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시인 “경책과 같은 언어들···선시의 가능성 매력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심익섭 동국대 교수 “코로나19 펜데믹 사태로 무력한 지금···시인의 시는 허한 마음을 함축의 미학으로 무심한 듯 헤아려줘”

▲ 이형근 시인(우)이 출간한 선시집(禪詩集) 『빈 소쿠리』(좌). (자료제공=불교문예)
▲ 이형근 시인(우)이 출간한 선시집(禪詩集) 『빈 소쿠리』(좌). (자료제공=불교문예)

[내외뉴스통신] 김경현 선임기자

색色이 즉 공空이요 / 공空이 즉 색色이라 / 공색空色이 일여一如라, 하시더니 / 채마밭에 잡초만 무성하네 / 꽁밥 먹지 말고 풀 뽑으라는 / 그 말씀의 씀

인천 강화도 마니산 하늘재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형근 시인의 ‘참뜻’이라는 시다. 지극히 간결한 언어로 ‘자생산업(資生産業)이 곧 불법(佛法)’이라는 법화경의 가르침을 떠올리게 하는 이 시는 시인이 출간한 불교 선시집(禪詩集) 『빈 소쿠리』에 담겨 있다.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 있는 차 학교와 문화원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는 시인은 ‘문학과 의식’으로 등단해 세계한인작가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우리 문학의 세계화와 한민족 디아스포라문학(이주자의 정체성과 삶을 그린 문학)의 정체성 확립과 계승을 위해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

이형근 시인이 이번에 출간한 『빈 소쿠리』는 2018년 4월 『한낮, 시가 무릎에 앉았다』에 이어 두 번째로 출간한 시집으로, 불교 선시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도 그럴 것이 시인은 시작(詩作)을 “지난한 길에서 비틀어진 듯한 공(空) · 허(虛) · 무(無)를 외기(外氣)에서 내기(內氣)로 끌어당기는 작업”이라 말한다.

그러면서 시인은 “함축의 미학으로, 외줄을 타는 도시의 경계인들에게 툭 던지는 독백으로, 아픈 명제들을 던지고 있다”며 “시(詩)의 길을 갈 것이냐, 도(道)의 길을 갈 것이냐. 이를 담는 인생의 길을 여기, 길에서 길을 묻고 있다”고 시작노트 통해 읊조렸다.

그래서일까, 이번에 출간한 『빈 소쿠리』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문태준 시인은 서평에서 “경책과 같은 시편들은 무심한 듯이 툭툭 던져 내놓는데 그 언어가 사람을 놀라게 한다”면서 “이형근 시인의 시에는 고요도 구체적인 고요요, 석양도 물밑에 괸 석양이거나 물방개가 젓는 노을이다. 실감이 있는 선시의 가능성을 매력적으로 보여준다”고 전했다.

▲ 심익섭 동국대 교수
▲ 심익섭 동국대 교수

또한 시인과 어린 시절 인천 계양산 더프리고개를 넘으며 함께 초등학교를 다닌 (사)한국교수불자연합회 회장 심익섭 동국대 교수(행정학)는 내외뉴스통신과의 통화에서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 사태가 지속되고 있어 우리는 지금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속수무책”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 무력해지고 있는 우리에게 『빈 소쿠리』 속 시들은 하나같이 허(虛)한 마음을 함축의 미학(美學)으로 무심한 듯 헤아려준다”고 평했다.

이어 “이형근 시인의 시를 읽고 있으면, 지금은 옛 기억을 더듬기 어려울 만치 만신창이가 돼버린 (초등)학교 등하교길이 떠오른다”면서 “우리가 매일 같이 오갔던 그길, 들꽃들이 도열하고 섰던 오솔길이 생각나는 이유가 뭘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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