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최규남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 다 내 것인 양
움켜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데는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법이니
쓸 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위에 기술한 내용은 필자가 서산대사의 임종(臨終) 시(詩) 중에서 일부를  임의로 발췌한 것이다. 대사께서 이런 임종 시를 남기신 이유는 아마도후대(後代)의 인간들에게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니 그러한 삶을 살면서 서로 미워하지 말고 지나친 욕심도 벗어던지고 서로 양보하며 살아가라”는 깊은 뜻을 전하려고 하신 것은 아니었을까!

 대사께서 갈파하셨듯이 모든 인간은 저승길 갈 때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간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정해진 운명이요 불변의 진리다. 하지만 오늘도 장삼이사들은 영생(永生)이나 할 것처럼 권력과 재물과 명예에 대한 지나친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서로 반목하는 어리석은 삶을 살아간다.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삶일까? 우리나라의 역사를 살펴보면 생전에 부귀와 영화를 누리던 자가 지나친 욕심이 화근이 되어 죽어서 부관참시(剖棺斬屍)라는 극형을 받기도 하였고, 경주에 살았던 만석꾼 최부자처럼 평상시에 욕망을 절제하고 진심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배려하면서 살아간 덕분에 전란(戰亂)으로 인한 무법천지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사람도 있었다.

 이런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역사가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교훈은 ‘인간이 생전이든 사후이든 험한 꼴을 당하지 않으려면, 평상시는 물론이고 특히 잘 나갈 때 자신의 욕망을 절제할 줄 알고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을 배려하면서 살아야 하며, 남을 모함하여 곤경에 빠뜨리거나 남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게 하는 짓은 하지 말라’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근자에 들어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위 잘나간다는 자들에 의해서 자행되고 있는 후안무치하고 몰상식한 일련의 행동들 - 말장난, 몰염치, 남 탓, 거짓말 등등 - 을 보고 있노라면 그러한 자들의 말로(末路)가 어떠한 모습일지 역사적 사실로 미루어 유추해 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을 듯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해는 떠서 이미 중천을 지났고 머지않아 서산으로 질 운명이다. 그것은 자연의 섭리(攝理)이며, 그 누구도 어떤 집단도 이러한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잔인한 복수(復讐) - 복수인지 아닌지는 당하는 사람이 판단한다 - 는 끝이 없는 복수를 부를 뿐이다.

 “해는 지고 갈 길은 멀어서, 도리에 어긋난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吾日暮途遠 故倒行而逆施之)”라는 말을 남긴 중국 춘추시대 오자서의 생(生)이 어떻게 마감되었는지를 알고는 있는지 그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자연의 섭리와 역사적 사실이 인간에게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는 교훈을 명심하여, 과거의 낡은 이념 등에 얽매여 내부의 분열만 초래하고 국가안보를 불안하게 하는 행동은 지금 당장 멈추고, 국민의 단합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만 옳고 정의롭다는 독선과 아집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진심 어린 배려와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는 열린 마음이라는 사실을 그들이 하루라도 빨리 자각(自覺)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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