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통신] 서월선 기자 대리만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통제한 엄마 때문에 평생을 엄마와 불화하던 지인이 얼마 전 이런 고백을 했다. ‘엄마란 당연히 이래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기로 했다’고. 그는 우리의 통념에 있는 전형적인 엄마의 상(像) 때문에 엄마가 더 원망스러웠다고 한다.

모름지기 엄마란 자식을 위해 그 어떤 희생도 감내해야 된다는 전통적인 고정관념을 한치 의심도 없이 당연하게 여기면서 살아왔는데 그 때문에 희생은커녕 바득바득 자식 위에 군림하려는 엄마가 더 용서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엄마와 화해할 거냐고 물었더니 그것도 아니라고 했다. 엄마를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 한 구석에 숨어 있던 죄책감이 본인을 더 괴롭게 했는데 이제 자식은 ‘당연히’ 이래야 한다는 생각도 함께 버리고 마음의 자유를 얻기로 했다는 거다.

‘~라면 당연히 이래야지, 저래야지’하는 고정관념은 우리를 참 힘들게 한다.

부모라면 당연히 이 정도는 해야지...... 자식이라면...... 며느리라면...... 장남이라면...... 상사라면...... 부하직원이라면...... 여자라면...... 남자라면......

법으로 정해진 바는 없으나 관습으로 내려 온 각자의 역할에는 최소한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집단마다의 기준이 있고 그 기준 안에 있는 수고는 ‘당연히’라는 말로 의무화되었다.

‘당연히’의 범주에 든 수고는 미안해하거나 고마워할 필요는커녕 그 수고가 조금이라도 성에 차지 않거나 소홀하면 오히려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 되고 만다.

그런데 요즘 그 ‘당연함’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다.

며느리라면 ‘당연히’ 명절마다 시댁에 가서 차례상을 차려야지.

남자라면 ‘당연히’ 가정 경제를 책임져야지.

의심의 여지조차 없었던 이런 당연한 관습들에 ‘왜 그게 당연한데?’라며 반기를 든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여성의 교육과 의식수준이 높아지면서 남성중심의 명절문화에 의문을 제기하는 여성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남녀평등을 외치는 시대에 남성의 어깨에만 얹어진 경제적 책임이 불합리하다고 느끼고 역할을 바꿔 하는 가정도 생기기 시작했다.

그들의 작지만 강한 저항에 정신이 번쩍 든다.

“그래, 그걸 왜 당연하다고만 생각했지?”

달리 생각해보면 세상에 당연한 건 아무것도 없다.

한 달동안 열심히 번 돈을 자신을 위해 쓰지 않고 가족을 위해 쓰는 일도 고맙고,

한 두번쯤 학교 빠지고 놀러 가고 싶을만도 한데 날마다 꼬박꼬박 학교를 향하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자신의 부모와 조상 대신 남편의 조상부터 섬겨주는 것도 생각해보면 참 고맙고 미안한 일이고, 제 쓰기도 빠듯할텐데 부모한테 꼬박꼬박 용돈 부쳐주는 것도 참 대견한 일이다.

당연했던 일을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이렇게 저절로 미안함과 고마움이 따라온다.

혹 가족이나 주변 사람 가운데 누군가 당연히 해 줘야 될 일을 소홀하게 하는 것 같아서 섭섭한 마음이 든다면 당연한 것 중에 당연한 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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