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핫트렌드 7가지 : 음식, 도시, 직업, 매장, 공간 디자인, 디지털 교육, 화폐 분야에서 선정

2014년의 트렌드는 각각 서로 다른 영역에서 성장하고 있다. 경제전문기관들이 한결같이 저성장을 예측하고 있지만 시장과 소비자의 삶의 다양성은 더욱 확대될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바벨 소비자들은 서로 다른 영역에서 차원이 다른 욕구들을 까다롭게 요구하고 있다. 이 세분화된 영역들에서 새로운 가치추구 방향과 방식이 나타나면 모험적이면서 생각이 유연한 기업가나 창업자들이 재빠르게 비즈니스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측된다. 2014년은 그 어느 때보다 시장점유율이 아닌 시간점유율이 저성장 시대의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잣대가 될 것이다. 평균이 저성장이라고 해서 승자와 패자가 모두 평균에 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경제 전체의 고속성장의 신화는 사라졌지만 트렌드를 앞서 가는 기업의 신화는 이제 시작될 것이다.

▲'트렌드 키워드 1'
엔도르핀 디쉬(Endorphin Dishs): 영혼의 진통효과를 가진 마약 같은 요리천하 트렌드

엔도르핀 디쉬 트렌드는 현대인의 '심리적 허기'를 해소하고 자신의 일상을 표현하는 주요 수단으로 음식이 부상하면서 음식을 매개로 한 상품 및 서비스가 성장하는 트렌드를 지칭한다.

지난 세기 먹는 것은 생존에 관한 것이었다. 하지만 21세기 풍요로운 시대에 먹는 것은 이제 만족을 위한 도구로 변해간다. 그 만족은 단순히 재료와 맛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체험적 요소에 달려있다. 프랑스 법률가이자 최초의 미식가였던 브리야 사바랭(Brillat Savarin)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오늘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줄 수 있다."

SNS를 통해 끊임없이 음식사진을 퍼 나르고 맛집 정보를 찾아 다니며 요리 블로거나 음식정보를 검색해 새로운 음식에 도전해 보는 것이 작은 즐거움이 되는 시대! 요리 체험 속에서 뿌듯함을 느끼고 오늘의 미식가가 되며 요리를 통해 아마추어가 프로로 거듭나기도 한다. 직장인의 유일한 낙이 '점심식사'인 것처럼 요리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일상의 즐거움을 선사하며 누구나 쉽게 공유할 수 있는 강력한 콘텐츠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식품 기업들도 엔도르핀 디쉬 트렌드를 활용해 무궁무진한 요리 비즈니스의 세계를 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렌드 키워드 2'
엔분의 1잡 (1/n Job): 개인의 경험 자원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트렌드

최근 여러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예전에 투잡은 수익을 목적으로 한가지 이상의 일을 했다면, 요즘은 한 사람 안에서 여러 가지의 가치가 나누어지면서 가치의 경험, 노하우, 노동력 등이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한 사람의 능력을 n이라고 볼 때, 마치 수학적 공식에서 엔분의 일처럼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n)의 값대로 쪼개지는 것이다. n은 재능, 경험, 시간, 노동력 등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회요소인 셈이다. 이렇게 변하고 있는 일의 형태가 바로 2014 트렌드 키워드 '엔분의 (n/1)잡'이다. 스펙(Spec)을 쌓아 직업을 구하던 시절이 지나가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원, 즉 스킬(Skill)이 바로 직업이 되는 것이다.

로컬 모터스는 직원 12명과 글로벌 전문가의 협업을 통해 단 18개월 동안 랠리 파이터 자동차를 완성했다. 커뮤니티에 가입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단시간에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작은 일거리를 전세계에서 수행할 수 있는 지원자를 받아 대행해주는 서비스인 기그워크(gigwalk)도 해외 출장비용을 절감시켜주는 효과와 함께 글로벌 마켓 조사에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다. 또한,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이민자, 유학생 등이 자신만의 여행 상품을 등록하여 직접 여행 가이드가 되는 소셜 네트워크 투어 서비스인 마이리얼트립은 여행 가이드북에는 없는 새로운 테마 여행 경험을 제공하여 여행가이드라는 직업을 갖게 해준다.

이처럼 각 개인의 쪼개지는 가치에 따라 일거리를 사고 팔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 이제 사회적 기분에 의해 평가되던 노동시장이 아닌 개인의 재능, 시간, 체험 등으로 분화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추구할 것이다. 정부는 고용 관련 정책 개발에서 구시대적인 발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직업 생태계를 지원하는 방향의 정책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 키워드 3'
거리트레킹(Street Trekking): 거리가 주요 문화체험 공간으로 성장하는 트렌드

매년 와우북 페스티벌, 하이 서울 페스티벌 등 거리 페스티벌, 거리문화 체험 등 다양한 주제의 행사가 거리에서 열리고 있다. 거리는 개방적인 공간의 해방감을 제공해주고 갑갑한 일상 생활의 지루함을 깨주는 이벤트를 체험하는 곳으로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사람들은 점차 거리에서 새로운 사람이나 제품, 문화를 만나고 그 안에서 어울려 소통하는 것을 추구하게 되었다. 이러한 거리의 변화가 바로 2014 트렌드 예측 키워드 '거리트레킹(street trekking)'이다. 라이프 스타일과 가치관을 직접 체험하는 수단으로서 거리가 확장 되는 것이다.

살고 있는 동네의 골목길, 지나다니는 거리 등 자신의 집처럼 아름답게 꾸미는 게릴라 가드닝(guerilla gardening), 지정된 날에 거리로 나와 함께 도시락을 먹는 스트릿 피스트(street feast), 일본 경제효과 1,434억 엔을 창출한 거리미팅 마치콘(街コン) 등은 거리가 새로운 문화의 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거리는 기분을 전환하려는 욕구와 라이프 스타일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을 통해 소비활동, 새로운 경험, 체험, 만남 등 의미 있는 활동을 연결해주는 공간이 되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의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먼저 선보이는 실험실의 공간으로 기업들의 마케팅 및 프로모션의 치열한 공간으로 부각될 것이다.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을 가진 거리의 활동과 연계한 사회활동 및 윤리적 의미를 포함하는 가치 있는 기업의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트렌드 키워드 4'
넷샵(Netshop) : 온라인의 편리성과 디지털 체험을 결합한 오프라인 매장의 변화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채널을 넘나들며 쇼핑할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넷샵은 소비자들이 특정 쇼핑 채널보다 다양한 디지털 수단을 활용해 자신에게 오는 기회에 집중하게 되면서 오프라인 매장이 소비자에게 새로운 체험성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런 특성 덕분에 넷샵은 오프라인 매장이 전기 콘센트처럼 소비자와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는 상시 접속 채널로 변모하면서 온오프라인 결합된 디지털 체험성을 선사하는 방식의 트렌드를 지칭한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10대들을 타깃으로 한 미국 의류 업체 에어로포스테일(Aeropostale)는 2012년 10월부터 지역 매장 피팅룸에 아이패드를 설치해 놓았다. 아이패드는 10대들이 옷을 입어보면서 음악을 선택하고 카탈로그를 확인해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한다. 에어로포스테일은 탈의실은 물론 매장 곳곳에 키오스크와 아이패드를 설치해 마음에 드는 제품 정보를 다른 사람들에게 이메일로 즉각적으로 보내 공유할 수 있게 했다.

한국 유통 매장도 넷샵 트렌드에 맞는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장기적인 저성장과 새로운 유통 규제의 등장은 '어떻게 고객을 지켜내는 동시에 새로운 소비자를 타켓팅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제기하고 있다. 넷샵 트렌드는 다양한 채널 전략으로 기존 고객을 이탈하지 않게 하는 즉각적 대응력을 갖추는 동시에, 디지털과 결합된 오프라인 매장만이 줄 수 있는 독특한 체험 전략이 젊은 소비자들을 이끌 수 있는 새로운 무기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렌드 키워드 5'
DMZ(Design Miracle Zone): 공간이 일상의 불안을 치유하는 마음산업으로 발전

앞만 보고 달리던 한국의 일상에는 예기치 못한 불안들이 일상을 흔들고 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회 곳곳에서 맞이하는 경쟁, 빠른 속도, 경제적 불안정, 세대간의 갈등 등이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어 끊임없이 미디어의 1면을 장식하고 있다. 다양해지는 불안의 원인은 더 이상 간접적인 치유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며 일상의 동선에서 자연스럽게 그리고 보다 직접적으로 치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위해 등장한 트렌드 DMZ(Design Miracle Zone)는 공간이 마음산업과 만나 디자인, 문화 등의 감성요소와 결합해 일상의 불안을 치유하는 기능으로 진화하는 트렌드를 말한다.

네덜란드의 그래픽 디자이너 예로엔 쿨하스와 드레 유한은 브라질을 여행하던 중 주민들의 불안과 공포를 목격한 후 그들을 돕고자 벽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폭력, 마약 그리고 살인 등의 중범죄가 빈번했던 브라질 최대의 슬럼가였던 이곳은 마을 청년들이 함께 참여한 벽화 프로젝트 이후 어둡고 음산했던 지역에서 다채로운 칼라로 이루어진 생동감 넘치는 마을로 새롭게 태어났다. 도시의 청년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얻는 기회를 얻었으며 범죄율 또한 자연스럽게 줄었다고 한다.

대표적인 달동네로 손꼽히던 서울의 염리동은 영화 배트맨에서 나오는 범죄의 도시 고담을 빗대어 '고담동'이라 불리었던 곳이었다. 폭행, 소매치기 등의 각종 범죄가 끊이지 않아 이웃간의 교류마저 사라져 버렸던 이곳에 인적이 드물어 주민들이 불안감을 느꼈던 지점을 모두 연결하여 총 1.7km의 소금길을 만들었다. 전문 헬스트레이너와 디자이너의 합작으로 곳곳의 지형적인 특징을 살려 칼로리 소모량이 적힌 안내사인 등의 운동 콘텐츠를 도입하고 정서적 교류와 소통을 유도하는 골목 갤러리와 바닥 놀이터 등의 재미 콘텐츠가 도입되었다. 소금길 시행 후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9.1%로 줄었고, 마을에 대한 애착도는 13.8%늘었으며 주민들의 78.6%가 소금길이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응답했다.

2014년 우리가 늘 접하는 주거, 업무, 거리 등의 일상적 공간은 디자인과 문화, 예술 등의 다양한 감성요소가 결합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감성공간은 소비자를 고려한 동선의 재정비가 이뤄질 것이며 불안을 치유하고 소통을 유발하는 다양한 콘텐츠의 도입이 계속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 키워드 6'
라이프 코더(Life Corder): 일상을 코디네이팅하는 디지털 수단의 진화

구글의 회장 에릭슈미트는 서기 2025년이 되면 세계 인구의 대부분인 약 90억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활동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의 진화로 인해 인간의 라이프스타일도 재정비되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라이프 코더(Life Corder)는 일상을 편리하게 해주는 디지털의 기능이 개인의 일상을 코디네이팅하는 기능으로 진화하는 트렌드를 말한다. 혁신과 창조를 떠올리게 하는 21세기 신화적 존재인 스티브 잡스, 마크주크버그. 혁신의 롤모델로 떠오른 디지털 분야의 혁신가들은 서서히 전통적인 교육 방식과 철학을 바꿔 나가고 있다. 세계를 이끌어나가는 선도자가 IT분야의 인재로 대체되면서 사람들도 그들이 혁신가로 성장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성공은 자유로운 상상력과 예상 밖의 창조력, 그리고 도전정신을 기를 수 있게 한 디지털 기반의 교육 방식에 있었다.

2013년 네덜란드에 스타브잡스 학교가 생겼다. 이곳에서는 공책, 교과서, 컴퓨터, 칠판을 모두 없애고 오직 아이패드만으로 구성되어 수업이 진행된다. 네덜란드의 O4NT(새 시대 교육)을 위한 단체는 전통적인 커리큘럼과 교과서 대신 '다르게 생각하는(Think different)법'을 배우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디지털 시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능력인 디지털 기기를 기반으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변화된 커리큘럼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가장 큰 특징은 스스로 자신들이 배우고 싶어하는 것을 선택하고 나만의 페이스로 프로젝트를 완료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 학교의 엄격한 스케줄, 담임교사, 학년의 개념을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스티브잡스 학교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앞으로 국가, 지역의 궁극적인 힘이 디지털 인재양성에 달려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앞으로의 디지털 인재는 디지털 기기를 적절히 활용해 다양한 창의성을 발휘하고 생산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 키워드 7'
탈주화폐(Escape from Money): 주류화폐로부터 탈주를 시작한 디지털 가상화폐

개인, 기업이 발행한 화폐가 국영은행, 중앙은행이 발행한 화폐보다 더 높은 신뢰를 할 수 있는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디지털 기반으로 발행되고 있는 가상화폐가 주류화폐의 대체·보완재로서 퍼지고 있는 트렌드가 바로 탈주화폐이다.

가상화폐 중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화폐인 비트코인(Bitcoin)은 2009년에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만든 이른바 암호통화다. 공개된 수학문제의 암호를 풀면 디지털 화폐를 얻을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금을 캔다는 채굴이라는 표현을 쓴다. 재미있는 것은 나카모토 사토시는 익명의 이름일 뿐 실제 그가 누군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국영은행도 아닌 개인의 제안에 의해 시작된 비트코인은 현재 각국에 현금인출기가 설치되고 있고 집을 사고 팔 때도 쓴다. 달러와의 환율도 표시되고 있다. 이것은 현재의 자본주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데, 문제는 이 같은 디지털 화폐가 아직 미미하지만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내외뉴스통신 = 박정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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