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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내외뉴스통신] 서월선 기자

남들이 무슨 일 하냐고 물으면 대답하기가 참 망설여졌다. 방송작가라고 하면 십중팔구 드라마 주조연으로 등장하는 지적이고 세련된 작가를 떠올리며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방송작가란 그만큼 멋진 일이 아니라고 번번이 설명하기도 멋쩍어서 되도록 무슨 일을 하는 지 티내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방송현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막연히 알고 있는 방송작가는 현실과 인식의 괴리가 너무나도 큰 직업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글 쓰는 직업에 대해 비교적 후한 편이다. 덕분에 방송작가에 대해 다들 우호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실상은 개편때마다 프로그램 폐지될까 노심초사하는 프리랜서 집필노동자일 뿐이다. 프리랜서는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계약직보다 못하고 아르바이트보다는 좀 나은 비정규직 노동자다. 그래서 지금껏 4대 보험도 실업급여도 없었지만 몇 년 전 생긴 노조 덕분인 지 최근 예술인고용보험 대상이 되면서 앞으로 어느 정도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 수십년동안 집필노동자의 노동성을 보장 받으려고 많은 작가들이 현장에서 투쟁하고 희생했는데 최근 2~3년 사이 노조도 생기고 예술인고용보험 혜택도 받는 등 급격하게 빠른 변화를 갖고 올 수 있었던 건 이번 정권이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절실하게 느꼈지만 사회가 변하려면 기득권이 변해야 한다.

명절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남녀차별이 없어지려면 상대적 약자인 며느리들이 백날 투덜대고 바꾸자고 하는 것보다 기득권층인 남편들이 각성해서 앞으로는 명절에 차례준비는 남녀가 똑같이 하자라고 한마디만 해 주면 당장 바뀔 수 있다.

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마찬가지다.

이익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세상의 상식대로 사용자들이 마음만 먹어주면 노동자들의 헛된 희생은 크게 줄어들 일이다.

환경문제 역시 환경운동가들이 일회용품 쓰지 말자, 플라스틱 줄이자, 개발에 제한을 두자며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시켜 실천으로 이끌어내는 데는 지난한 세월이 걸린다. 대신 기업과 정부에서 환경에 대한 엄격한 정책을 내세우면 빠른 시일안에 큰 변화와 결실을 볼 수 있다.

기득권이 바뀌면 참 쉬워질 일인데 세상만사 모든 일이 이렇게 어렵고 먼 길로만 흐르는 건 자신이 갖고 있는 권리를 놓는 일이 쉽지 않아서일 거다.

나이가 들수록 잃으면 안 되는 게 많아지고 두려워지게 된다.

소위 말하는 기득권층이 된다는 거다.

크게는 환경문제부터 작게는 집안 대소사까지......

재벌들이, 정치인들이, 고위공직자가 책임과 권리가 큰 사람들이 바뀌면 세상이 크게 바뀌지만 작은 변화는 우리도 갖고 올 수 있다.

회사에서 혹은 집에서 크고 작은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항상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

내가 놓지 못하는 무엇 때문에 시원하게 뚫려 순리대로 흐를 수 있는 일이 꽉 막혀 있거나 역행하고 있지는 않은 지......

모든 변화는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그 변화의 속도는 어디에서 물꼬를 트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흘러야 제대로 흐를 수 있다.

 

ss0149@nbnnew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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