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통신] 김경현 선임기자

2016년 겨울,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시작된 박근혜 정권에 대한 국민적 분노로 연인원 1000만명이 촛불을 들었고,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져 문재인 정권이 탄생했다. 그만큼 문 정부에 거는 국민적 기대는 유례가 없는 것이었고, 이를 증명하듯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40%대를 견고하게 지켜왔다. 지난해 10월, 조국 전 법무장관을 둘러싼 논란(조국 사태) 때도 41.4%p(2주차)를 기록했을 정도로.

하지만 14개월여가 지난 지금 문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2일 리얼미터 발표에 따르면 37.4%p를 기록했고, 4일 갤럽은 39%p로 발표했다. 또한 리얼미터 조사결과 정당 지지도도 국민의힘(31.2%p)이 더불어민주당(29.9%p)을 앞질렀으며, 갤럽 발표에서는 다음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바란다는 응답이 한 달 전보다 3%p 오른 44%p로 나왔다. 이는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40%)에 금이 가기 시작했음과 정권교체를 바랄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이러한 결과는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보다 국민적 피로도가 높은 상황에서 계속돼온 부동산 정책 역효과(집값 상승)와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지난한 갈등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더욱이 지난달 24일 추 장관이 기습적으로 발표한 윤 총장 직무배제와 윤 총장의 행정법원 승소(직무복귀), 그리고 추 장관의 항고는 국민적 피로감 상승을 넘어 짜증스럽게 만들고 있다. 거기다 교통정리에 나서야할 대통령의 긴 침묵은 짜증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고.

그렇다면 과연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밝혔던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은 얼마나 지켜지고 있을까? 아니, 그 초심이 지금도 남아 있기나 한 걸까? 무엇보다 ‘광화문 대통령’은 될 수 없었다 할지라도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던 그 약속은 지켜지고 있는 것일까? 이는 국민들도 되짚어봐야겠지만, 그 어느 때보다 사회적 분열이 심각해진 만큼 문 대통령 스스로 복기해봐야 할 문제다. 

동절기를 맞아 코로나19 3차 대유행과 함께 거세질 경제위기, 정권 내부의 진흙탕 싸움, 의회주의가 사라진 집권당의 독주, 무능력하면서도 진영 간 싸움을 부채질하는 정권 핵심인사들의 거침없는 발언, 그리고 그에 동조해 더욱 깊어진 사회적 갈등의 골 등등 더 늦기 전에 문 대통령 스스로 취임사를 다시 읽어보고, 지난 4년여를 돌아봄으로써 갈피를 다잡아야 할 때다. 지금과 같이 내 편과 네 편을 구분 짓고 폭주한다면, 결국 ‘새 시대의 맏형’이 아니라 ‘헌 시대의 또 다른 막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래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 전문이다. 문 대통령과 정권, 그리고 진영의 회오리에 휘말린 국민 모두 다시 한 번 읽어보며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국민께 드리는 말씀]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위대한 선택에 머리 숙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는 오늘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지금 제 두 어깨는 국민 여러분으로부터 부여받은 막중한 소명감으로 무겁습니다. 지금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우리가 만들어가려는 새로운 대한민국은 숱한 좌절과 패배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선대들이 일관되게 추구했던 나라입니다. 또 많은 희생과 헌신을 감내하며 우리 젊은이들이 그토록 이루고 싶어 했던 나라입니다.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저는 역사와 국민 앞에 두렵지만 겸허한 마음으로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과 소명을 다할 것임을 천명합니다.

함께 선거를 치른 후보들께 감사의 말씀과 함께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함께 이끌어가야 할 동반자입니다. 이제 치열했던 경쟁의 순간을 뒤로하고 함께 손을 맞잡고 앞으로 전진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몇 달 우리는 유례없는 정치적 격변기를 보냈습니다. 정치는 혼란스러웠지만 국민은 위대했습니다. 현직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앞에서도 국민들이 대한민국의 앞길을 열어주셨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전화위복으로 승화시켜 마침내 오늘 새로운 세상을 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위대함은 국민의 위대함입니다. 그리고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 국민들은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주셨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골 고른 지지로 새로운 대통령을 선택해주셨습니다.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 저는 감히 약속드립니다.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힘들었던 지난 세월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물었습니다. 대통령 문재인은 바로 그 질문에서 새로 시작하겠습니다. 오늘부터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하겠습니다. 대통령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우선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습니다. 준비를 마치는 대로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습니다. 참모들과 머리와 어깨를 맞대고 토론하겠습니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주요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습니다.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이 없는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때로는 광화문 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습니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최대한 나누겠습니다.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습니다. 그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견제장치를 만들겠습니다. 낮은 자세로 일하겠습니다.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안보위기도 서둘러 해결하겠습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겠습니다.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겠습니다. 베이징과 도쿄에도 가고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서라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습니다. 한미동맹은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한편으로 사드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및 중국과 진지하게 협상하겠습니다. 튼튼한 안보는 막강한 국방력에서 비롯됩니다. 자주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북핵문제를 해결할 토대도 마련하겠습니다. 동북아 평화구조를 정착시킴으로써 한반도 긴장완화의 전기를 마련하겠습니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겠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합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대화하겠습니다.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입니다.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습니다.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습니다.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습니다. 저에 대한 지지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이를 맡기겠습니다.
 
나라 안팎으로 경제가 어렵습니다. 민생도 어렵습니다. 선거과정에서 약속했듯이 무엇보다 먼저 일자리를 챙기겠습니다. 동시에 재벌개혁에도 앞장서겠습니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정경유착이라는 낱말이 완전히 사라질 것입니다. 지역과 계층과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고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의 길을 모색하겠습니다.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번 대통령 선거는 전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졌습니다. 불행한 대통령의 역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이 불행한 역사는 종식되어야 합니다.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새로운 모범이 되겠습니다. 국민과 역사가 평가하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서 지지와 성원에 보답하겠습니다. 깨끗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빈손으로 취임하고 빈손으로 퇴임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훗날 고향으로 돌아가 평범한 시민이 되어 이웃과 정을 나눌 수 있는 대통령이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자랑으로 남겠습니다.

약속을 지키는 솔직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선거과정에서 제가 했던 약속들을 꼼꼼하게 챙기겠습니다. 대통령부터 신뢰받는 정치를 솔선수범해야 진정한 정치발전이 가능할 것입니다. 불가능한 일을 하겠다고 큰소리치지 않겠습니다.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습니다.
 
공정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소외된 국민이 없도록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항상 살피겠습니다. 국민들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드리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이 되어 가장 강력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군림하고 통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광화문 시대 대통령이 되어 국민들과 가까운 곳에 있겠습니다. 따뜻한 대통령 친구 같은 대통령으로 남겠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2017년 5월 10일 오늘 대한민국이 다시 시작합니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역사가 시작됩니다. 이 길에 함께해주십시오. 저의 신명을 바쳐 일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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