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그림 인생 서양화가, 김중식 청평아트갤러리 방문기

[내외뉴스통신] 곽중희 기자

칼바람이 조금 잦아든 지난 15일, 한 지인의 소개로 경기 청평에 있는 미술관을 방문했다. 필자는 전시를 좋아해 많게는 일주일에 1번, 적게는 한달에 1번 꼭 전시관을 찾는다. 전시를 보며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는다. 좋은 전시는 바쁜 삶 속에서 받는 한 줄기 위로와도 같다.   

김중식 청평아트인갤러리 입구
사진=김중식 청평아트인갤러리 입구
사진=김중식 '청평아트인갤러리'에서 본 북한강 전경
사진=김중식 '청평아트인갤러리'에서 본 북한강 전경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동안 전시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설렜다. 도심을 떠난 간만의 나들이. 1시간 20분여 달린 끝에 ‘김중식 청평아트갤러리’에 도착했다. 대문 앞에는 서글한 인상의 남성이 서 있었다. 그는 갤러리에서 홀로 지내며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그는 서양화가 김중식 화백이었다. 산 비탈에 자리잡은 갤러리는 북한강이 한 눈에 다 들어오는 높이에 있어 운치가 남달랐다. 

담소를 나누며 차를 마셨다. 이후 김 화백은 작품을 보여주겠다며 우리를 전시장으로 안내했다. 넓고 아늑한 공간에 화가의 40년 세월이 고스란이 베어 있었다. 그는 젊은시절 생활고로 막노동과 식당일을 했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그림을 그렸다고 회상했다. 

김중식(서양화가) 화백
사진=김중식(서양화가) 화백

“왜 힘든 상황 속에서도 그림을 포기하지 않으셨나요?” 
“배운 게 그거 밖에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림을 그릴 때 제가 살아있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담담한 듯 강한 어조에서 그만의 단단한 신념이 느껴졌다. 보금자리를 찾아 20번을 넘게 전전했던 지난 날. 김 화백은 힘들게 번 돈을 전부 작업을 위한 창고에 투자해 그곳에서 먹고자며 밤낮 그림을 그렸다. 지금은 유명해졌지만, 당시 같은 처지였던 유수한 화가들도 함께 있었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김 화백은 끝까지 붓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어쩌면, 정말 배운 게 그림 밖에 없어서일 수도 있지만... 배운 것도 끝까지 잡지 못할 때가 많은 필자로서는 반성과 동경의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사진=김중식 아트인갤러리 전시장 내부
사진=김중식 아트인갤러리 전시장 내부

그의 작품들을 한편 한편 감상하다 보니 유난히 ‘달항아리’가 눈에 띄었다. 달항아리는 ‘어머니의 자궁’을 뜻한다. 김 화백은 “모든 생명은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태어나듯, 생명과 사랑의 작품 속에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자신만의 붓으로 표현해내고, 그 안에 메시지까지 담아내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요즘 같이 힘든 때에 같은 화가분들이나 예술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나 자신만 생각하지 말고 시야를 넓게 보고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면서 말이죠. 그래서 다 같이 함께 끝까지 갔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건강하세요. 그리고 언제든 놀러오세요. 양고기... 구워 드릴게요.” 

언제든 놀러오라는 그의 포근한 말이 왠지 한 폭의 풍경 같이 느껴졌다. 

그렇다. 그렇게 믿고 싶다. 모두가 힘든 시기지만 함께 손잡고 같이 간다면, 끝까지 갈 수 있으리라. 
  
rhkrwndgml@naver.com

내외뉴스통신, NBNNEWS

기사 URL : http://www.nb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0046

저작권자 © 내외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