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내외뉴스통신] 장혜린 기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늦깎이' 내야수 오윤석이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며 생애 최고의 날을 보냈다.

오윤석은 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홈경기에서 데뷔 6년 만에 첫 만루홈런을 치는 등 프로무대에서 처음 사이클링 히트까지 터뜨렸다.

1번타자와 2루수로 선발 출장한 오윤석은 1회말 첫 타석에서 2루타로 기분 좋게 출발했다. 2회말에는 1타점 좌전 안타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팀이 5-1로 앞서가던 3회말에는 한화 김종수의 초구를 통타,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만루포를 때려냈다. 개인 통산 첫 만루홈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5회말 오윤석은 한화 안영명의 6구째를 공략,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뽑아내며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했다. KBO리그 통산 27번째고 만루홈런을 포함한 사이클링 히트는 오윤석이 최초다.

올 시즌 사이클링 히트가 나온 것은 지난 5월 30일 키움 히어로즈의 김혜성에 이어 두 번째다.

오윤석은 롯데 소속 선수로는 1987년 정구선, 1996년 김응국에 이어 역대 3번째 기록 달성자가 됐다. 

1992년생으로 올해 나이 스물 아홉살인 오윤석은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8라운드 지명을 받았으나 연세대학교에 진학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정식 지명을 받지 못해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2015년 육성선수로 롯데에 입단한 오윤석은 올 하반기 들어 안치홍의 부상과 부진을 틈타 주전 2루수로 자리를 잡고 있다.

'사이클링 히트'란 한 명의 타자가 한 경기에서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모두 쳐내는 것을 말한다. 물론 한 경기에 홈런 서너 방을 때려내는 것보다 더 대단한 업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흔히 보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관심을 받는 기록이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사이클링 히트’라고 표현하지만 미국에서는 ‘히트 포 더 사이클(Hit For The Cycle)’이라고 부르거나, 혹은 ‘올마이트 히트(Almighty Hit)’ ‘해트 트릭(Hat Trick)’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82년 6월 12일 삼미 슈퍼스타즈와의 경기에서 삼성 라이온즈의 오대석이 처음으로 기록했다.

양준혁은 1996년과 2003년에 두 번 기록하기도 했다. 

1988년 10월 25일에는 실업야구 한국화장품에서 뛰던 강기웅이 제일은행과의 경기에서 사이클링히트에 3루타 하나만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홈런을 때리고도 고의적으로 홈 베이스를 밟지 않는 ‘고의적인 누의공과’를 저지른 적이 있었다. 

홈런을 치더라도 홈 베이스를 밟지 않으면 아웃이 되며, 그 전에 정상적으로 밟은 마지막 루인 3루까지의 진루만 기록으로 인정된다는 규정의 허점을 노린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승부가 기울어 있는 상태에서 상대 간판타자의 괘씸한 기록 만들기까지 도와줄 수 없다고 생각한 제일은행 코칭스태프는 누의공과를 항의하지 않았고, 심판 역시 모른 체해버림으로써 강기웅은 원치 않는 홈런기록만 하나 추가한 채 사이클링히트 기록 만들기에 실패하고 말았다.

사이클링 히트는 업적으로서의 의미보다는 ‘기념품’으로서의 의미가 더 큰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장타력과 정확성과 스피드까지 겸비한 타자들만이 얻을 수 있는 훈장이긴 하지만, 동시에 실력보다도 더 큰 운이 따라야만 완성될 수 있는 간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이클링 히트 기록 만들기에 너무 집착하는 모습은 종종 팀워크를 해치는 이기적인 행위로 간주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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