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주민설명회 “마주보고 달린 두 열차”
... 역사위치, 합천군·해인사 측 주장 팽팽

6일 합천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남부내륙고속철도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주민설명회' 장면.
6일 합천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남부내륙고속철도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주민설명회' 장면.

[경남=내외뉴스통신] 이우홍 기자

 영남 내륙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인 경북 김천~경남 거제 간 남부내륙고속철도(서부경남KTX) 건설사업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경부선이 지나는 김천역에서 경남의 합천~진주~고성~통영~거제를 잇는 철도의 노선과 역사위치를 둘러싼 지역별 갈등이 첨예한 상태다. 그 중에서도 합천은 역사 입지를 놓고 율곡면 임북리(합천군 주장)와 야로면 해인사IC(해인사 주장) 후보지가 대립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합천을 관통하는 남부내륙철도 건설의 의미 · 효과와 함께 역사 위치에 대한 합천군 · 해인사의 주장 내용 등을 소개하고, 합리적 상생방안은 없는 지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지난 6일 오후 경남 합천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남부내륙고속철도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주민설명회는 예상했던 대로 역사 위치를 놓고 합천군과 해인사 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 채 끝났다.

국토부는 이날 행사에서 KTX 합천역사 후보지로 1안(합천읍 서산리)과 2안(율곡면 임북리)으로 구성된 초안을 설명한 뒤 지역의견 청취에 나섰다.

율곡면 임북리 인근 지역민들은 산으로 둘러싸여 접근성이 떨어지는 서산리 보다 임북리가 이용에 편리하다고 주장하면서, 국토부의 1안과 2안의 우선순위를 바꾸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반면에 해인사와 사찰 인근 지역민들은 국토부의 초안에 야로면(해인사IC)이 제외된 탓에 ‘초안이 원천무효’라고 지적하고, 역사위치 재 선정을 위한 공청회 개최를 강하게 요구했다.

국토부는 설명회의 성격을 설명하면서 서로 다른 의견을 전문가에게 전달해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자세를 취했다. 해인사 측에서 요구한 공청회 개최도 수용하는 입장을 나타냈지만, 초안을 백지화하고 여는 공청회에는 거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공청회를 연다 하더라도 양측의 견해차가 워낙 커 결론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결국 이날 주민설명회는 합천군과 해인사 측의 이견만 확인한 자리가 아니냐는 평가다.

◆ 행사 전부터 팽팽한 신경전...해인사 인근 주민들 삭발하기도

이날 해인사 인근 야로면·가야면 주민 4명이 행사장 앞에서 삭발하는 등 행사 시작전부터 신경전이 펼쳐졌다.

해인사 인근 합천군 야로면,가야면 주민들이 설명회 시작전에 행사장 앞에서 삭발을 하며 야로면 KTX합천역사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해인사 인근 합천군 야로면,가야면 주민들이 설명회 시작전에 행사장 앞에서 삭발을 하며 야로면 KTX합천역사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가야산 빼앗기면 해인사 마저 빼앗길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고 삭발을 했다. 이는 경북 성주군과 경남 합천군에 걸쳐 있는 가야산에 대해 성주군이 해인사에 공동개발을 제안하는 현실을 암시하면서 합천군을 은근히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실제로 이후 시작된 설명회에서, 정예성 미래철도연구원 원장은 “만약 KTX합천 역사가 합천군의 주장대로 율곡면 임북리로 결정된다면, 몇년안에 해인사와 인근 주민들은 ‘해인사가 속한 가야면과 야로면의 행정구역을 경북 성주군으로 합쳐달라’고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원장은 해인사의 의뢰로 지난해 초에 ‘해인사역 입지선정 연구’ 용역을 수행한 바 있다.

설명회에는 해인사역 설치에 찬성하는 거창군 공무원들도 참석·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또 200여 명이 행사 참석을 희망하는 바람에 국토부 측에서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해 1·2부로 나눠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합천역사 입지선정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 해인사 측 “국토부 초안은 절차 결여·편파적”... 공청회 요구

이날 설명회는 김진성 서기관을 비롯한 국토부 철도건설과 공무원들이 주관한 가운데 전략영향평가 용역회사인 삼보기술단에서 초안 내용을 설명했다.

설명이 끝나자, 해인사 스님들과 인근 지역주민들이 앞다퉈 국토부 공세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김태구 해인사역유치 가야·야로추진위 공동 위원장은 “국토부에서 초안을 내놓기 전에 주민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며 “이 절차를 어긴 초안은 무효다. 공청회를 개최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천년고찰 해인사가 속한 가야산에 대해 성주군은 ‘성주 가야산’ 명칭 사용을 주장한다”며 “가야산이 성주에 넘어가면 해인사도 넘어갈 수 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정예성 미래철도연구원 원장도 김 위원장의 주장에 동조한 뒤 “합천역사 후보지를 두 곳으로 한정해 검토하겠다는 것은 너무 지엽적인 태도”라며 “전국의 KTX역사 위치를 살펴보면 합천군에서 요청하는 율곡면 임북리와 같이 농공단지를 낀 곳이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진각 해인사 총무스님은 “율곡면 임북리는 철새가 쉬어가는 곳이고, 신도시 건설에 10년 더 걸리는 동안 합천은 소멸된다”며 “야로면에 역사가 들어서고 인구가 15,000 명을 넘으면 합천은 합천읍·야로읍 2개읍 체제가 돼 지역소멸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또 그는 “경북 성주군수는 최근 50일 동안 새벽에 실과장을 대동하고 해인사 법당에 와서 108배를 했다. 가야산 공동개발과 KTX성주 역사 명칭을 성주·해인사역으로 하자고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런 점들을 합천군과 지역 여론주도층들이 잘 살펴서 ‘함안역’ 실패사례가 다시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율곡면 인근 주민들 “서산리 보다 임북리에 역사 들어서야 합천소멸 방지”

율곡면 임북리 역사 유치에 찬성하는 주민들은 해인사 측 주장을 애써 외면하면서, 국토부에서 1안으로 제시한 서산리보다 2안인 임북리의 입지 우수성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국토부가 KTX합천역사 후보지 1안으로 제시한 합천읍 서산리 농경지 일대. 도로변에 빨간색으로 역사예정지가 표시돼 있다.
국토부가 KTX합천역사 후보지 1안으로 제시한 합천읍 서산리 농경지 일대. 도로변에 빨간색으로 역사예정지가
표시돼 있다.

이종철 황강취수장 설치반대 위원장은 “합천은 계속된 인구감소로 존폐기로에 서있다”면서 “도로망도 열악하고 산으로 둘러싸여 환경문제를 고려해야 하는 서산리 보다 임북리가 역사위치로 제 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북리에 역사가 들어서면 현재 군에서 신성장 동력사업으로 추진중인 합천 청정신도시 건설이 별도 개발개획 없이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용역사인 삼보기술단이 합천 미래를 책임지지 않지 않느냐. 우리는 영원히 합천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정화섭 쌍책면 주민자치위원장은 “KTX합천 역사가 생기면 군민으로서 큰 기쁨이지만 낮은 접근성으로 이용률이 떨어지면 다른 문제”라고 지적한 뒤 “접근성 낮은 서산리 보다 인근 지역에서 이용이 편리한 임북리가 훨씬 낫다”고 주장했다.

◆ 국토부 “주민의견 충분 검토”... “그러나 백지상태 검토는 아냐”

국토부는 이날 제시한 초안에 대해 절차 무효라며 공청회까지 요구하는 해인사 측의 공세에 대해 “원한다면 절차 거쳐 공청회도 가능하다”고 수용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공세 수위가 높아지는 데에는 일정한 선을 긋기도 해 이목을 끌었다.

해인사 한 스님이 ‘국토부가 역사위치를 이미 정해놓고 설명회하는 게 아니냐. 철도노선만 표시하고 역사위치는 표시하지 않은 상태로 공청회를 하자“고 요구했다. 이에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그 문제는 우리 권한이다. 하나의 의견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답변했다.

또 다른 스님의 질문 속에 용역사 직원이 1부설명회 종료를 재촉하자, 국토부 측은 “(‘오늘 의견을 면밀히 검토해 결정하겠다’ 고 했지만) 백지상태에서의 검토는 아니다. 우리는 1년동안 (오늘 제시한) 초안을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

metro81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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