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통해 지금의 시간을 살아가는 자신을 그려갔다.
2020.11.04.(수)-11.13(금) 예술공간 집

[광주=내외뉴스통신] 서상기 기자

작가 허달용의 그림이 달라졌다.

수십 년 그림과 함께 했던 그의 그림이 다르게 읽힌다. 당연하지 않은가. 세상이 이토록 달라졌는데 어찌 달라진 세상에 똑같은 그림만을 그릴 수 있겠는가. 삶의 행태가 바뀌고 가치관도 달라졌다.

그 세상 속에서 이제 진정 자신의 그림을 그릴 수 있겠다고 했다. 지금의 시간을 살아가며 작가는 지금을 그린다.

지난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지난 시간을 묶어두지 않는다. 지금의 시선이 머무는 곳, 바로 이번 전시에 만나는 그림들에 담긴 세상이다.

작가는 올 봄이 시작될 무렵 겨우 두 달 정도 된 새끼 고양이를 곁에서 보기 시작했다. 고양이도 작가도 서로 경계의 대상으로 기 싸움이 일었다.

3개월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친밀한 관계로 동반자와 같은 사이가 되었다. 작가의 손에는 고양이가 할퀸 자국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견제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형성된 친밀한 관계를 증명하는 생채기이다. 고양이와 자신과의 관계처럼 사람과 사람들의 관계가 자연스레 연결 지어졌다.

결국 고양이를 다시 보게 했고, 그리게 했다.

그렇게 오월 무렵부터 고양이를 그리기 시작했다. 흔하게 마주치는 길고양이를 보며 누구나 알고 있지만 거짓부렁을 일삼는 자들의 흔한 역겨운 모습들이 겹쳐졌다.

시커먼 먹의 가운데 또렷이 보이는 고양이의 눈빛, 숱하게 곱씹고 되뇌게 하는 시선이다,

시선 너머 전시장 벽면을 가득 메운 고양이는 과거의 고양이가 아닌 현재 작가의 곁에 맴도는 고양이이다.

화가 허달용을 속박하던 것들이 있었다. ‘의재’라는 글자가 규정하듯 그림의 시작은 몸속에 흐르던 ‘진한 피’였다. 청년의 시간을 넘기면서부터는 ‘가슴에 뜨겁게 타오르던 피’가 그림을 가득 채웠다.

고요한 빗소리에도 서늘한 바람에도 마음은 요동친다. 너무 거창하지 않아도, 어느 특별한 순간이 아님에도, 일상의 매 순간은 평범하지만 특별하다. 그럴게 하릴없는 일상이 변모하는 순간, 그림의 힘은 거세게 발동된다.

끝으로, 예술공간 집 문희영님은 작가 허달용만이 그릴 수 있는 그림들이다. 다른 이의 시선을 쫒지 않고, 거창하거나 거대한 것만을 쫒지 않았다. 그건 결코 ‘내 그림’이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변화를 두려워않고 너그럽게 끌어안은 그의 그림들이 지닌 쓸모를 더 깊이 이해해갈 수 있기를, 좋은 그림들을 줄곧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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