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 둘러싼 합천군·해인사 대립...조정기능 부족이 원인
정치력 발휘해 지역 상생위한 접점 찾아야

KTX 열차
KTX 열차

 

[경남=내외뉴스통신] 이우홍 기자

 영남 내륙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인 경북 김천~경남 거제 간 남부내륙고속철도(서부경남KTX) 건설사업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경부선이 지나는 김천역에서 경남의 합천~진주~고성~통영~거제를 잇는 철도의 노선과 역사위치를 둘러싼 지역별 갈등이 첨예한 상태다. 그 중에서도 합천은 역사 입지를 놓고 율곡면 임북리(합천군 주장)와 야로면 해인사IC(해인사 주장) 후보지가 대립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합천을 관통하는 남부내륙철도 건설의 의미 · 효과와 함께 역사 위치에 대한 합천군 · 해인사의 주장 내용 등을 소개하고, 합리적 상생방안은 없는 지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 남부내륙고속철도 합천역 위치를 둘러싼 합천군과 해인사의 대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배경과 접점마련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적쟎은 군민들은 지역낙후로 함께 위기에 처한 지자체와 한국 대표사찰이 KTX철도 합천 관통이라는 큰 호재를 맞고서도 왜 지금까지 역사입지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는 지, 상생이 아닌 분열 가능성을 높이는 지에 의문을 드러낸다. 양쪽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채 역사위치가 결정될 경우를 우려하는 시각이다.

그런데도 한 쪽에서는 KTX역이 특정 위치에 들어서지 않으면 ‘결별’하겠다는 표현까지 등장한 형국이다. 이는 남부내륙고속철도 개설이 낙후된 영남내륙의 수도권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합천군 내 연계성도 높여 지역발전의 시너지 효과를 견인하려는 취지에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양측은 지난 2019년 1월 남부내륙고속철도 건설사업에 대한 정부의 국비투자 발표 이후 2년동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각자도생 해왔다. 양측이 철도역 유치로 겨냥하는 밑그림의 규모나 기대효과에 차이가 날 뿐, 현재 처한 위기상황을 KTX철도역 유치로 돌파하려는 본질은 비슷하다.

해인사역 유치 거창군,해인사 공동 추진위원회 출범식
해인사역 유치 거창군,해인사 공동 추진위원회 출범식

해인사는 이 사업에 대한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발표 직후에 인근 야로면·가야면 주민들과 함께 ‘해인사역 유치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야로면 소재 해인사IC에 역사가 들어서야 한다고 먼저 주장하고 나선 바 있다. 이어 거창군의 가세로 같은해 5월에 추진위를 ‘해인사·거창군 공동추진위’로 확대했다.

해인사가 이처럼 공동 운명체인 관할 지자체와의 갈등을 예상하면서도 역사유치에 공세적으로 나서는 데는 속사정이 있다. 해인사가 속한 가야산 일대 역사·문화자원에 대한 관광수요를 증가시켜 사찰 재정을 개선하려는 의도가 포함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남부내륙고솔철도 '해인사역 유치 거창군,해인사 공동 추진위원회 출범식'에 맞서 가진 '합천역사 유치 추진위원회'의 대책회의 장면.
남부내륙고속철도 '해인사역 유치 거창군,해인사 공동 추진위원회 출범식'에 맞서 가진 '합천역사 유치 추진위원회'의 대책회의 장면.

합천군의 경우 율곡면 임북리에 철도역사가 건립되야 역세권 개발 형태로 배후부지인 임북리 185만평에 주거·산업기능이 복합된 신도시를 건설할 수 있다는 속내다. 이를 통해 합천 중심지인 읍 일대에 새로운 경제권을 형성해서 인구증가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갈수록 높아지는 합천소멸 위기를 막을 유일한 대안이라는 인식이여서 포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따라 양측은 각자 주장의 명분을 높이기 위한 외부용역도 따로 실시했다. 서로에게 유리한 내용이 담겼을 수 밖에 없다.

합천군은 2019년 11월 서울과학기술대학의 용역에서 주민설문 조사와 철도이용객 접근 편의성 등을 종합 평가했다. KTX합천 역사의 최적입지는 해인사에서 주장하는 야로면 부근 보다 신도시 예정지인 율곡면 임북리라는 결론을 내놨다.

반면에 해인사는 올해 5월 미래철도연구원 주도의 용역을 통해 야로면 해인사IC 부근이 최적지라고 상반되게 주장했다.

그러나 한 발짝 물러서 본다면, 서로가 주장하는 야로면 해인사IC와 율곡면 임북리의 직선거리는 약 20㎞에 불과하다. 도로선형이 굽은 곳이 많지만, 어느쪽에 역사가 건립돼도 차량으로 30분이내면 도달하는 거리다. 더욱이 야로면과 율곡면에 연접한 합천읍 간의 통행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터널을 포함한 신설도로(율곡면 노양리~야로면 분기)가 개설되야 한다는 데는 양측이 공감한다.

어느 한쪽이 양보해도 크게 불리하지 않은 만큼, 연결도로 개설에 필요한 도비예산 확보에 함께 나서는 상생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양측은 각자에 유리한 용역보고서를 앞세우며 기존 주장만 되풀이하는 모양새다. 그러다보니 같은 사안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면서 상호 불신이 높아지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함안역에 대한 왜곡이 대표적인 사례다. 경남 함안군의 외곽인 함안면 진함로에 있는 이 역은 경전선을 지나는 모든 ITX-새마을과 무궁화호가 정차하지만, 함안군의 중심지가 아닌 외곽에 위치한 관계로 원래는 KTX열차 정차 예정이 없었다. 객관적 타당성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해당지역 주민들이 추진위를 구성해 계속 요구한 끝에 2012년 말부터 KTX가 정차했다. 결국 이용승객이 턱없이 적어 2015년 4월부터 정차가 폐지됐다.

이를 두고, 한쪽은 상대쪽 역사입지의 공간이 좁은 지리적 단점 때문에 인근지역의 이용수요를 흡수하지 못하는 점을, 다른 한쪽도 상대쪽 입지가 외곽에 있다는 점을 각각 지적한다. “함안역 실패 사례를 되풀이 하지 말라”고 공세를 펼치는 상태다.

해인사IC와 율곡 임북리 인근의 상주인구와 관광객 숫자를 서로 유리하게 주장하는 것도 마찬가지 사례다.

이처럼 KTX역사 입지를 놓고 소모적 논쟁이 빚어지는 데는 무엇보다 해인사 주지와 합천군수의 해결능력 부족이 꼽힌다.

과거에는 ‘해인사 주지 할래, 경남도지사 할래’라고 물으면 ‘해인사 주지’라고 답한다는 말이 우스개처럼 회자되곤 했다. 한국의 대표사찰 주지가 되려면, 종교적 외에도 다양한 역량을 지녀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했다.

5만 인구의 수장인 합천군수 또한 오랜 정치생활을 거쳐 치열한 선거를 통과하려면 갈등현안에 대해 때론 ‘딜’을 통해 차선책을 만들어내는 조정능력을 지녔다고 봐야 한다.

이런 시각과는 달리, 두 사람이 몇차례 만나 이 문제를 협의했으나 별 진전이 없었다. “감정 대립은 하지 말자”고 주고 받은 말이 소득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KTX역사 입지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합천의 가장 큰 현안으로 부각된 상황인 데도, 지역 국회의원이 눈에 보이지 않는 현실도 문제다. 국회의원이 ‘큰 인물’만 자처할 게 아니라 이같은 대형 현안에 적극 나서 중재하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접점을 찾을 여지도 있어 보인다.

합천군과 해인사 양쪽 정서에 밝은 한 관계자는 “해인사 고위 관계자가 최근에 ‘합천군과 해인사가 지금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언급한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가리켰다. 그러면서 “그 말은 물론 해인사IC의 역사입지를 강조하는 것이지만 거꾸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전제한 뒤 “KTX울산역이 공식 명칭외에도 ‘울산역·통도사역’으로 불리기도 하고, 또 열차내 방송이 ‘통도사역’으로 안내하는 현실이 반면교사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의 말은 지난 6일 국토부의 합천 주민설명회에서 제시된 KTX역사 후보지에 합천군에서 요청한 율곡면 임북리는 2안으로 포함됐지만, 해인사에서 요구한 해인사IC는 제외된 것을 전제로 한다.

즉, 해인사의 반발로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지만, 국토부의 전략영향평가 초안은 철도노선 효율성과 기술적 문제 등에 초점이 맞춰진 데 반해 역사입지는 부차적이라는 말이다. 때문에 국토부 초안에서 제외된 해인사IC를 역사후보지에 포함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신호장에서 역사로 전환이 확정된 경북 성주군 수륜면에서 해인사IC까지 철로거리가 20여㎞에 불과한 상태에서, 해인사IC에 KTX역사를 설치하려면 수륜면 역사 위치 등을 재조정해야 하는 복잡성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진단이다.

따라서 더 늦기전에 해인사 주지와 합천군수, 국회의원이 머리를 맞대서 KTX역사 입지 갈등을 현실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체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요구된다.

그래야만 천년고찰 해인사를 품은 합천이 남부내륙철도 KTX열차의 합천 관통을 계기로 쇠락을 멈추고 새롭게 도약하는 상생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여론에 귀를 기울일 때다.

metro81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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