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통신] 김경현 선임기자

지난 7월 ‘저는 세입자입니다’라는 말로 임대차 3법을 꼬집어 화제를 모았던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어제(12일) 장장 12시간 47분간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으로 최장 기록을 세웠고,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본인 책도 모자라 남의 책까지 가져다 읽는 게 무슨 토론이냐’고 비꼬기도 했고요.

어쨌거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통과를 지연시킬 뿐 막을 수는 없는데요. 현재 범여권 180석은 야당의 필리버스터에 흔들릴 숫자도 아닐 뿐더러, 무엇보다 민주당은 한 치도 물러설 생각이 없으니까요. 당연히 국민의힘이라고 이런 사실을 모르겠습니까마는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이것뿐이고, 저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일반적 생각입니다.

사실상 통과를 눈앞에 둔 국정원법 개정안을 보면서 기자는 ‘그럼 경찰은?’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경찰은 1차 수사종결권을 얻었고, 이제 대공수사권마저도 국정원으로부터 이관 받게 될 텐데요. 그렇다면 그간 경찰은 어떤 개혁을 했을까요? 아니, 문재인 정권은 경찰개혁을 위해 무엇을 했을까요?

당장 박근혜 정권에서 농민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규정과 달리 거침없이 쏴대는 바람에 백남기 농민이 결국 사망하는 일까지 있었지만, 문 정권 들어 경찰청장이 바뀌었고 사과 한 번 한 게 전부입니다. 지금껏 검찰개혁에 대해서만 요란하게 변죽을 울렸을 뿐 경찰 스스로의 쇄신이나, 정권 차원의 경찰개혁에 대한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는데요. 과거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권력 옹위 최일선을 지켜온 경찰은 이렇게 어벌쩡 넘어가는 것일까요.

물론 경찰을 국가(수사)경찰과 자치(치인)경찰로 나누고, 국가수사본부를 만들기 위해 지난 9일 경찰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는 했습니다만, 수사종결권과 대공수사권을 가진 경찰의 힘은 막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그 막강한 힘이 정권을 위해 오·남용된다면 과거 군사독재시절로 되돌아가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특별한 안전장치가 없다는 게 일각의 주장이고요.

돌이켜 보면 우리 현대사에서 국민들을 일선에서 힘들게 했던 건 검찰이 아니라 경찰이었습니다. 경찰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숱하게 (1세대) 민주화 투사들을 고문했고, 멀쩡한 사람을 간첩으로 둔갑시키기도 했습니다. 거기다 생활 곳곳에서 부정을 일삼기도 했고, 수사과정에서 비리를 저지르기도 했는데요. 

무엇보다 정권의 시그널에 따라 시위 진압을 폭력적으로 했던 건 다반사였고, 콘테이너나 차벽을 설치해 시위 자체를 원천봉쇄하는 등 늘 권력의 주구 노릇을 톡톡히 해왔던 게 경찰입니다. 그러고 보니 문 정권 하에서 울산시장 선거 관여를 의심받는 당시 현직 경찰이 국회의원에 당선돼 검찰개혁을 외치고 있기도 하네요.

여하튼 요즘 경찰은 아무런 개혁 없이 ‘대박’을 맞고 있는 중입니다. 아니, 정권의 입맛대로 구조조정돼 가고 있는 검찰과 기능 축소(국내 산업정보 수집 강화)를 앞둔 국정원은 ‘쪽박’을 차게 됐고, 그 과정에서 경찰은 많은 부분 어부지리를 얻고 있는데요. 이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늑대 이빨을 빼는 대신 여우 발톱을 키우는 꼴'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자가 보기에는 지금 많은 부분 역순으로 가고 있는데요. 검찰과 국정원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경찰부터 개혁했어야 합니다. 검찰과 국정원의 기능을 떼 내어 경찰에 이관해도 오·남용될 염려가 없도록 경찰개혁과 안전장치를 먼저 만들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이 그리도 급한지 추미애 법무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검사징계위원회에 회부하면서 그랬던 것처럼 권력기관의 권한 분산에 있어 역순으로 가고 있고, 그로인한 엉성함 때문에 우려를 금할 길 없습니다.

PS. 지난 1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됐는데요.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시켜 가면서까지 설치하는 공수처가 검찰개혁의 산물일 수는 있겠지만, 이는 엄밀히 윤 총장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공수처 설치 그 자체는 입법부 소관이니까요. 그런데 자신들이 임명한 윤 총장을 마치 검찰 적폐의 표본인 양 말하며 공수처를 윤 총장과 연계시켜 이야기하는 건 전혀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겁니다.

또 하나, 조국 전 장관이 법무부 수장이 돼서 검찰개혁 일환으로 제일 먼저 했던 게 △포토라인 금지 △공개소환 · 심야조사 금지 △피의사실공포 금지 등인데요. 상식적으로 검찰에 출석해 포토라인에 설 정도면 중요 범죄혐의를 받는 것일 테고, 그 대상은 정·관계 및 경제계 인사로 사회지도층들일 겁니다. 때문에 이는 검찰개혁이 아니라 '사회지도층 범죄 가림막 작업'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 황망한 건 그 첫 번째 수혜자기 조 전 장관 본인이었다는 점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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