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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내외뉴스통신] 서월선 기자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가 독자를 상대로 2020년 한해를 요약할 수 있는 단어와 문장을 공모했는데 9살 아이가 이런 문장을 보냈다고 한다.

“길을 건너기 전에 좌우를 잘 살피고 건넜는데 잠수함에 치인 것 같아요”

길에서 잠수함에 치이다니......

느닷없이 코로나19를 만난 우리의 황당한 심정을 9살짜리가 어떻게 이렇게 잘 표현했을까?

우리나라 교수들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선정했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뜻의 신규 사자성어라는데 그냥 내로남불이라고 했으면 더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올 한해 정치, 사회 전반에 드러난 극심한 편가르기를 비판하는 말이리라.

한편, 어느 취업포털에서는 2,30대 천여명이 올해의 한자성어로 우환질고(憂患疾苦)를 뽑았다고 한다. 근심, 걱정, 질병, 고생을 뜻하는 말이다.

올 한해 젊은이들이 얼마나 마음고생 심했는 지 구구절절 얘기하지 않아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단어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연기대상이니 연예대상 같은 걸 보며 한해를 정리하곤 했다. 올해는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방송사마다 방역수칙을 최대한 지키는 선에서 나름의 정리를 하고 있는 듯 하다. 여느해 만큼의 관심은 아니지만 올해도 누가 신인상을 받았더라, 대상은 이 사람이 됐더라 하며 잔잔한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다.

유난히 힘들었던 한 해가 이렇게 가고 있다.

운신의 폭이 좁았던 탓에 한 해를 도둑맞은 것 같다고도 하고 지긋지긋한 한해였다고도 하지만 때문에 더 치열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누가 나한테 신인상을 주는 것도 공로상을 주는 것도 아니지만 우리는 어떤 분야에서는 신인이었고 또 어떤 분야에서는 원로였으며 어디에서 무엇으로 살든 제 몫을 다하려고 애썼다.

우리 개인의 내밀한 서사에서 다사다난했던 2020년은 어떤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으며 어떤 사자성어로 상징될 수 있을까?

영국의 비평가 존 러스킨은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무엇으로 채워가는 것이다’라고 했다.

올해 역시 우리는 예고 없이 온 숱한 우연들을 잘 엮어 알차게 채워진 나름의 역사를 만들어 냈다.

2020년!

우리 모두 잘 살았다. 정말 잘 견뎠다. 그러느라 수고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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