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통신 칼럼] 최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잡지인 '인민논단'은 최신호에 약 9000명의 당과 정부의 간부, 일반 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게재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7%가 중앙과 당. 정부 관료의 '태만'을 실감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시진핑 지도부의 엄격한 반부패 운동과 사치 금지령이 관료의 사기를 저하시켜 무사안일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는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메르스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관료주의의 적폐가 시퍼렇게 남아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관료주의는 작게는 공무원, 크게는 행정부(정부)를 의미하는 관료가 나라를 지배하는 형태를 말한다. 다시 말해 관료가 나라를 운영하고 정책이 결정되며 민간에 자율성을 주지 않고 정부가 사업을 주도하는 내용의 용어다.

이는 정경유착, 권위주의, 보신주의로 이끌 수 있다.

메르스 사태에 직면한 보건당국의 오만과 불통은 자신들이 관료주의라는 이름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초래했다.

국민은 정부를 불신하게 되고 그 불신은 메르스 공포를 국민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는 위기감으로 확산됐다. 정치권은 국민들의 대정부 불신을 교묘하게 이용하려고만 했고 메르스 공포로 고통 받는 국민들의 행복과 안위는 외면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맞고 있다. 바로 국가경제의 심각한 위기다.

완만하게 회복세를 보이던 경기는 메르스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3%대 성장률 달성이 어렵다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더블 딥(경기 재침체)'이 발생하면서 성장잠재력까지 훼손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9일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주재한 금요회(금요일마다 전문가를 초청해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듣는 자리)에서 ‘메르스 확산이 경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현안을 진단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메르스에 따른 내수 부진이 단기적으로 경제회복을 둔화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음식, 숙박, 교통 등 서비스 부문 중심의 소비 둔화와 외국인 관광객 급감과 여행서비스 수출 감소에 따른 경기 위축을 우려했다.

사실 메르스 발병 한 달째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는 곳곳이 텅텅 비었다. 사람이 많은 곳은 일단 피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백화점, 대형마트, 호텔 그리고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은행 영업점을 찾는 대신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을 찾는 사람도 늘었다. 잘나가던 프로야구 흥행도 시원치 않다. 메르스가 우리나라의 일상을 바꿔났다.

그러나 아직 메르스는 종식되지 않고 있다. 4차 감염이 늘어나는데도 감염경로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등 보건당국은 발생 초기처럼 뒷북만 치고 있다.

메르스 사태가 보건당국의 무지와 자만 그리고 불통이 낳은 인재(人災)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다. 세계보건기구(WHO)조차 우리나라가 방역에 실패한 첫 번째 원인으로 메르스 바이러스에 대한 무지를 꼽았다. 국내에 단 한 번도 수입된 적이 없는 낙타 유와 고기를 먹지 말라며 대국민 포스터를 만들어 빈축을 사기도 했다. 보건당국의 수장은 “개미 한 마리라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자세로 철저하게 대응해서 정부 대응체계를 신뢰해서 국민께서 안심하고”라는 발표가 있는 지난달 29일, 그날 가장 큰 방역 구멍이 뚫렸다. 슈퍼전파자가 무방비 상태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누워있었다.

도대체 우리나라를 이끌고 있는 관료주의 ‘태만’의 끝은 어디인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식의 응급 경제처방이 뒤따라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저성장 장기화를 막기 위해 정책 당국이 기존 예산안보다 지출액을 늘리는 세출추경 편성과 같은 강력한 경기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관료주의는 상명하복의 체제를 가진 조직특성상 윗사람이 명령하면 무조건 따르는 것도 포함된다. 위에서 명령한 것을 그대로 따르면 문제가 생겨도 관료는 책임을 지지 않거나 경미한 처벌만 받는다. 무조건 복종은 관료들의 미덕으로 취급된다. 반대는 복지부동이다. 위에서 내려온 명령이라고 해도 눈치만 보고 일을 하는 척만 할 뿐이다. 권한 밖의 일은 할 수 없다는 핑계를 댄다. 형식, 절차, 과정, 규정, 규칙을 더 중요하게 여겨 빠르게 변화하는 위기 상황에는 국민이 생각하는 수준이하의 대응을 보인다.

메르스 사태는 관료주의가 만들어낸 전형적인 모델이다. 뒤늦게 방역 전문가가 투입되는 수선을 피웠지만 이미 사태는 악화일로에 놓여 있었다. 수습이 늦어지고 뒤치다꺼리만 하고 있다. 이 와중에 피해자인 국민은 또 다른 공포에 직면한다. 일자리에서 쫓겨나고 장사가 안 돼 문을 닫고 영세기업은 도산위기에 몰린다.

'제2의 메르스 사태'인 경제위기, 역시 해법은 관료들의 손에 달려 있다.

위에서 시키면 그냥 해라, 시키는 일이나 잘해라, 왜 명령에 따르지 않느냐, 조직에 충성하라는 등의 관료주의 식 해법으로 국민들을 또 다시 헤어날 수 없는 구렁텅이로 내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흥두

부산대학교 졸업
前 울산매일 편집국장 직무대리
前 신울산일보 편집국장
現 내외뉴스통신 본부장/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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