반인륜적 행위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는 천인공노할 만행이다. 이는 통지문 한 장에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글귀를 담아 보내왔다고 해서 남북 대화 재개를 위해 유야무야 넘어갈 수 있는 게 아니다. 더욱이 통지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로 보내온 것도 아니고.

그렇다면 시간을 되돌려 지난 25일로 가보자. 이날 추석명절과 겹쳐 5일 앞당겨 개최된 제72회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의 기나긴 기념사 중에 북한군에 의해 피격되고 불살라진 우리국민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당연히 북한의 만행에 대한 규탄이나 경고의 메시지도 없었고. 누가 들어봐도 황당하다 못해 황망한 기념사였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공염불에 가까운 기념사를 했던 이유는 뭘까. 그 이유는 기념식 이전에 북측에서 보내온 통지문에 대해 박지원 국정원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기 때문일 테다. 보통의 경우 대통령의 공식행사 기념사는 행사 이전에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미리 작성해 대통령이 검토를 거쳐 완료된다. 이는 바꿔 말해 통지문이 문 대통령의 기념사를 수정하게 만든 것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게 아니고 애초에 기념사 내용이 그랬던 것이라면 더 큰 문제인 것이고.

북측 통일전선부에서 ‘청와대앞’으로 보내온 통지문은 시쳇말로 ‘음주운전은 했는데 술은 마시지 않았다’는 내용 정도였다. 북측은 A씨를 불법침입자로 규정하고 신원확인에 불응해 해군 정장의 판단으로 사살한 것이며, 시체를 불태운 게 아니라 방역을 위해 부유물을 불태운 것으로써 정당한 조치였지만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북측의 이러한 주장은 상당부분 거짓인 것은 우리 군의 발표로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A씨의 자진월북을 ‘감청을 통해 확인했다’는 국방부 발표가 사실이라면, 마찬가지로 감청 내용에 의해 북측이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것 또한 명백하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북측이 시신을 불태운 걸 현재로서는 단정 지어 대북규탄결의안을 채택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보면, 감청 내용을 필요에 따라 해석해 사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또한 문 대통령이 북측에서 보내온 통지문에 대한 보고를 받았을 때 이와 같은 내용들이 개괄적으로나마 보고됐을 가능성이 크다. 왜냐면 국정원장이 달랑 통지문만 들고 보고를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국방부의 감청 내용과 우리 군이 육안으로 식별한 상황 등을 종합해 보고했을 테니 말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은 A씨의 표류 사실을 인지하고도 6시간 동안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아, 군은 북측의 상급부대가 정장에게 A씨를 사살하라는 명령과 이를 실행하는 것을 무대응으로 치켜만 봤다. 과연 이게 정상적인 군 최고 통수권자의 모습일까.

하지만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안보태세 강화’와 ‘혁신강군’을 이야기하며 ‘평화’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 운운했다. 한 명의 대한민국 국민이 북측의 총격에 의해 사망하고 불태워졌는데도 말이다. 이는 누가 들어봐도 허황된 말로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독백일 뿐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처럼 북측의 만행에 함구하며, 통지문 한 장에 행정수반이며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됐던 것일까. 그 이유는 단순하고도 명료하다.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정권의 목표 때문일 텐데, 이런 식으로 국가의 의무를 방기한 채 그 목표가 달성된들 반길 국민이 있을까. 또한 이런 식으로 그 목표를 달성하려 드는 것이 국가와 민족을 위한 것으로 이해될까. 결국 이러한 행태는 정권의 치적을 위한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10월 1일, 국군의 날을 하루 앞두고 다시 곱씹어보건대 문 대통령의 기념사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물론 국군의 자존감에 큰 상처를 준 기념사였다. 현 정권이 맥을 잇고 있다는 노무현 정부에서조차도 이와 같은 참담함은 연출된 적이 없다. 물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미안하다는 표현을 담은 통지문을 들어 김 위원장을 ‘계몽군주’에 비유하기도 했지만,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을 뿐이다. 더욱이 말과 행동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스스로 레임덕을 자초하는 것이다. 

끝으로 지난 25일 육군 특수전사령부(특전사) 연병장에서 치러진 제72회 국군의 날 기념식, 문 대통령의 기념사 끝부분을 소개한다.

“우리 자신의 힘으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안보태세를 갖춰야, 평화를 만들고, 지키고, 키울 수 있습니다. 정부와 군은 경계태세와 대비태세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할 것임을 국민들께 약속드립니다.”
 

newsjo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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