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개혁법안이 순수 안보전문가들과의 중지(衆智) 속에 재탄생하기를 바란다

[안보칼럼-김창우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정의(正義)는 역사상 강력한 불의(不義)에 의해 때때로 왜곡되어 수세에 몰려 결과가 정의롭지 못한 채 한동안 빛을 잃어 왔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 정의(正義)는 당대에 다시 되살아난 정의에 의해 파사현정(破邪顯正)으로 곧바로 세워진 경우도 있었으나, 세월이 상당히 흐른 후에야 비로소 사필귀정(事必歸正)으로 귀결된 사례도 많다. 이처럼 대한민국이 역사적으로 오늘날까지 존립과 안전을 지켜온 것에는 “전하, 아니 되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라는 상징적인 말처럼 우리 한민족의 남다른 정의감이 가장 본질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지난 8월 4일 국가정보원의 명칭 변경, 대공수사권 폐지, 외부 정보감찰관 제도 도입, 과도한 처벌규정 등을 내용으로 하여 국회에 제안된 국정원 개혁법안이 과연 국민과 국가를 위한 정의(正義)에 합당한 개혁법안인지 아니면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싶은 것만 듣고자 하는 확증편향(確證偏向)에 의한 보복(報復)법안인지 그 정당성을 한번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이번 국회에 제안된 국정원 개혁법안에서 대공수사권을 폐지하겠다는 것은 국가안전보장 수호의무에 대한 책임회피적인 대국민적 직무유기에 해당되리라고 본다. 국정원은 헌법과 대통령의 취임선서의 국가안전보장 수호의무에 기반하는 자유민주공화국의 존립, 안전, 번영의 전제가 되는 국가안보 분야에 특화된 일사분란한 국가정보기관이다. 그런데 이번에 제출된 법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고, 법질서 유지 및 치안 행정기관인 경찰청으로 국가안보업무까지 떠맡겨 이관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의 몸에 비유하자면 오른팔을 떼어다 왼팔에 갖다 붙이는 격이다. 아무리 건장한 몸과 국가도 면역력과 안보경계심이 떨어지면 내몸과 국가를 지킬 수 없는 법이다. 대공수사는 국내·외 정보와 과학정보를 다 취합해야 성과를 내는 국경초월적 성격의 업무로서 경찰청에서 전담하기에는 무리이다. 그리고 더 의혹스러운 점은 대공수사업무가 위중(危重)한데도 불구하고 경찰청으로 이관하겠다고 하면서 경찰청에서는 대공수사 인원을 축소하고 있고, 또 수사 및 송치(送致) 전에 수사심의위원회를 열어 사전 검열성의 심의를 하거나 할 예정으로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도의 은밀성과 장기간 수사를 요하는 대공수사의 권한을 경찰로 이관한다는 것은 대공수사를 못하게 할 수도 있는 조정적 의도가 내포되어 있어, 국가안전보장 책임을 회피하는 직무유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법안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 및 국가의 안전을 외면하는 이른바 국난(國難)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게 하는 대(對)국민, 대(對)국가에 대한 불의(不義)적 위험 법안이다. 

둘째, 이번 법안은 국정원에 대하여 진영논리에 기반한 확증편향적인 과거사 평가를 바탕으로 한 보복성 짙은 부당한 법안으로 보인다. 이 법안의 제안이유를 들여다보면 국정원에 대해 그동안 “불·탈법과 정치적 일탈 행위를 반복”하여 왔다고 단언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실상은, 국정원이 그간의 국가안전보장과 국민의 안위를 위해 대한민국의 성장 속도에 발맞추어 충실하게 헌신하여 왔을 뿐만 아니라, 산업화·민주화·정보화 과정속에서 국가적 위기 극복에 일사분란한 조직의 특성으로 시종일관 충성을 다해 왔다. 그간 업무 수행방식과 그 과정에서 다소 문제가 있었던 부분은 국정원 직원들이 자신의 일신영달(一身榮達)을 위해 한 일도 아니고 진영논리도 아닌, 국가대사의 통치 안보적 차원에서 수행되어져 왔던 불가피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로 인하여 국정원 직원들이 그에 대한 이득으로 정치적 혜택을 받았거나, 그 어떤 공로(?)의 댓가로 인해 국회의원이라도 된 경우도 있지 않다. 오히려 정치권에서 정략적으로 국정원을 역이용하고 그 이득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충실한 업무수행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다소 절차적인 잘못을 범한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현행법에 따라 이미 과도할 정도로 응분의 처벌을 받고 있고, 또 다 받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것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하여 조직을 형해화(形骸化)시킬 사안은 결코 아닌 것이다. 정권교체 과정에서 일사분란한 조직체계와 충성심으로 헌신해온 직원들이 역으로 정치적 구도에 이용되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명(汚名)을 뒤집어 쓰게 되고, 영어(囹圄)의 몸이 되거나 운명을 달리하게 되는 등 버림받듯이 희생되어 왔음을 통찰력있는 지도적 인사들이 간파하고 있고 또 여야 지도부에서는 내심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국가안전보장과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해 헌법과 국민으로부터 위탁받은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일부 강성세력이 헌정수호 가치와 국민들의 총의(總意)를 배제(排除)한 채 80~90년대의 운동권적 사고방식으로서, 권력기관에서 이미 벗어나고 그 권력적 존재감도 미미해진 국정원에 대해 아직도 다분히 정략적 목적을 위해 불·탈법의 권력기관이라고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바탕 위에서 국정원에 대하여 권력기관 개혁명분을 걸고 견강부회(牽强附會)식의 졸속 법안을 만들어 다수의 힘으로 강행, 통과시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21세기 4차산업시대 신안보 전환기와 국경없는 정보전쟁 시대에 마녀사냥식의 진영적·이념적인 응보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근래 건강보험공단에도 수사권을 부여하자는 법안이 국회 발의되었다고 하고, 신생(2020,8.5 설립) 스포츠윤리센터(문화부산하 법인단체) 조차도 수사권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국가안보를 위한 최소한의 방어 장치는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셋째, 이번 법안은 과도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 바, 이는 법상식을 되외시하는 반(反)헌법적 법안으로 간주되어 질 수 있다. 이 법안은 일사분란한 정보기관 직원들이 정치에 관여하고 직권을 남용할 것이라고 우려되는 행위에 대하여, 사실상 정치관여를 할 수도 없고 또 설사 시켜도 함부로 할 수도 하지도 않는 개연성을 전제하고서, 지나친 위헌적 처벌규정을 거리낌없이 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오히려 정치권에서 정치적 잣대로 정보기관 직원들에게 마녀사냥식의 재갈을 물릴 소지가 다분한 조항이다. 본디 과도한 처벌규정은 헌법과 법상식상 과잉금지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에 배치됨은 물론 사회주의나 전체주의 독재국가에서나 가능한 특별한 목적을 위한 규정이다. 과잉금지의 원칙이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절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임을 감안할 때 이번 제안된 법안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합법적 다수를 위장한 불의(不義)의 힘을 배경으로 이러한 부당한 법안을 통과시키게 되면, 업무수행상 당연히 해야 할 업무도 처벌을 우려, 외면하게 되어 국가정보기관의 역량을 반신불수로 만들게 될 것이고, 궁극적으로 국경없는 정보전쟁에서 정보실패를 초래하게 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는 국가와 국민들을 위한 안전보장 책임과 안보수호 의무 이행 간에 합리적 인과관계가 왜곡되는 결코 합당하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한 법안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제안된 법안 이유대로 국정원에 대해서 진정으로 “불·탈법 행위의 악순환을 끊고, 다변화되고 있는 대외 위협으로부터 국가 안보를 수호하며, 국제 경쟁력을 강화한 순수정보기관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있다”고 한다면, 국정원 개혁법안이 지금처럼 일방적이고 진영논리에 따라 제안되고 밀어붙여서는 안된다. 현재 우리 주변 안보적 상황은 평화로운 듯하나, ‘남북분단의 대치 상황’과 그리고 주변 강대국들의 호시탐탐 ‘침략적 근성 내지 속국화 야욕’이 시시때때로 드러나고 있는, 대한민국의 생존과 존립의 위험 직면적 상황이다. 이에 대공수사권 이관으로 표현된 대공수사권 폐지는 국가안보수호의 헌법적 의무에 따라 현시점에서는 불가하다. 또 국가안전보장 업무수행 와중에 그 직원들에 대해서 잠재적 범죄인 취급을 해서도 안된다. 합목적성과 정당성의 법정신에 배치될 정도의 과도한 형사처벌 규정은 反헌법적이고 불의(不義)이다. 이는 다분히 감정적이고 응보(應報)적이며 비민주적 보복행위 다름 아닌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명분상 정의와 개혁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정원이 세계적 선진 정보기관과 경쟁하면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그에 합당한 법안을 마련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영논리를 넘어 순수한 국가안보 전문가들과의 깊은 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은 국가안보를 위해 누구를 막론하고 단합할 때이다. 국가의 안위에 진정으로 충실할 수 있는 바람직한 국정원의 개혁법안이 순수 안보전문가들과의 중지(衆智) 속에 재탄생하기를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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