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창작, 행정 문법을 따라 매듭을 풀어가야죠 

[서울=내외뉴스통신] 김은정기자 

오페라 새로운 문법으로 근본에서 다시 출발을 

김은정 기자: 그간 K-Classic 작업에 이어 K-Opera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선 배경은 무엇입니까? 


탁계석: 네, 그간 K-Classic은 2012년 10월 양평뮤직페스티벌을 출발점으로 우리 창작의 필요성과 글로벌 시장 개척의 필요성을 강조해왔습니다. 이 때 발견한 것이 ‘칸타타 양식’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죠. 그래서 칸타타 한강(임준희), 송 오브 아리랑(임준희), 조국의 혼(오병희 ), 달의 춤(우효원), 동방의 빛(오병희), 태동(우효원), 코리아판타지(오병희)입니다. 이 작품들을 모두 지속 가능한 레퍼토리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내년에 두 작품이 예약되어 있으니 곧 10작품이 되고, 이제  칸타타에서 좀 물러나려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김: 이번에 ‘메밀꽃 필 무렵’이 관객 최다 점유로 인터넷과 포털 사이트에서 화제가 되었는데요. 
 
탁: 2011년 제 2회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 그것의 마케팅은 제가 한 것이 아니고요, 그런 사실도 이번 충남대 CNU오페라중점사업단의 학술발표에서 어떤 분이 발표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죠. 90%의 관객 동원에 티켓 4천장을 유료화했다는 것, 결국 못하고 있는 것이지 안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솔직히 오페라는 손을 대지 않으려 했습니다. 이건 창작 영역과 사업 영역이 뚜렷이 구분되고, 결국 오페라단들이 해야 할 작업이기 때문이죠. 문제는 이를 분석적으로 뜯어보면 모두 개인들은 저마다 열심히 하고 있지만 통합적 시각에서 보면 한계성이 노출됩니다. 그래서 새로운 관점을 통해 풀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매듭을 풀어 보려는 것이죠. 

김: 어떻게 풀어가실 생각인가요. 

탁: 근본부터 세워야 합니다. 우선 창작 전용극장을 확보해야 합니다. 여기에 따르는 예산 확보도 해야 하고요, 예술위로부터 창작산실을 위탁받아 자율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려고 합니다. 종국에는 국립창작오페라단을 만들거나 오페라지원센터를 만들려고 해요.

출산(出産)만 있고 육아(育兒)가 없으면 저출산으로 이어져 

다 아시다시피 우리 창작은 출산(出産)은 있지만 육아(育兒)가 없어요. 이렇게 되면 저(低)출산이 되듯 창작도 죽을 힘을 다해 만들어 놓았는데, 평생 그 작품 죽은 자식이 되어 바라만 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가슴이 무너지는거죠. 이 심정을 행정가나 탁상에서는 알 수가 없고, 정부 지원이란게 거기까지 이르지 못하는 한계성이 분명히 있죠. 열심히는 했는데 결과가 부족하다, 이게 지난 오페라 70년이었으니까요. 

작곡가는 시대의 최고 지성입니다. 괴테가 베토벤을 존경하지 않았습니까. 역사를 보면 당대의 철학가와 예술가가 모두 깊이 연계되어 있고, 이들은 조우(遭遇)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달라도 한참 달라요. 예술이 행정의 하위 구조에서 간섭받고,  행정은 군림하고, 예술이 줄을 서는 구조죠. 거야말로 케케묵은 한국형 구조이지 이런 형태로는 진정한 예술을 만들수가 없는 것 아닙니까.  

경직된 틀 밖에서 한류가 나오고, 싸이, BTS, 이날치 밴드가 나오죠. 이런게 공공에서 학교에서 나올 수 없는 것입니다.  교수들은 한마디 하는 사람을 눈씻고 볼수가 없죠. 학교 밥 때문이죠. 그러나 최근에 본 경기도립국악단의 원 일 감독의 '미래극장' 프로젝트를 보면서 아직도 곳곳에 숨어 있는 크리에이티브 전사들이 있음을 발견하고 매우 기뻤어요. 클래식에서 박창수, 류재준도 주목하는 아티스트입니다. 

한 때 장관해볼까 하는 꿈도 꾸었죠 

김: 실행을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탁: 이런 해결을 위해서라면 한 때 장관을 한 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유인촌 장관, 김명곤 장관 다 서로 대화하면서, 나와 같은 용띠인데요(웃음). 나는 공직을 싫어했고, 또 그런 기회도 닿지 않아 못했어요. 1998년 세종문화회관 법인화를 내가 나서서 성공시킨 것은 지금 생각하면 돌진형 기질 때문이죠. 이젠 그런 ‘무소의 뿔’ 시간은 지났지만, 장관보다 더 큰일을 하려고 해요. 그 결심으로 양평의 전원 텃밭, 아파트 다 팔고 한양으로 재입성(入城)하지 않았습니까. 남한강 푸른 물이 눈에 삼삼합니다. ㅎㅎ~

김: 그럼 최근 작곡가들의 단톡방을 만든 게 시작인가요? 

탁: 그렇지요. 행정은 문법입니다. 이에 맞는 조직을 해주어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고, 또 그래야 지원을 받을 수 있어요. 어떤 분들이, 얼마나 많은 참여가 있는가, 이런 것들을 공무원들이 많이 따집니다. 당연히 책임의 문제가 따르니까요. 기획예산처를 통과해 예산따는 게 장난이 아니죠. 이영조 원로 작곡가, 이건용 작곡가 등이 성원을 보내고 있고, 제가 디자인을 좀 해서, 예산 따는 것은, 이쪽 분야 선수들을 찾고, 평생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큰 작품 하나를 만들어 놓고 가는 거죠. 인생 뭐 그런 것 아닙니까? (웃음) 


김: 한류가 정점을 향해 달리며 정부쪽에서도 반길만한 작업인 것 같습니다.  

탁: 오죽하면 나훈아 가황이 나왔겠습니까. 수입 클래식 시대 지나고 있어요. 우리 것, 우리 상품을 아래로 낮추어 보던 시대가 아닙니다. 소니 워크맨에 감격했던 아날로그 세대들이 자기가 배운 것 외에 새로운 기술(우리 전통)을 못배웠으니 아직도 KBS다, 시향이다, 전국의 오케스트라들이 맹렬한 서구 추종만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건 말로 안되는 겁니다. 보여주는 수 밖에 없죠. 

그래서 실행 모드로 내가 나서서 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죠.  코로나19 동안 방콕을 하면서 이런 설계가 완성되고 시행되는데 최소 3~4년 걸릴 것이므로 지금 공사 착공하기 좋은 타이밍이라고 봐요. 세상에 안되는 일 없고 세상에 쉬운 일 없다. 이런 마음으로 작업에 임합니다. ‘죽어서 태우지 말고 살아서 몸을 태우자’ 즉 극단적 선택(?)을 해보는 겁니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요. 많은 성원 당부드리면서요. ㅎㅎ~   

greenp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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