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용 화백 ‘결의 미학’ 빛의 예술로 승화
박종용 화백 ‘결의 미학’ 빛의 예술로 승화
  • 김경의 기자
  • 승인 2020.11.26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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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의 빛’ 독창적 예술세계에 세계 주목
[‘결의 빛’ 자료] ‘결의 빛’을 창작하기 위해 아트지에 형상을 말아 오려붙인 초기상태.[작품1] 무제(‘결의 빛’) 259.1×193.9cm Mixed media(석채 등) 2020 (미완성작, 사진=박종용 화백)
[‘결의 빛’ 자료] ‘결의 빛’을 창작하기 위해 아트지에 형상을 말아 오려붙인 초기상태.
[작품1] 무제(‘결의 빛’) 259.1×193.9cm Mixed media(석채 등) 2020(미완성작, 사진=박종용 화백)

[내외뉴스통신] 김경의 기자 

우주(만물)의 본원과 생성원리를 상징하는 ‘결’을 독창적 예술로 표현해 국내외 예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온 화운당(花雲堂) 박종용 화백이 ‘결의 빛’이라는 새로운 창작으로 커다란 주목을 받고 있다. 

‘결’을 빛으로 빚어내는 새로운 형상인 ‘결의 빛’은 세계예술사에 유례를 찾기 어려운 독특한 창작이다. 

이는 화업(畫業) 60년의 박종용 화백이 지난한 삶과 예술적 고행을 통해 미술의 본질에 다가간 끝에 일궈낸 결실이다. 

만물의 본질인 ‘결’ 예술로 독창적 창조

박 화백은 8살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어릴적 ‘그림신동’이란 소리를 들었고, 고향시대(함안·마산시대, 1960〜1969)에서 출발해 인사동시대(1969〜1979), 용인·천안시대(1979〜2006)를 거치면서 당대 거장들로부터 인정받아 ‘최고의 필력’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박 화백은 예술에 입문하면서부터 2000년 초반에 이르는 화업 기간 거의 모든 매체를 다뤄왔다. 그는 평면과 입체작품, 만화(民畵)와 도자기, 간판, 동양화와 서양화, 불화(佛畫) 등 모든 장르의 예술을 망라하며 장인의 면모를 보여 왔다. 

그러던 중 박 화백은 2005년 무렵부터 영원히 살아 숨 쉬는 예술을 갈구하면서 추상작업을 통해 재현의 한계를 넘어 본질에 다가가고자 했다.

박 화백의 자연과 우주의 본질을 표현하고자 하는 열정은 미술의 본질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다. 그가 찾아낸 자연의 본질(진실)적 표현은 세상 만물이 지닌 ‘결’의 표현이었다.

‘결’이란 사전적 의미로 나무나 돌, 살갗 등에서 조직의 굳고 무른 부분이 모여 일정하게 켜를 지으면서 짜인 바탕의 상태나 무늬를 말한다. 결은 세상 만물이 태어나 오랜 시간,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며 만들어진 결과로 그 물체의 역사 자체로, 세상의 만물은 각기 자신만의 고유한 결을 지니고 있다. 

결이란 사물의 성질이나 상태의 근본 바탕이 되는 보이지 않는 질서로, 박 화백은 ‘결’이라는 조형적 언어로서 자연과 우주의 본질(진실)을 표현하고자 한다.

박준아 미술평론가는 “박종용 화백의 작품 경향은 1910년대 초 짧게 등장했지만 현대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말레비치의 절대주의 회화와 맞닿아 있다”고 평한다. 

말레비치가 ‘절대’라고 표현한 단순한 형태와 무채색의 화면은 박 화백이 말하고자 하는 자연의 본질에 대한 순수한 감각의 표현인 ‘결’과의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작품2] (왼쪽)‘무제(UNTITLE)’, 162x130cm, 캔버스에 고령토, 석채, 2018.   (오른쪽) ‘무제(UNTITLE)’, 162x130cm, 캔버스에 고령토, 석채, 2018.(사진=박종용 화백).
[작품2] (왼쪽) ‘무제(UNTITLE)’, 162x130cm, 캔버스에 고령토, 석채, 2018.
(오른쪽) ‘무제(UNTITLE)’, 162x130cm, 캔버스에 고령토, 석채, 2018.(사진=박종용 화백).

박 화백의 추상회화 ‘결’은 여러 단계를 거쳐며 다양한 작품으로 구현되고, 가장 근원적이고 원초적인 형태의 시작인 ‘점’으로 세상 만물의 결을 형상화하면서 독창성이 더욱 뚜렷해진다. 

박 화백의 작업은 흙을 곱게 걸러 아교와 섞어 캔버스나 마대 위에 점을 찍어 화면을 채워나가는 방식이다. 항상 다른 상태의 흙의 점도나 아교와의 혼합율을 조절해야 하고, 그에 따른 붓 터치 또한 정교해야 하기에 매순간 정신을 집중하고 열정을 다해 색 점을 찍는다. 

‘결’이 오랜 시간 동안에 변화무쌍한 환경에 적응하면서 만들어지듯 박 화백의 작품도 그렇게 만들어진다.

[작품2]는 ‘무제(결)’ 시리즈의 단색화 중 하나다. 점으로 형상화한 작품(오른쪽)에 대해 박 화백은 “평면 안에서의 움직임을 위해 점으로 원형의 구조를 고안했다”고 말한다. ‘점’의 배열과 구성으로서 ‘운동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박 화백은 그러한 운동감으로 물리적 시간과 공간을 표현하며 그와 맞물리는 형이상적 정신적 에너지와 자연과의 합일 등을 작품 안에 녹여낸다. 

일찍이 동양미술을 체화한 박 화백이 만물의 본질을 ‘결’로 보일 듯 보이지 않게 표현한 것과 관련해 최효준 전 경기도미술관장은 “서양 작가이지만 동양적이고 선(禪)적인 적멸(寂滅)의 경지를 시각적(視覺的)으로 효과적으로 구현해 낸 애드 라인하르트(Ad Reinhardt), 아그네스 마틴(Agnes Martin)의 작품 세계와 맥락을 같이한다”고 평한다. 

[작품3] (왼쪽) ‘무제’ 각 259.1×193.9cm 각 Mixed media(석채 등) 2020.(오른쪽) ‘무제’ 80.0x80.0cm Mixed media(석채 등) 2020.(사진=박종용 화백)
[작품3] (왼쪽) ‘무제’ 각 259.1×193.9cm 각 Mixed media(석채 등) 2020.
(오른쪽) ‘무제’ 80.0x80.0cm Mixed media(석채 등) 2020.(사진=박종용 화백)

[작품3]은 초창기부터 창작된 ‘결’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신작들이다. 왼쪽 작품은 무한(우주)을 향해 응집과 확산을 되풀이하는 세포분열을 연상케 하면서 우주를 향한 기원 속에 ‘생명·조화·선율’의 판타지아가 울려 퍼지는 듯하다.

오른쪽 작품은 점점 변화해 나가는 태풍의 눈을 진하고 옅은 청색계열의 석채(안료)를 사용하면서 마치 데칼코마니(일명 轉寫法)의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듯한 필력으로 수많은 점들을 찍고 또 찍어내면서 생명의 율동을 느끼게 한다.

이들 신작에 대해 최병국 평론가는 “우주의 본원(本源)을 풀어내려는 조형의지의 발현으로 우주만물의 여러 존재가 서로 의지하여 동일체(同一體)를 이루는 성상(成相)예술의 상징적 작품”이라고 평한다.

세계예술사에 새로운 ‘결의 빛’은 시대의 전위

박 화백은 최근 ‘결’을 빛의 예술로 창조하는 ‘결의 빛’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박 화백은 ‘작가노트’에서 “2015년 겨울부터 ‘결’들이 조금씩 모양을 잡아나가는 과정에서 ‘결의 향연’을 빛(생명)의 예술로 승화시켜 예술역사에 남기고픈 갈망이 나의 정신세계를 항상 지배하였다”고 말한다. 

그런 간절함은 지난 8월 화운당 아틀리에서 ‘결’이 오묘한 빛을 발하면서 우주를 비행하는 꿈으로 현시돼 ‘결의 빛’ 창작으로 이어졌다. 

박 화백은 이 경험대로 캔버스(합판)위에 종이(아트지)를 활용해 여러 상상의 형상들을 나선(유선)형으로 말아 붙이거나 가위질하여 오려 붙인 다음 며칠 동안 시간대별로 햇볕 속에서 빛의 굴절 등에 따른 음영의 차이(빛의 강약에 반응하는 그림자 강약 등) 등을 세밀히 관찰했다. 

햇볕과 불빛의 강도 및 굴절의 방향 등에 따라 시간차이별로 음영이 무려 8가지 정도의 강약 차이를 나타내는 현상을 수없이 확인했다. 빛의 강약 및 굴절 등에 따른 ‘결의 빛’을 찾아낸 것이다. 

왼쪽부터 (자료1) ‘결의 빛’을 창작하기 위해 아트지에 형상을 말아 오려붙인 초기상태. (자료2) 자료1의 ‘결의 빛’을 창작하기 위해 빛의 굴절 등을 표현한 도면(중간과정) (자료3) 자료1의 ‘결의 빛’을 창작하기 위해 빛의 굴절 등을 표현한 도면(중간과정) (자료4) 무제(‘결의 빛’) 259.1×193.9cm Mixed media(석채 등). 2020 (자료1의 미완성작, 사진=박종용 화백).
왼쪽부터 (자료1) ‘결의 빛’을 창작하기 위해 아트지에 형상을 말아 오려붙인 초기상태. (자료2) 자료1의 ‘결의 빛’을 창작하기 위해 빛의 굴절 등을 표현한 도면(중간과정) (자료3) 자료1의 ‘결의 빛’을 창작하기 위해 빛의 굴절 등을 표현한 도면(중간과정) (자료4) 무제(‘결의 빛’) 259.1×193.9cm Mixed media(석채 등). 2020 (자료1의 미완성작, 사진=박종용 화백).

자료(1)은 ‘결의 빛’ 작품을 구상하면서 형상들을 아트지로 말아 붙이거나 오려붙이는 초기 단계 과정이다. 이렇게 빛의 굴절 등을 이용하는 형상들을 아트지에 말아(오려)붙여 시간대별로 빛의 강도와 굴절 등에 따른 음영 등을 세밀하게 관찰하면서 스케치와 동시에 도면작성에 돌입한다. 

자료(2〜3)은 자료1의 ‘결의 빛’ 작품 창작을 위한 도면으로서 빛의 굴절방정식을 활용해 빛의 방향에 따른 효과 등이 정교하게 작성됐다. ‘결의 빛’ 창작을 위해 작품 당 10점 이상의 도면을 정교하게 그려(작성)내는데, 이는 ‘결’을 빛의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자료(4)는 ‘자료1’을 기초로 빛의 강도와 명암의 굴절 등에 따라 8번 채색해야 하는 과정에서 5번 덧칠해진 완성직전(미완성)의 작품이다. 빛의 굴절과 음영 등을 완벽하게 표현해 낸 완성작은 햇살이 비춰지는 부분과 그림자가 드리워진 부분 등이 정교하게 표현되는 자료1의 이미지와 같은 환상적인 ‘결의 빛’ 예술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작품1]은 비상을 꿈꾸는 듯한 ‘결의 빛’ (완성)작품으로서 햇살(빛)이 비춰지는 부분과 드리워진 그림자 부분 등을 극명하면서도 환상적으로 표현했다. 또한 색상들은 흰색에서 검정색까지 8번에 걸쳐 강도와 명암을 높이고 더해가면서 질감 있게 표현됨으로써 빛을 향한 ‘결’의 향연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박 화백의 ‘결’ 작품은 2019년 초 예술의전당에서 첫 선을 보이며 전시기록과 함께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춘천 KBS 전시 등으로 이어지며 각계의 관심을 불러모았다.

최근 박 화백이 새롭게 창작한 빛의 굴절 등을 활용한 ‘결의 빛’ 작품과 기존의 ‘결’에서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결’의 연작은 국내는 물론 세계 미술사에서도 찾기 어려운 성과들이다.

박종용 화백(사진=김경의 기자)
박종용 화백(사진=김경의 기자)

이러한 박 화백의 독창적 예술세계에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보여 뉴욕의 세계적 화랑의 초청에 이어 내년 하반기 전시가 예정돼 있고, 프랑스에서는 직접 한국으로 와 박 화백의 예술세계를 카메라에 담고 파리 전시를 확정지었다. 일본 유수의 갤러리 또한 내년 전시를 예정하고 있다.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추상회화의 1세대 선구자인 김환기 화백은 “인간의 순정(純正)한 창조란 그 시대의 전위가 될 것이고, 미술사는 항상 새로운 백지 위에 새로운 기록을 작성해간다”고 했다.

20세기 현대미술이 작가들의 실험정신에서 나왔듯 박 화백의 지칠 줄 모르는 창조적 실험정신은 현시대의 전위가 되면서 미술사에 새로운 기록을 작성해가고 있다.

jetnomad3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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