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통신] 김도형 기자

아파트 입주민의 재산인 관리비 통장을 온전히 지키려는 노력이 죽음이라는 결과로 돌아온 의로운 관리소장이 있다.

자신의 자리에서 사회를 위해 최선을 다하다가 순직한 이들을 ‘의인’이라 한다. 화재 현장에서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려다 순직한 분들이 있고 범죄자를 잡으려다 경찰관이 순직하기도 한다.

지난 28일 인천 서구 연희동에서는 관리비 통장을 지키려다 대표회장이 휘두른 흉기에 순직한 관리소장이 있다. 동료 관리소장인 전 모 소장의 전언에 따르면 “입주자 대표회장이 자꾸만 비밀번호를 가르쳐 달라고 요구한다. 관리비 찾으려 은행 갈 일이 없는 대표회장이 비밀번호를 알 필요가 없는데 자꾸만 가르쳐 달라고 해서 힘들다”는 내용이었다.

집요하게 관리소장을 추궁하고 겁박하면서 “대표회장인 나를 못 믿느냐”고 하여 할 수 없이 비밀번호를 알려 줬다고 한다. 비밀번호를 알게 된 대표회장의 다음 일은 더 무서운 것이었다.

다음으로 한 일은 아파트사업자 등록이 입주자 대표회장인 본인 명의로 되어 있는 점을 이용해 도장을 잊어버렸다며 관리비 통장 등록 도장을 관리소장과 대표회장 두 명이 함께 찍던 것에서 대표회장 혼자만 찍어도 돈을 인출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었다. 이날이 10월 5일이다. 대표회장 혼자 사업자 등록증 사본을 들고 주변 은행을 모두 돌며 단독 인감으로 통장을 다시 만든 것이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관리소장은 “이러면 회장님이 의심 받습니다”라며 8일 다시 은행을 방문해 예전처럼 모든 통장의 도장을 복수로 등록했다.

그런데 15일 대표회장이 또 다시 모든 은행을 돌며 도장을 잊어버렸다는 이유로 다시 단독 인감으로 변경 해 버렸다. 이렇게 복수 인감이, 단일 인감으로 바뀌고, 다시 복수 인감으로 변경되는 숨바꼭질이 이 달 안에 3번이나 반복되었다.

이 내용을 전하는 전모 관리소장은 “보통 관리비를 인출할 때 습대표회장이 도장 하나 찍고, 관리소장이 하나 더 찍고, 비밀번호는 회계직원이 은행에서 눌러 사용하는 방식으로 관리소장들도 따로 비밀번호를 묻지 않으면서 서로 견제와 균형을 유지 한다”고 설명했다.

사망한 관리소장이 대표회장 도장 하나만 찍힌 통장을 그대로 사용했다면 아직 살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아파트 공동재산인 관리비는 위험했을 것이다. 이 아파트의 경우 매월 약 2천7백만 원, 년간 3억이 넘는 관리비가 통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단독 인감이라면 대표회장이 마음만 먹으면 즉시 관리비를 인출 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그러나 사망한 관리소장은 그대로 두지 않았다. “이렇게 하면 큰일 난다”라면서 끝끝내 대표회장을 설득했고, 결국 모든 관리비 통장을 복수 인감으로 바꿔놓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대표회장이 앙심을 품은 것으로 의심된다.

입주민의 재산을 지키려고 치열히 노력하다 순직한 관리소장의 한 달간 펼쳐진 피 말리는 노력을 이 아파트 주민들과 동료 소장들이 알게 되면서 ‘의인’이라는 말이 퍼져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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