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내외뉴스통신] 김형만 선임기자

국가 또는 지방 공공단체의 사무를 맡아보는 사람들을 공무원이라 부른다. 그들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란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각자의 위치에서 공무원의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공무원 중에는 주어진 업무 외에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활용해 국민과 새로운 소통을 시도하고 있는 공무원들도 있다.

때로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소외된 가정을 돌보는 이웃사촌으로 또한 화가, 소설가, 시인 등 다양한 공간에서 활동하며 많은 사람에게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옹진군청에도 2편의 시집을 발간한 시인 공무원이 있다. 그는 이름난 신춘문예나 문예지를 통해 등단한 시인은 아니지만, 오롯이 자신의 삶과 동행해온 희로애락을 시로 옮겨 독자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때로는 잔잔한 감동을 선물하고 있는 아마추어 시인 공무원이다. 옹진군 영흥면사무소 심용섭 주무관이 그 주인공이다.

심 주무관은 ‘하얀 그림자’, ‘겨울 자리’ 두 편의 시집을 발간할 정도로 시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시를 통해 긍정적이고 따뜻한 에너지를 전달하는 감성의 언어 마술사 그는 누구인가?

서울 출신인 심용섭 주무관은 아빠만 찾는 배우자와 아빠밖에 모를 것 같은 아들 둘, 아빠만 알 것 같은 딸과 함께 2020년 1월 옹진군 공무원으로 임용된 후 영흥도로 이사와 단란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 공무원이 된 이유

철원에 거주하고 계시는 장인, 장모님께서는 요양원, 실버타운 등을 다니시면서 색소폰 연주 등 공연 자원봉사를 10년 넘게 하고 계십니다. 인생을 멋지게 살고 계시는 두 분과 구월4동 주민센터 복지팀에서 근무하던 제 아내를 보면서 “나랏일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보훈대상자인 저에게 옹진군청 공무원 임용시험에 응시해보라는 보훈처의 추천이 들어와 망설임 없이 공무원 임용시험에 응시해 2020년 1월 2일 임용되었습니다.

 

▣ 글솜씨가 좋은데 교육(전공)을 받은 적 있나요?

제가 존경하는 분 중 한 분이 교보생명 창립자이신 大山 신용호 회장님입니다. 대동상고(현 대동세무고)를 졸업하고 1995년 11월에 교보생명에 입사해 그분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분이 남기신 말들이 참 많습니다. 그중에 회사에서 강조하던 문구가 “설득력 있는 문장력”이었습니다. 그 한 문구 덕분에 책을 많이 읽으며 문장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습니다. 교육을 받았다고 하면 글로 제 마음을 표현할 기회들을 신용호 회장님이 주신 듯합니다.

▣ 시(詩)를 쓰게 된 동기

문학 소년은 아니었지만, 책 읽는 것과 글 쓰는 것을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즐겨했고 좋아했습니다. 그것이 저도 모르게 내공이 쌓인 듯합니다.

또 남자들의 군 생활 중에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기억이랄까요. 그 시절 그 시기에 크게 작용하는 심리적 안정이 사랑일 텐데요. 저 역시도 한 시기의 연애로 그런 느낌과 감정을 마음에 담아두고 군 생활을 했습니다.

이별 후의 군 생활을 하다 보니 더욱 그런 감정이 극대화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나에게 글은 마음의 평정을 찾아주는 역할을 했고 그것이 시로 표출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 현역 중사였고 약 80여 편의 시를 담은 시집 '하얀 그림자'를 출판했습니다. 그때가 2001년 6월로 기억합니다.

 

▣ 첫 번째  '하얀 그림자'는 어떤 시집인가요?

첫 번째 시집인 ‘하얀 그림자’는 “왜 이걸 책으로 냈을까?”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반복하게 했던 시집입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이미 과거로 치부될 수밖에 없는 첫사랑이라는 주제를 놓고 과연 예측할 수 없는 대중화에 접근하는 것이 저의 남은 인생을 놓고 바람직한 판단일까?”라는 것을 고민하게 한 시집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시’라는 기대로 과거의 그때를 그리워하고 기다리고 갈구하던 과정이 글로 표현된 것이기는 하지만 모든 사람이 함께 공유하는 보편적 상식의 ‘첫사랑’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는 것이 지금에 와서는 묻힌 시집이 될 수밖에 없는 또 앞으로의 현실을 존중하지 못한 시집이 아니었나 생각이 됩니다.

두 번째는 저의 의사와 상반되는 좋지 않은 오해인데, 소년소녀가장을 미끼로 책을 팔려고 한다는 공격을 많이 받고 상처를 받은 시집입니다. 그 당시 국방일보에는 수익금의 절반이라고 보도가 나갔지만 사실, 전액이었고 소년소녀가장돕기협회 사무총장에게 제가 받았던 수익금 전부를 전달했습니다.

두 가지 이유로 저 스스로 재판 발행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그저 첫사랑처럼, 오해처럼 아련하고 쓰린 시집입니다.

 

▣ 두 번째 시집 ‘겨울 자리’ 의미와 첫 번째 시집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는데 또다시 출판하게 된 동기는?

‘겨울 자리’ 의미는 “그만둘까?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고 고단했던 삶의 자리”를 의미합니다.

‘겨울 자리’는 전역 후부터 작년까지 모아두었던 시들입니다. 시라는 것이 ‘시나 써볼까?’ 해서 써지는 것도 아니고, 오랜 시간에 걸쳐 한 편 두 편 쓰다 보니 60여 편의 시가 노트에 있었습니다.

한때 시집을 내 볼까도 생각은 했었지만 ‘정신없이 살다 보니’ 잊고 지낸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지금은 결혼해서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 잘 키우고 옹진군청에서 열심히 근무하다 보니 심적 여유가 생겼나 봅니다.

무심코 지난 시간 돌아보고자 시들을 우연히 읽어보게 되었고 아내에게 “책을 한 번 내볼까요?” 물어보았더니 흔쾌히 힘이 되어 주겠다고 해 용기를 얻었습니다.

▣ ‘겨울 자리’에 실린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시와 이유?

유일하게 ‘이들의 뒤에서’라는 시는 사진이 있습니다. 저와 제 큰아들이 손을 잡고 골목을 걸어가는 사진인데요. 다들 ‘아들의 뒤에서’인데 오타가 난 것 아니냐고 묻더군요. 분명 ‘이들의 뒤에서’가 맞습니다. 저와 아들이 손잡고 가는 모습을 뒤에서 아내가 찍은 사진입니다.

그리고 ‘찻집’이라는 시는 아내와 인사동 찻집에 앉아서 차를 마시다 아내가 보는 앞에서 머릿속에 맴돌던 글을 메모지에 바로 써 내려갔던 시입니다.

“지나간 향이 다시 돌아온다는 표현”을 두고 ‘지나간 첫사랑이 돌아왔네’, ‘아직 첫사랑을 생각하네!’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차를 나르는 직원이 다니면서 풍기는 차향을 표현한 것입니다.

 
▣ ‘겨울 자리’ 시집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전역하고 지금까지 2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20여 년 동안 적지 않은 경험을 했는데요. 하나같이 힘든 경험들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사랑을 질투할 마음도 제가 싫다고 하는 느낌?” 오로지 제 두 눈만 엄지발가락을 사랑했고 혼자서만 묵묵히 걷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외롭고 고독한 것이 독선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만에 취하고 자기만족으로 큰 것을 이루었다는 착각이 성공으로 포장되고 그래서 더 힘들었었나 봅니다. 그런 과오를 범하지 말고 지워지지 않는 실수를 다들 안 하셨으면 하는 마음을 시를 통해 전하고 싶습니다.

▣ 공무원 신분으로 시를 쓴다는 것 어렵지 않나요? 그리고 주변의 시선은?

제가 글 쓰는 모습을 동료들은 볼 수가 없습니다. 근무 중에 집필해서도 안 되고 시를 쓸 생각도 해본 적 없습니다. 책꽂이에 ‘하얀 그림자’가 꽂혀있는데 아직 직원분들이 제가 시와 관련된 사람인 것도 모르고 계십니다.

 

▣ 세 번째 시집 출판 계획과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까지는 세 번째 시집 계획은 없지만, 시 쓰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쓰다 보면 노트에 차곡차곡 쌓이겠죠, 그러다 보면 세 번째 시집이 출판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세 번째 시집을 출판한다면 가족을 위한 시를 많이 써 주기를 바라는 한 여인의 바람처럼 ‘찻집’ ‘이들의 뒤에서’와 같은 아름다운 시들을 담고 싶습니다.

또, 기회가 된다면 아름다운 옹진군의 섬들을 시로 표현해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옹진군 섬은 표현의 끝이 없는 소재들이기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심용섭 주무관은 현재 옹진군 영흥면사무소에서 근무 중이다. 그는 요즘 옹진군의 아름다운 섬 풍경에 매료되어 그만이 가지고 있는 감성의 언어로 섬을 이야기하고 있다. 시를 통해 다시 태어나는 옹진군의 아름다운 섬 이야기가 기대된다.

한편, 긍정적이고 따뜻한 에너지를 전달하는 감성의 언어 마술사 심용섭 주무관의 두 번째 시집 ‘겨울 자리’는 유명 온라인 서점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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