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내외뉴스통신] 서월선 기자

되도록 옷을 사 입지 말자고 결심하고 실천한 게 한 2년 정도 된다.

가끔 강의가 들어올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어떤 내용으로 강의할까?’보다 ‘어떤 옷을 입고 강의할까?’를 먼저 고민할 만큼 옷 좋아하고 관심도 많던 내겐 쉽지 않은 결심이었다.

그 실천의 계기를 만들어 준 게 ‘호두’다.

호두는 나의 첫 반려동물인 고양이다.

제주살이를 3년 정도 한 적이 있는데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면 분위기에 들떠 평소에 하지 않던 새로운 ‘뻘짓’을 해 보고 싶은 심리가 생기는 지, 생전 반려동물이라고는 키워보지도 않던 내가 충동적으로 호두를 맞이했다. 호두를 키우면서 나는 나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된다. 작은 개만 봐도 물릴까봐 도망가고 고양이가 근처에 오는 것만으로도 질색팔색을 하던 나는 알고 보니 동물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자식 생기면 다른 집 애들도 내 자식처럼 느껴지는 법. 고양이를 키우다보니 길거리 집 없는 고양이들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거기다 때 이른 갱년기까지 겹친 탓에 어린 길고양이를 볼 때마다 짠해서 막 눈물이 나고 그래서 하나 둘 밥 챙겨주다 보니 어느새 차 트렁크에 사료 20킬로그램씩 싣고 다니면서 동네 고양이 밥 주는 열성 캣맘이 돼 있었다. 길고양이한테 마음이 가니 유기견이나 먹을 게 없어 쓰레기장을 떠도는 들개도 불쌍해 보였다. 어디 그 뿐인가? 인간 가까이 사는 동물 가운데 돼지 머리가 가장 좋다는데, 저렇게 머리 좋은 애를 맛있다고 먹는 게 맞는 걸까? 사람이나 동물이나 마음은 똑같다는데 저 돼지는 도살당할 때 어떤 마음일까? 혹 죽음을 맞으면서 남겨 둔 어린 자식을 생각하지는 않을까? 소는 또 어떤가? 소는 도살장에 끌려갈 때 안 가려고 그렇게 발버둥 치고 그 큰 눈으로 눈물까지 뚝뚝 흘린다는데 우리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이름으로 그 동물들의 생명을 함부로 훼손할 자격이 있는가? 길고양이 밥 챙겨주다 결국 동물권까지 생각이 미치게 됐다.

동물의 권리, 동물권에 대한 고민은 환경으로 확장될 수 밖에 없다.

개발과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동물이 동물답게 살 터전을 빼앗은 것은 물론 털 뽑아 옷도 지어 입고 고기도 먹고 젖도 먹고 그 과정에서 탄소 발생시켜 지구온난화까지 만들었다. 이제 환경문제는 동물뿐 아니라 사람까지 위협한다. 세계 곳곳에서 위기를 느끼고 다양한 경고가 터져 나오던 차였는데 코로나가 터져 또 다시 환경은 뒷전이 된 안타까운 상황이 돼 버렸다.

어지러운 집안 정리해주는 어느 프로그램에서 배우 신애라가 이런 말을 하는 걸 봤다. ‘필요와 욕구를 구별하라!’ 마음에 와서 콕 박혔다. 나는 욕구를 조절하지 못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예쁜 쓰레기’들을 사들이고 버렸는가? 옷도 그 가운데 하나다. 모든 공산품은 환경을 해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마음 같아서는 고기 안 먹고 필요한 만큼의 물건만 사고 살뜰히 재활용하고 주말에는 바다나 산으로 가서 쓰레기 줍고 틈틈이 더 강력한 환경정책을 촉구하는 캠페인에 동참하고...... 그러면 좋겠지만 게으른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실천은 되도록 옷 덜 사 입고 분리수거나 제대로 하는, 딱 그 정도다. 보잘 것 없지만 이 정도의 문제의식도 호두를 만나지 않았다면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한사람을 만나면 하나의 세계가 함께 온다는데 내 반려고양이 ‘호두’가 물건을 사고 버릴 때마다 고민해야 되는 ‘심히 불편한 세계’와 함께 온 셈이다.

우선 옷 덜 사 입는 것부터 시작한 이 사소한 실천이 좀 더 확장될지, 아니면 눈 앞의 욕구에 무릎 꿇고 말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지금은 내 고양이의 크고 맑은 눈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하고 싶다.

“호두야, 고맙다! 우리 함께 잘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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