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내외뉴스통신] 서월선 기자 

유난히 비가 많았던 지난해 여름, 어미를 잃고 빗속에서 떨고 있던 생후 2주된 아기고양이를 입양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스무살 대학생이 구조했지만 여건상 키울 수 없었던 아기고양이를 고양이 입양 절차를 거쳐 넘겨받은 거다.

그 과정이 꽤 복잡했다.

우선 7장이 넘는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야 했는데 그 안에는 경제력, 나이, 가족의 동의, 고양이 입양에 대한 평소 생각 등등 수십 가지의 물음이, 당신은 한 생명을 잘 키울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가를 묻고 있었다.

입양신청서만 주고 받았다고 입양이 다 마무리 되는 게 아니다.

입양 후 두 세달 정도는 매주 고양이의 사진과 상태를 구조자한테 보내야 했고, 그 후에도 한달에 한번 이상 고양이 사진을 보내며 안부를 전하고 있다. 구조자가 입양한 가정의 환경을 점검해 보기 위해서 가정 방문계획도 있었으나 코로나 때문에 이뤄지지는 못했다.

이 모든 것이 고양이 입양에 필요한 과정이다.

만약 고양이 입양을 받은 사람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거나 조금이라도 꺼림칙한 내색을 하면 입양을 보낸 사람이 다시 데려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렇잖아도 길에서 태어나 어미 잃고 불쌍한 아이, 두 번 불쌍하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생명의 고귀함에 경중이 있을까만, 반려동물 입양도 이렇게 신중하고 책임감이 필요한데 한 아이의 생명과 안전이 너무나 안이하고 가볍게 취급된 최근의 정인이 사건은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고 가슴 아프다.

정인이가 죽기 전날, 어린이집 문 앞에 혼자 쪼그리고 앉아 있던 영상은 볼 때마다 눈물이 날 만큼 가엽다.

그 어린 아이가 힘없이 앉아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짧은 생애를 살다 간 정인이한테 삶은 무엇이었을까?

정인이 양부모를 두고 어떻게 그런 인면수심의 인간이 있는 지 질타하고 싶지 않다.

그저 왜 그런 성정의 사람들을 걸러내지 못했는 지, 아이가 까맣게 말라가고 있는데 왜 입양기관은 몰랐는 지, 입양 후 어떤 관리를 했던 건 지, 경찰은 왜 아동학대 사건을 그렇게 가볍게 다뤘는 지, 왜 이 모든 무능과 안이함이 정인이의 삶에 겹치고 겹쳐 이런 비극을 낳았는 지 그게 한탄스러울 뿐이다.

길에서 고생하던 동물도 입양 후 편안한 삶을 살게 되면 인상이 달라진다.

길에서 떠돌 때는 험상궂고 날카롭던 인상이 입양 후 사랑 받으면서 지내다 보면 온화해지고 귀티가 난다.

입양기관이 입양 후 웃음 잃은 아이의 얼굴만 유심히 관찰했어도 이런 결말이 있을 수 있을까?

민간 입양기관의 많은 정인이들은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할 고귀한 생명이 아니라 입양건수 올리고 그에 따른 수수료나 챙길 수 있는 존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건 아닐까?

그 과정에서 우리의 측은지심과 도덕심, 양심은 살아 있는 것인가?

정말 많은 게 궁금하지만 대답을 들을 수 있는 곳이 없다.

아이 하나 잘 키우려면 온 동네가 나서야 된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은 아이 하나 잘못된 건 온 동네의 책임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 모두의 마음이 이렇게 오래도록 아린 걸 거다.

사람들의 가슴 아픈 사죄의 소리가 여기 저기서 울리고 있다.

정인아 미안해, 우리가 바꿀게!

늦었지만 정말 바꿀게!

▲김윤숙
방송작가 26년차
현) TBN 대구교통방송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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