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오수대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북한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노동당 제8차 대회가 지난 1월 5일 시작되어 7일째 계속되고 있다. 김정은은 7차 당대회(2016.5) 이후의 사업총화(결산)를 통해 북한의 핵 능력을 과시하고 핵 관련 실적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으나 비핵화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었다. 김정은이 밝힌 아래 내용을 보면 그동안 북한이 주장했던 비핵화는 실행 의지나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허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북한은 비핵화 협상 기간에도 핵 개발을 계속하였다.   
김정은은 총화기간(2016.5~2020.12)의 성과를 열거하면서 “핵무기 소형 경량화, 규격화, 전술무기화”, “첨단 핵전술무기들 연이어 개발”, “핵잠수함 설계연구 끝나 최종 심사단계” 등 그동안 핵무기 개발을 중단없이 추진해 왔음을 적극적으로 밝혔다. 2018년 이후 남북·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협상이 진행중인 기간에도 핵무기 기술 수준 제고에 주력해 왔다는 점을 자인한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실행 의지가 희박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둘째, 북한에게 핵은 생존의 수단이다.  
김정은은 당대회 사업총화에서 “이 행성에 우리나라처럼 항시적인 전쟁 위협을 받는 나라는 없다”, “침략세력과 세기를 이어 장기적으로 직접 맞서있는 조선 혁명의 특수성과 우리 국가의 지정학적 특성은 인민의 안녕과 혁명의 운명, 국가의 존립과 자주적 발전을 위해 이미 시작한 핵무력 건설을 중단없이 강행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라고 하였다. 이는 북한이 지구상에서 전쟁 위협을 가장 많이 받고 있어 주민의 안전과 혁명의 운명 및 국가의 존립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핵 개발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비핵화 어젠다는 애초 실현 가능성이 희박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북한은 2020년 8월, 8차 당대회 개최계획을 발표하면서 “계획된 국가경제의 장성 목표들이 심히 미진”하여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할 예정임을 밝혔다. 따라서 이번 당대회는 ‘선경제(先經濟), 후핵(後核)’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북한은 ‘선핵, 후경제’를 선택했으며, 경제는 자력갱생에 맡겼다.

그리고 북한의 핵에 대한 태도는 더욱 강경해졌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당대회에서 당 규약 개정이 결정되었다면서 “공화국 무력을 정치 사상적으로, 군사 기술적으로 부단히 강화할 데 대한 내용을 보충했다”고 보도하였다. 여기서 무력의 군사 기술적인 강화는 이번 당대회에서 특히 강조한 핵 기술의 고도화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또한 조선중앙통신은 당 규약에 “조국통일을 위한 투쟁과업 부분에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하여 조선반도의 안정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한다는 데 대하여 명백히 밝혔다”면서 “이것은 강위력한 국방력에 의거하여 조선반도의 영원한 평화적 안정을 보장하고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앞당기려는 우리 당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고 강변하였다. 이는 ‘군사력에 의거한 통일 추진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지금까지 우리가 쫓았던 비핵화는 허상에 가까웠고 북한의 핵은 훨씬 더 위험한 존재가 되어 우리 앞에 가로 놓여 있다. 이제는 북한 핵의 실체와 북한의 의도를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비핵화의 개념과 도달하고자 하는 수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우방국과 협조하여 대응책을 강구하고 북한 핵에 상응하는 자위력 확보방안도 검토되어야 한다. 

아울러, 북한의 비핵화를 북한의 의지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비핵화의 길로 나올 수밖에 없도록 강력한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대북제재가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북한이 2018년 초부터 대화의 장으로 나온 것도 대북제재 해제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제재국면이 길어질수록 북한에 불리하다. 특히 제재에 더해 코로나19와 수해까지 겹치면서 북한은 점점 더 궁지로 몰리고 있다. 대외교역이 거의 중단된 가운데 환율이 급락하고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는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북제재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정황이다. 

그런데 대북제재에는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의 역할이 긴요하다. 문제는 북한이 미중 갈등 국면에 편승하여 제재를 돌파하려 할 가능성이다. 무역 분쟁으로 시작된 미중 간의 대립은 패권경쟁으로 치닫고 있으며 북한이 이를 모를리 없다. 김정은은 당대회 사업총화에서 중국에 대해 “떼려야 뗄 수 없는 하나의 운명으로 결합된 조중(북중) 두 당, 두 나라 인민”이라고 묘사하였다. 그리고 미국을 최대의 주적으로 규정하면서 “대미전략을 책략적으로 수립하고 반제 자주역량과의 연대 확대”를 강조하였다. 북한의 미중 갈등 편승전략 가능성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번 북한의 8차 당대회를 통해 북한 비핵화의 허상이 일부 드러났다. 그리고 북한이 핵을 생존의 수단으로 여기고 있어 스스로 핵을 포기하기를 기대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뿐만아니라 북한은 군사력에 의거한 통일 추진 의도까지 드러내었다. 우려했던 북한의 핵 위협이 현실로 다가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북한 핵은 더 이상 외면할 문제가 아니다.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적극 대응해야 한다. 북한에게 핵이 생존의 문제라면 우리에게는 생사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수대 /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동북아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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