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통신] 서월선 기자

코로나로 정체된 삶을 사는 우리는 불안한가 보다.

사실 여러모로 불안하다.

사람이 사람에게 폐가 될 수 있는 시대, 흐르지 못하고 머물러야 되는 시대, 미래를 예측하거나 계획하기 힘든 시대를 생각보다 너무 오래 견디고 있다. 게다가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 시대는 또 다른 바이러스 시대의 서막일 뿐이라고 그렇잖아도 겁 먹은 사람들한테 더 겁을 주고 있다. 다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종종거리고 있는데 굉음을 내며 맹렬하게 가속기를 밟고 있는 건 일자리가 사라지는 속도와 집값이 오르는 속도뿐인 듯 하다. 이런 때, ‘다들 힘들지만 지금 준비하는 사람이 나중에 기회를 얻을 수 있어!’, ‘멈추지 마! 좌절하면 안 돼!’하고 누군가 옆에서 계속 격려해주고 힘을 준다면 적으나마 위로가 될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사람들이 부쩍 자기계발서를 찾고 그 속에서 위안을 얻으려고 하나보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때 ‘시크릿’이라는 자기계발서가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이후 12년 만에 다시 자기계발서 열풍이 불고 있다.

교보문고 상반기 판매실적을 보면 자기계발서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20% 가까이 올랐다고 한다. 사회가 불안할 때마다 자기계발서 판매량이 느는 건 우연만은 아닐거다.

아마 이 시간에도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일자리가 불안한 가장들이, 이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사람들이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불안한 마음에 희망의 씨앗을 심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기계발서를 영어로 번역하면 ‘Self-develpment Book’이어야 하겠지만 영어권 나라 서점에 가 보면 이런 이름의 코너는 없다. 대신 ‘Self-help Book’ 이라는 코너가 있고 이 곳에 우리나라 자기계발서 같은 책들이 모여 있다.

Self-help Book, 굳이 번역하자면 나를 돕는 책......

자기계발서라는 이름보다 덜 치열하게 느껴지는 건 나만의 느낌일까?

별로 바쁜 일 없어도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쉼 없이 누르고 커피가 나오기도 전에 커피자판기에서 컵을 꺼내는 우리는 머물러 있는 삶에 익숙하지 않다. 빠르고 치열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이만큼의 성장을 이뤘지만 대신 우리는 여유를 잃었다. 심지어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무인도를 꾸미는 글로벌 게임에서도 가장 빨리 건물을 세우고 길을 닦는 사람은 한국 게이머라고 한다. 머리를 식히려고 하는 게임에서조차 쉬지 못하고 열심히 달리는 우리, 책을 읽는 순간에도 나를 치유하고 마음을 내려놓기보다는 다시 일어서기 위한 자극을 얻으려고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우리. 대단하지만 피로하다.

뭔가를 이루려고 조급해하다 보면 쉽게 지치고 실망도 크다. 고작 42.195킬로미터를 달리는 마라토너도 완급조절을 하는데 100년을 살아내야 하는 인생길에서 무작정 속도만 낼 수는 없지 않나? 살아보니 뒤로 가는 인생은 없었다. 실패에서도 깨달음을 얻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시간도 뒤돌아보니 귀한 경험이었다.

서점의 자기계발서 앞을 서성이는 사람들, 자기계발서라도 읽어야 되지 않을까 불안한 사람들, 부디 조급해하지 않기! 이런 순간조차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자신을 채찍질하지 않기! 다른 사람의 속도를 맞추기 보다는 내 속도대로 내 인생을 살기! 잠깐 멈출 수도 있는 용기 갖기! 그래서 이 코로나 시대를 잘 견디기!

그 누구보다 나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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