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형상을 대한민국 남부 중심에...시련의 과정, 행복한 결과 담다

[남원=내외뉴스통신] 김경의 기자 

전라북도 남원은 예로부터 남쪽 지방의 주요 도시였다. 산업화 물결로 인해 경제적인 발전은 더뎌졌지만, '문화도시'로서의 위상은 그대로다. 남원시는 그 자체가 바로 문화다. 유네스코에서 체코 프라하 전부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듯, 남원시 일대도 마땅히 그래돼야 한다고 본다.

그러한 남원시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은 바로 '광한루원'이다. 광한루원은 우리나라 4대 누각의 하나인 광한루와 더불어 하늘의 옥황상제가 살던 궁전 '광한청허부'를 지상에 건설한 인간이 신선이 되고픈 이상향으로 월궁의 광한청허부와 같다해 얻어진 이름이다.

광한루원을 관리하는 김종학 남원시 관광시설사업소장은 해맑은 얼굴로, 광한루원 내 모든 명소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전한다. 김종학 소장은 "경복궁 경회루, 평양 부벽루, 진주 촉석루와 더불어 우리나라 4대 누각"이라며 "1419년에 지어 1597년 정유재란 때 불탔으나, 1626년에 복원한 건물로 복원 역사 면에서 단연 으뜸"이라고 자부한다.

정원의 모든 것이 전부 아름다우나, 필자는 그에 얽힌 사상적, 역사적 배경에 더 관심이 많아 그 부분을 주로 살펴보게 됐다. 김 소장은 "광한루원은 자연적 사고방식 즉, 신선사상과 음양오행사상, 풍수지리사상 또는 수심양성의 도로 표현되는 송, 죽, 국, 매의 사절과 유교의 선비사상이 혼합된 요체"라며 "그중에서도 신선사상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신선정원의 양식은 생성시기인 조선시대의 제도적인 원인에 기인하여 유교문화가 지방으로 분산되면서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신선이 사는 이상향을 이 땅에 건립하고자 했던 조상들의 숨결과 마인드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특히 누원 앞의 호수가 은하를 상징하도록 했다는 것에 다시금 감명을 얻는다. 하늘의 옥황상제가 사는 곳처럼 꾸며서 월궁의 광한청허부와 같다고 한 광한루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는 일화가 다시금 머릿속을 감돈다.

광한루원 앞에는 동서 100m, 남북 59m에 이르는 정방형의 호수와 호수 속의 3개의 섬(삼신산), 그리고 서편에 4개의 홍예로 구성된 오작교로 구성됐다. 칠월칠석에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전설을 지닌 오작교 일대는, 호수에 직녀가 베를 짤 때 베틀을 고이는 돌인 지기석을 넣고 견우가 은하수를 건널 때 쓰는 배인 상한사를 띄워 칠월 칠석의 전설의 은하수와 오작교를 상징한다.

오작교 위에서 호수의 잉어들을 바라보며 한참을 서 있었던 찰나, 김 소장이 필자를 춘향전의 장소로 인도한다. 춘향전의 모든 스토리가 담긴 각종 장소를 돌아보며, '시련'과 '사랑'에 대해 상념에 잠기게끔 한다.

월매와 춘향이 살았던 공간 앞터에서 관광객들이 1,000원짜리를 100원짜리로 바꾼다. 그리고 호수 중간 이몽룡과 성춘향이 자리하고 있는 복항아리 안으로 동전을 던진다. 생각보다 상당히 좁은 공간이라 골인시키기 쉽지 않다. 옆에 있던 소장은 포물선을 제대로 그려놓고 던져야 들어가기 수월할 것이라고 조언을 준다.

5분여 후 관광객들 사이에서 기쁨의 함성이 터져나온다. 그리고 잔잔히 흘러나오던 국악의 선율이 영원한 사랑의 언약을 맹세하는 '사랑가'의 활기찬 선율로 바뀐다. 무언가를 이뤄낸다는 것을 정말 기분좋은 일이다.

춘향이 거쳐왔던 모든 장소를 둘러본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바로 '부용당'이다. 모든 스토리가 그렇듯 사람, 특히 대한민국 사람들의 정서는 '해피 엔딩(Happy Ending)'으로 끝나야 뭔가 속이 시원하다.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 사람들이 '춘향전'을 좋아하는 이유 아니겠는가?

성춘향과 이몽룡이 백년가약을 맺은 장소 부용당에서 문득 성경 요한계시록의 말씀이 떠오른다. 피나는 하나님 역사의 여정 끝에, 악의 세력을 멸절시키고 영혼과 육체가 하나되어 신의 경지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 바로 '결혼'을 결말로 하는 춘향전의 스토리랑 너무나 딱 닮아있기 때문이리라.

남원 광한루원의 밖을 나가며, 이성과 감성이 모두 극대화된다. 아름다운 명소로 그치기에는 하늘의 뜻과 그 이치가 너무나도 많이 녹아있기에, 그리고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이 땅에서도 이루기에' 더더욱 기쁘고, 또한 심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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