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이병순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최근 국정운영과 정당지지도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우리 국민의 정치사회적 피로도가 임계점을 넘어 폭발직전으로 치닫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경제사정 악화, 미래삶에 대한 불확실성 심화, 집갑폭등과 세금폭탄, 법무부발(發) 개혁 ‘분탕질’이 국민 피로도를 임계점까지 끌어 올렸다면, 인내의 한계를 건드린 것은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대한민국의 헌법적 핵심가치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까지 무시하고 나선 다수당의 ‘입법폭주’다.

  지난 12월 9일 국회법사위는 이미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과 대북(對北) 전단살포금지 및 강력한 처벌조항을 신설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다수결로 밀어붙여 의결하고 본회의에 상정했다. 이중 공수처법 개정안은 그다음 날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됐다.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의 본 회의 상정에 이어, 국가보안법에서 제7조 ‘찬양.고무죄’를 없애는 동(同) 법 개정안이 법사위에 상정되어 있다.

  우리 국민 대다수는 전혀 불편을 느끼지 않고 있는 ‘안보 관련 법안’에 대해 여권이 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저해한다는 ‘반헌법적 혐의’까지 감수하면서 전광석화처럼 섬멸적으로 ‘입법강행’에 나서고 있는지, 합리성을 상실한 강행처리행태에 불안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위헌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본회의에서 강행처리 된 ‘공수처법’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나머지 안보 관련 법안 강행처리의 문제점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이다. 지난 6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을 북한의 적화전략을 가장 효율적이고 성공적으로 차단, 저지함으로써 ‘국가수호’의 첨병 역할을 해온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정당한 이유도 없이 떼어내 ‘완전 임무 수행능력’이 검증되지 않고 준비되기도 어려운 경찰로 이관하고 이를 3년간 유예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런 ‘개혁몰이’는 개악으로 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분단국가뿐아니라 선진국에서 정보와 수사를 긴밀하게 통합해 나가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국가정보원은 ‘기능적 불구’가 됨은 물론, 경찰로 이관될 ‘대공수사권’ 역시 해외정보 능력 부재로 북한의 ‘적화전략’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 각계 집단지성들이 국가안보를 우려하며 이성적 분노를 금하지 않는 이유이다. 현재 북한은 난수 방송을 재개하고 인터넷과 유튜브까지 활용해 암약 중인 간첩을 대상으로 지령을 하달하고 있다.

  둘째, 국가보안법 개정안이다. 국가보안법은 제7조 ‘찬양.고무’조항을 폐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헌법재판소는 1990년 4월에 국가보안법 제7조(제1, 5항)에 대해 ‘한정합헌’을 결정한 바 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소정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경우에 적용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해석하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했다.
  이후 국회는 1991년 5월에 동(同) 법 제7조 제1항에 대한 헌법재판소 ‘한정합헌’ 결정내용을 수용하여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문구를 삽입하고, 제1항 후단에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 자”라는 부분을 삭제하고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라는 문구를 새로 넣어 개정했다.

  개정 이후에도 국가보안법 위반자들의 위헌법률심판과 헌법소원이 계속되었지만 헌법재판소는 1991년 4월 개정에서 ‘주관적 구성요건’이 추가됨으로써 입법목적을 일탈하는 확대해석 위험은 거의 제거되었고 개념의 다의성과 적용범위의 광범성도 제거되었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거나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할수 없다며 합헌결정(헌재 1996.10.4. 95헌가2; 1979.1.16. 92헌바6등)을 했다.

  국가보안법 제7조 수사권은 1994년 1월 중단된 적이 있다. 그러나 반국가이적활동 범람으로 극심한 안보침해 현상이 초래되자 1996년 12월에 다시 부활된 역사를 갖고 있다. 이후 수사기관의 이 조항 불법적용이나 탈법적 수사행위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만약 제7조 ‘찬양.고무’ 조항이 삭제된 채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간첩이나 안보위해사범 수사단서 확보가 어려워 국가안보에 큰 구멍이 뚫리게 된다. 안보의 제방이 무널질 수 있다.

  셋째,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은 법률전문가들과 학계, 언론으로부터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높다는 지적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또한 이 법의 개정은 지난 6월 북한의 김여정이 탈북민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고 난 이후 불과 6개월 만에 일사천리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김여정 지시법’ 또는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탈북자들이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것은 그들이 남겨두고 온 부모 형제와 북한 주민들이 아무런 견제 장치 하나 없이 일상적으로 평생에 걸쳐 당하고 있는 인권유린 참상을 그냥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 김여정은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북한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에 관한 발언에 대해 “앞뒤 계산도 없이 망언을 쏟는 것을 보면 얼어붙은 북남관계에 더더욱 스산한 냉기를 불어오고 싶어 몸살을 앓는 모양”이라고 비난(12.8 담화)하면서 “우리는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고 아마도 정확히 계산돼야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런 남북관계 경색국면에서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의혹’을 받는 입법강행은 국민의 신뢰와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지금의 안보관련 법률개정은 헙법 전문과 제4조에 명시되어 있는 우리 헌법의 최고 가치이자 최고 이념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체하고 파괴하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 다수결의 원칙은 소수의 보호를 전제로 한다. 히틀러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후 전체주의독재를 실시했다. 이를 막지 못한 독일국민은 제2차 세계대전의 참혹한 전장터로 내몰려 수백만명이 죽음을 당했다. ‘민주주의 절차’의 악용을 막지못한다면 국가적 대희생이 따를 수 있 다는 ‘역사적 교훈’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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